인텔-엔비디아-ARM, 저전력 모바일 3파전

일반입력 :2011/11/16 10:19    수정: 2011/11/16 10:46

손경호 기자

ARM,인텔,엔비디아가 모바일 칩 전력을 두고 겨룬다면?

모바일용 프로세서 설계자산을 라이선스하는 ARM, 그래픽처리프로세서(GPU)의 강자 엔비디아, 서버용 고성능 프로세서를 공급하며 PC시장을 점령한 인텔이 모두 모바일 AP 시장에 주목하면서 치열한 '모바일 저전력 기술' 3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최근 빅리틀이라는 프로세싱 방식을 발표한 ARM과 ARM의 코어를 이용해 sVMP라는 독자 저전력 기술을 개발한 엔비디아 간의 경쟁이다. 여기에 이들 ARM기반 칩셋과 내년 중순에 출시될 예정인 인텔의 모바일 칩셋(메드필드) 중 어느 쪽이 전력효율성의 승자가 될 것인가 하는 부분이 더해진다.

ARM과 엔비디아가 '동맹 간의 세력다툼'이라면 인텔은 라이벌인 ARM 및 ARM코어 기반 칩셋업체들에게 카운터 펀치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테그라3 VS 빅리틀 VS 메드필드

ARM과 엔비디아는 AP의 저전력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ARM코어를 쓰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저전력 기술을 구현한다. 인텔은 ARM코어 기반 AP 경쟁사들보다 20nm급 공정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트라이게이트 기술을 이용한 메드필드 칩셋을 통해 성능·전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저전력 기술을 선보이며 치고 나온 것은 엔비디아다.

이 회사는 지난 9일 아수스의 이(Eee) 패드 트랜스포머 태블릿에 쿼드코어 AP인 테그라3 탑재를 공식 발표했다.야심작 테그라3는 저전력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가변 대칭형 멀티프로세싱(Variable Symmetric Multiprocessing, vSMP)기술을 채택했다. 기본 프로세서를 네 개의 ARM기반 코텍스-A9코어로 구성하는 동시에 대기모드·음악재생·일반 동영상 재생 등 낮은 주파수 대역에서 구동할 수 있는 컴패니언 코어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 높은 프로세서 성능이 필요할 경우에만 나머지 코어를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전력효율성을 높였다. 고화질(HD)비디오 시청시 테그라2에 비해 최대 61%가량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1GHz에서 구동시 테그라3는 1261메가와트(mW)2으로 TI의 오맵4(1501mW), 퀄컴의 스냅드래곤 QC8660(1453mW)에 비해서 2배~3배 적은 전력을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ARM은 지난달 20일 테그라3에 적용된 vSMP와 비슷한 개념의 코어기술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ARM의 코어 중 100달러 미만 보급형 스마트폰에서 사용되는 코텍스-A7과 최고사양 코어인 코텍스-A15 기술을 결합한 빅리틀 프로세싱(big Little Processing) 기술이 그것이다.

ARM이 대항마로 내놓은 것은 코텍스-A7이다. ARM은 엔비디아의 컴패니언 코어와 같은 기능을 위해 저성능이 필요한 작업에는 코텍스-A7을 사용하고, 고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코텍스-A15을 사용한다. 저성능·고성능 코어를 따로 구성한다는 면에서 두 회사가 비슷한 컨셉의 기술을 발표한 셈이다.

인텔이 모바일용 AP에서 공을 들이는 것은 32nm 공정을 사용한 메드필드이다.

최원혁 인텔코리아 이사는 “CEO레벨에서 들리는 이야기가 내년에는 실제 메드필드칩이 적용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업자가 기지국 장비와 스마트폰의 호환성 테스트 등을 시행하는 기간이 6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칩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하더라도 이르면 내년 6월 이후에나 인텔 칩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E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인텔 아키텍처 그룹의 대디 펄무터 제너럴매니저는 “메드필드는 싱글코어로 미리와트(mW) 수준의 저전력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와 ARM의 기술, 뭐가 다르길래?

두 회사의 모바일 저전력 기술은 서로 다른 프로세서 코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엔비디아는 컴패니언 코어를 포함한 5개 프로세서 코어에 코텍스-A9을 사용한다. 반면 ARM은 서로 다른 코어를 사용해 이 같은 기능을 구현한다. 컴패니언 코어가 다른 점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차정훈 이사는 “테그라3에 사용된 컴패니언 코어는 LP(Low Power)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반면 이외의 4개 코어는 G(general)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컴패니언 코어는 같은 코텍스-A9을 사용하더라도 대기전력소모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는 설명이다. 현재로서는 두 방식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ARM코리아 황광선 과장은 “ARM은 코어기술을 제공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삼성·애플·엔비디아 등이 어떤 공정을 사용해 어떻게 ARM의 코어를 적용한 칩을 만드느냐에 따라서 전력효율성은 천차만별”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기존 고사양 스마트폰용 AP에 비해 빅리틀이 70% 이상 전력을 절감시킬 수 있으며, 코텍스-A15를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30% 이상 전력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 “내년 출시될 메드필드 기반 스마트폰·태블릿 보면 알 것”

대부분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인텔칩은 성능은 뛰어난데 전력효율성에서는 떨어진다고 말한다. 이는 인텔이 모바일 칩셋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텔은 억울하다고 말한다.

최원혁 인텔 코리아 이사는 “이미 성능은 물론 전력효율성 면에서도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실제로 칩이 탑재된 모바일 기기가 없어서 적극적으로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드필드는 몇 GHz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지, 아키텍처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ARM 코어 기반 경쟁사의 AP와 비교해봤을 때 전력소모량이 낮은 수준이라고만 알려졌다.

최원혁 이사는 “특히 720p 고화질 비디오 인코딩 과정에서 대부분의 AP의 전력소모량이 가장 높은데 자체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경쟁사 제품들에 비해서도 전력소모량이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최이사는 ARM이나 엔비디아의 모바일 저전력 기술은 인텔이 이미 ‘터보부스터’라는 자사 기술을 통해 울트라북에 적용했고, 스마트폰 등의 제품에도 적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내후년에는 22nm 공정에 트라이게이트 기술을 사용해 ‘메리필드’라는 별칭의 AP를 출시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경쟁은 내년 상반기 이후

이들 3사간의 경쟁은 내년 상반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출시를 공언한 스마트폰·태블릿이 예정대로 내년 중순에 출시되고, ARM의 빅리틀에 기반한 칩셋이 모바일기기에서 구현되면 수치를 통해 직접 저전력 성능을 비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기업은 서로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등 변수가 있어 시장에서의 평가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ARM은 반도체설계에 필요한 프로세서 핵심기술을 공급하며, 엔비디아는 이 코어를 기반으로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 회사다. 인텔은 ARM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x86 아키텍처를 이용해 자체 설계·생산하는 종합반도체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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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은 기존 AP시장의 글로벌 강자인 삼성·애플이 직접 자사 제품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공급량을 늘려가고 있다. 퀄컴은 AP와 베이스밴드를 통합해 가격경쟁력있는 제품으로 승부를 내려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ARM·엔비디아·인텔의 3파전은 또다른 모바일 경쟁구도를 형성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