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북 아닌 콘텐츠가 해답"

대표 온라인 서점, 전자책 길을 묻다-①

일반입력 :2011/10/31 11:58    수정: 2011/11/01 11:00

남혜현 기자

인터넷에서 책을 주문해 그날 바로 받아보는 일은 낯설지 않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단 하루면 국내서 판매되는 책 대다수를 받아볼 수 있다. 올해 서점가에서 추정하는 인터넷 서점 매출 규모는 오프라인의 절반에 다다른다. 도서 시장이 어렵다는 최근에도 온라인 서점은 연평균 두자릿수의 성장을 거듭했다.

이제 온라인서점들은 제2의 도약기를 준비한다. 인터넷이 10년 전 도서 유통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면, 이젠 출판 지형의 변화를 예고한다. 바로 전자책이다. 아직 종이책이 대세인 도서 시장에서 서점들은 앞다퉈 전자책 마케팅에 열중한다.

그 이유를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온라인 서점 대표들에 물었다. 앞으로 한 달간, 예스24와 인터파크도서, 알라딘, 교보문고의 대표가 전하는 전자책 이야기를 연재한다. 이들은 전자책을 넘어 도서 시장 활성화를 위한 경쟁과 협력을 말했다. 그들이 전하는 전자책 시대, 온라인 서점이 가야 할 길을 이 자리에 풀어놓는다. [편집자 주]

“전자 ‘책’만 보지 않는다. 우리가 주목하는 시장은 ‘디지털 콘텐츠’다.”

1%의 매출.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매출만 놓고 보면 접어야 할 사업이다. 혹자들은 말한다. 게임, 영화, TV 드라마와 쇼 프로그램, 인터넷 등 볼 거리가 무궁무진한 이 시대에 누가 '전자책'을 보겠느냐고. 책도 안보는데 전자책이라니, 곧 거품이 꺼질 거라고.

그런데 온라인 서점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매출이 안나와도 투자는 늘린다. 전자책에 대해 물으면 백발백중 시장은 곧 온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답한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앞으로 뒤처질 거란 절박함도 느껴진다. 전략을 꽁꽁 숨기고는, 다른 곳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경쟁사 탐색에 바쁘다.

김기호 예스24 대표를 최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예스24에 합류하기 전, LG구조조정본부 부장, GS홈쇼핑 신사업부문장, GS강남방송 대표 등을 맡았다. 유통과 콘텐츠 발굴에는 도가 텄다고 자부한다. 그런 그가 보는 전자책 시장은 어떨까. 예스24는 전자책 시장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디지털 콘텐츠 유통, 신개념 '매체' 된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예스24의 미래는 콘텐츠 포털이자 매체다. 도서를 비롯, 온라인에서 팔 수 있는 모든 콘텐츠를 예스24에서 아우른다는 전략이다. 아마존이 '킨들파이어'를 내놓고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에 본격 뛰어든 것처럼 예스24도 콘텐츠를 차곡 차곡 쌓아가는 중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지금 디지털 콘텐츠는 다 열어 놓고 생각하고 있어요. 온라인 동영상이나 영화, VOD 서비스 같은 것들은 지난 2006년부터 실시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e북보다 오히려 e러닝을 먼저 시작했어요. 전자책을 다루는 부서도 '디지털 콘텐츠 사업부'고요. 이 안에 전자책이 포함이 되는거죠.

'종이 책'이란 실물 도서 유통에선 빠른 배송과 가격 할인이 주무기였다면, 전자책에서는 '쓸만한 콘텐츠'를 먼저 확보하는게 우선이란 설명이다. 전자책 도서 확보도 중요하지만, 다른 서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화된 콘텐츠를 앞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예스24가 어디에 돈을 쓰고 있나를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예스24는 올 초 사무실 지하에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를 차렸다. 이 스튜디오에선 작가가 직접 자신의 책을 '강의'한다. '북 러닝'이란 코너인데, 지난 3월부터 하루에 한 권씩 촬영한 콘텐츠가 벌써 160편이 쌓였다. 도서를 구매하는 사람엔 이 동영상 강좌를 무료 제공하지만, 동영상만 별도 구매할 수도 있다. 자체 제작한 디지털 콘텐츠인 셈이다.

전속 PD와 작가, 촬영 시스템을 갖춘 스튜디오를 만들었어요. 디지털 콘텐츠 생산에서 예스24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한 거죠. 북러닝은 저자, 출판사, 서점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식이에요. 예전에 도서를 사면 CD를 끼워 줬는데, 이걸 온라인으로 바꾼거죠. 출판사 입장에선 사은품을 주는 거고, 저자는 도서 홍보가 돼요. 팔리면 저자 인세도 주고요. 예스24 입장에선 새로운 상품군을 만들어낸 것이죠. 실제로 북러닝이 도서 매출에도 도움이 됩니다.

채널예스도 경쟁 서점과는 다른 부분이다. 책이나 문학을 취재해 글과 동영상으로 올리는데 여기에 투입되는 인원이 꽤 많다. 카메라도 HD고사양으로 구입하는 등 투자금액도 컸다. 예스24 방문자 중 10%는 채널예스를 거쳐 간다. 아직은 상업적 가치를 갖기 어렵더라도 앞으로 잠재력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아직은 채널예스로 돈을 벌긴 쉽지 않죠. 그런데 최근 트렌드가 뭡니까. '융합'이잖아요. 디지털 콘텐츠도 마찬가집니다. 도서에서 시작해서 리뷰, 강의, 영상, 컬럼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어요. 디지털 콘텐츠가 활발해지는 시기가 되면, 이 자산들이 엄청난 가치를 가질 겁니다. 이미 우리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선 사업을 '스타트'했다고 보면 됩니다.

■3세대 뷰어 개발, 전용 단말은 ‘검토 중’

김 대표는 말 그대로 '실무형 CEO'다. 대표 부임 며칠 만에 도서 배송차를 타고 택배기사를 따라다녔다. 사무실에서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에 자네, 이름이 뭔가, 하는 일은 뭔가를 묻고 다닌다. 퇴근 후엔, 자택이 있는 반포 포장마차에서 직원들과 수시로 술잔을 기울인다. 이 자리에서 그는 도서 유통의 현장 경험을 배운다.

이렇게 업무에 '깐깐한' 김 대표가 최근 전자책 사업에서 관심을 두는 부분은 '뷰어'다. 올해까지 사용된 예스24의 뷰어가 오만했던 것 같다는 평도 내놓는다.

내년 초에 전자책을 볼 수 있는 새 뷰어를 내놓으려고 합니다. 2세대보다 고객 자유도를 최대한 보장했지요. 2세대 때는 저희가 좀 오만했달까요. 예전엔 편집된 그대로만 제공했다면, 이젠 글자 크기나 폰트 등을 독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했어요. 아마존 킨들처럼 읽던 페이지를 어떤 기기에서나 펼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밑줄이나 하이라이트 표시 등도 연계할 겁니다.

그가 보기에 전자책이라는 무형의 콘텐츠를 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뷰어다. 콘텐츠와 뷰어가 결합된 품질 그 자체가 전자책이라는 설명이다. 이 뷰어를 온전히 기기에 담은 것이 전자책 전용 단말이다. 때문에 언제든 예스24 전용 전자책 단말을 출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가격과 사양 등 다양한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만족할 것이란 자신감만 갖는다면 언제든 전용 단말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예스24가 도서 가격 할인으로 온라인 서점에서 선전한 것처럼 전자책에서도 합법적인 테두리내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 것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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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도서 정가제가 종이책과 달리 출판사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거라면 애초에 그 가격대를 유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가격 경쟁력 확보에 주안점을 둘 겁니다.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소비자들에 경제적인 헤택을 주는 것은 1위 사업자로서 당연한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출근 두 달. 그가 다른 온라인 서점에 궁금한 것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다음 인터뷰이인 서영규 인터파크도서 대표에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를 물었다. 전자책과 관련해 아직 10%의 전략을 숨기고 있는 김 대표가, 경쟁사의 전략 탐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