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TV·스마트폰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일반입력 :2011/10/27 08:00    수정: 2011/10/27 10:30

손경호 기자

인텔의 스마트TV 셋톱박스칩 사업철수, 스마트폰칩 시장의 부진 원인은 핵심 수요자를 잡지 못한 채 너무 공격적으로만 시장에 접근했던 때문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EE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인텔이 TV나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시장에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 왔다”며 “주문자상표부착(OEM) 제조사와 같은 직접적인 칩 구매처를 찾지 못한 점이 한계였다”고 지적했다. 구글TV의 경우 방송사업자를 잡지 못한 점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 인텔은 x86코어에 기반한 첫 통합칩(SoC)을 개발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장에서 이렇다 할 제품에 탑재되지 못했다. 스마트폰을 향한 두 번째 노력으로 이 회사는 재작년부터 아톰 칩셋에 기반한 무어스타운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 역시 수요처를 찾지 못해 사업이 유야무야됐다.

인텔코리아 최원혁 이사는 “무어스 타운은 전력소모량도 기존 제품보다 줄였고, 잘 개발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제품에 탑재되지 못해 뭐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노키아와 파트너로 나서 미고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인텔의 아톰 칩셋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 무산됐다. 노키아는 미고OS를 버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7.5(망고)에 기반한 스마트폰 노키아800을 오는 26일 출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EE타임스는 타이완의 협력업체들은 인텔이 주도하는 계획이 마치 성공을 위한 보스처럼 행동한다는 점에서 불만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3개월 전 타이완의 거대 ODM사들이 미고OS에 기반한 제품을 개발하는데 충분한 공을 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텔은 현재 미고OS 대신 내년에 새롭게 나올 타이젠OS에 합류할 것을 권유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인텔은 과감하고 대담하게 투자하는 반면 사업이 여의치 않으면 사업을 쉽게 접는 경향이 있다”고 EE타임스는 밝혔다. 인텔이 타이젠OS로 이동하면서 이 회사와 함께 미고OS 개발에 참여했던 개발자들은 약 1년의 시간을 낭비해버렸다는 생각을 한다고 보도는 덧붙였다.

인텔이 노리고 있는 모바일 칩셋의 차기작은 아톰프로세서에 기반한 메드필드 칩셋이다. 그러나 이 칩 역시 삼성이나 애플과 같은 주요 제조사들의 제품에 탑재돼야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보도는 이에 대해 만약 인텔이 PC시장에서처럼 고객들을 휘두를 수 있기를 바란다면 더 넓게 기술을 적용하고 더 긴 호흡의 장기 로드맵을 개발할 수 있을 만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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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텔리니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올해가 첫 인텔 칩셋 기반 스마트폰을 볼 수 있는 원년”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메드필드가 탑재된 안드로이드3.0(허니콤) 기반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프로토타입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인텔은 안드로이드 2.3에서 구동하는 메드필드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시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