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NO, 진짜 승부는 내년부터”

이남식 니즈텔레콤 대표 인터뷰

일반입력 :2011/11/04 11:28    수정: 2011/11/07 18:39

정현정 기자

국내 통신 시장에서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거대 통신사의 3강 체제가 굳어진지는 오래다. 올해는 제4이통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고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들도 속속 등장하면서 ‘통신빅뱅’ 같은 용어들이 어느 때보다 자주 입에 오르내렸지만 시장엔 아직 미풍이 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사업자들의 열기는 뜨겁다. 태광이나 CJ 같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별정통신사업권을 가진 중소통신서비스 업체들도 시장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MVNO 시작 단계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겁니다. 중소 통신사업자 뿐만 아니라 대기업 계열인 KCT와 CJ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보다 MVNO 사업이 먼저 활성화 된 미국도 수많은 사업자가 생겨나고 사라지면서 많은 부침을 겪었습니다.”

니즈텔레콤 이남식 대표의 말이다. 2002년 설립된 니즈텔레콤은 국내에서 인터넷전화와 선불전화카드 사업 등으로 자리를 잡은 중소 통신서비스 업체다. SK텔레콤도 진출에 실패한 미국 통신시장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한국계 MVNO 사업자이기도 하다.

그 경험을 살려 한국 MVNO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우선 내달 초 에버그린모바일과 한국케이블텔레콤(KCT) 등 MVNO 사업자의 망을 활용하는 재제공 사업으로 시장에 발을 담글 예정이다. 내년에는 별정4호 자격을 취득해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가입자를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거대 통신사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살 전략으로 철저한 틈새시장 공략을 들었다.

“거대 통신사와 똑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디즈니나 ESPN모바일은 선불제(Pre-Paid) 시장에서 철저한 저가 플랜으로 성공했고 미국 이민자 시장을 집중 공략해 일반 내국인까지 사업의 외연을 넓힌 메트로PCS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니즈텔레콤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유학생을 주 타겟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후 노년층 등 내국인 중에서도 기간통신사업자가 눈여겨 보지 않는 특화된 계층을 중심으로 시장에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휴대폰 블랙리스트제도가 도입되면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될 겁니다. 단말기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수급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MVNO 사업자에도 추가적인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MVNO 시장도 승부처가 되겠죠.”

또 하나 니즈텔레콤이 최근 중점을 두는 사업은 해외 심(SIM)카드 사업이다. 국내 휴대폰에 해외 심카드를 갈아끼우는 것만으로 로밍 대비 훨씬 저렴한 요금으로 현지 휴대폰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니즈텔레콤은 분당 14센트에 음성통화를 제공하고 한 달 40달러에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도 운영 중이다.

“현재는 일반 이용자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사용을 하지 않고 있지만 심카드의 유용성이 부각되면서 서서히 잠재수요도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항공사나 여행사와 연계해 무료로 심카드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구상 중입니다. 한 번만 써보면 비싼 로밍요금 때문에 해외에서 휴대폰 사용을 자제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겁니다.”

심카드 사업을 하면서 미국 현지 법인 덕을 톡톡히 봤다. 다른 국내 업체에 비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해외 심카드를 수급할 수 있었다. 현지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호응을 얻었다. 현지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들이 한국말로 응대와 문제해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05년 한국인이 운영하던 통신사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몇 번의 고비도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과 다른 통신환경에서 오는 괴리가 가장 컸다.

“언어문제가 가장 컸습니다. 미국의 법규와 제도를 파악하는 데도 한참이 걸렸고요. 특히 미국은 주나 카운티 별로 세금체계가 많이 다른데다 세율도 매년 달라져 계산 작업이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생각보다 관료적인 공무원들의 횡포도 심하구요. 솔직히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관련기사

그럼에도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뭘까.

“국내에 고만고만한 통신업체들과 경쟁해서는 남는 게 없다는 판단이 첫 번째 이유였어요. 통신산업이 어느 국가보다 발달해있고 전 세계 통신사들이 모여서 경쟁하는 미국 시장에서 자리만 잡으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었죠. 미국 시장과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도 구상해볼 수 있구요.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면 시너지가 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