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티브 잡스, 실패를 통해 배운 UX

4인4색 UX를 말하다 - 8

이지현입력 :2011/10/21 10:16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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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타계한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는 지난 2010년 아이폰4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인간입니다. 우리는 실수를 합니다. 다만 우리는 실수를 빨리 알아내죠. 바로 그것이 우리가 세상에서 고객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최고의 회사가 된 이유입니다."

여기에서 언급된 실수에는 다양한 실수의 원인들이 있을 수 있지만 스티브 잡스는 늘 사용자를 지향하는 기술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큰 인물이어서 이에 관련된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되풀이하곤 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1983년 세계 최초의 GUI 탑재 퍼스널컴퓨터(PC)를 모토로, 그래픽 디자이너들에게 최적화됐으나 과다한 기능과 높은 가격(9천995달러) 때문에 실패한 '리사', 애플에서 퇴출당한 후 파워풀한 기능은 좋으나 역시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한 '넥스트(NeXT) 컴퓨터', 애플의 디자인팀이 야심차게 작은 투명박스 디자인을 선보였으나 발열문제 등으로 실패한 '파워맥 G4큐브', 모토로라와 합작해 음악서비스에 최적화된 휴대폰을 구현하려 했으나 용량과 전송 속도 및 사용성 문제가 있었던 'Rokr폰',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데이터들(이메일, 일정, 주소록, 사진 등)을 관리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였지만 높은 가격과 버그 문제, 부족한 사용성으로 실패한 'MobileMe'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들 실패들은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좋은 사용자경험(UX)을 대중화하고자 했던 그의 욕심과 이상이 빗어낸 결과들이 대부분이었다. 즉 남보다 앞서 좋은 UX를 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한 후 시행착오를 거치는 행위들이 반복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실패 사례 뒤에는 우리가 기억하는 많은 성공 사례들이 존재한다. 세계 최초의 성공적인 PC로 불리우는 맥킨토시는 실패한 전작이었던 리사의 기능과 스펙을 대중들이 꼭 필요로 한 것들로 재구성하여 대중들의 눈높이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컴퓨터로 자리잡았다. 대중들은 마우스와 그래픽 요소를 통한 직관적 조작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맥킨토시에 열광했으며 이후 애플의 성공시대를 열게 된다.

■아이팟, 후발주자로 나서 시장 리더로

 

아이팟을 만들었던 2001년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때는 좀 남달랐다. 경쟁사의 실패 사례를 연구하여 실패한 UX상의 불편한 점을 개선한 후발주자로서도 성공을 이뤘던 사례다.

필자도 한때 몸 담았던 새한정보시스템의 세계 최초 mp3 플레이어인 MPMAN을 비롯, 다양한 경쟁사들이 출몰한 가운데 경쟁사들은 절반의 성공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2001년경 급속도로 정착된 P2P(개인간 파일 공유 서비스: 대표적인 것이 Napster)로 인해 개인의 PC에는 방대한 양의 MP3 파일이 축적됐지만 여전히 사용자들은 부족한 용량의 하드웨어와 불편한 사용성을 가진 MP3 파일 매니저 프로그램으로 인해 매일같이 MP3 플레이어를 PC에 연결해 카피하고 지우고 MP3 파일들을 관리하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와 존 루빈스타인 부사장과 같은 경영진들은 사람들의 경험 상에 나타난 실패의 이유를 정확히 분석하고 사용자들의 불편 요소(Pain Points: 사용자 경험상의 불편한 요소들을 부르는 영어 표현)를 개선하기로 했다. 당시 도시바에서 만들었으나 쓸모 없게 여겨졌던 5G, 10G짜리 1.8inch 하드 디스크를 탑재하였고 많은 노래들을 선곡하기 쉽게 하기 위해 클릭휠 인터페이스를 채용했으며, 효과적인 PC와 MP3 파일간의 동기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Sound Jam MP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던 회사를 인수하여 iTunes를 출시했다.

그 결과 후발주자였던 애플은 MP3 음원관리와 사용성, 디자인 등에서 우위를 보이며 빠른 시간 내에 선발 주자들을 넘어서 유일무이한 시장의 리더로 자리잡았다.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

맥킨토시와 아이팟의 사례에서 우리는 애플이 자사와 경쟁사의 실패에서 고객들이 왜 선택하지 않았는지 혹은 어떤 점이 불편한 경험 요소인지를 정확히 진단하고 실패를 성공의 밑거름으로 만드는 훌륭한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

항상 새로운 기술이 소개될 때, 시장에서는 과도한 기능과 높은 가격, 불편한 UX면에서 실패 혹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된다. 이 때 많은 회사들이 왜 실패했는지 빠르게 진단하지 못하고 실패를 반복하며 때로는 실패한 프로젝트의 담당자들을 이동, 면직 시키는 등의 경우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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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UX 측면의 실패는 잘 측정되지 못하거나 판단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기존 실패의 교훈들이 다음 단계에서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지 적절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회사들은 우연히 몇 번 성공할 수는 있으나 지속적으로 UX 측면에서 확실한 리더의 입장에 서서 사용자들이 열광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만들지 못할 것이다.

시대를 앞서는 성공,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 우월한 사용자 경험을 가진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사와 경쟁사의 실패를 UX 측면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한다. 특히 사용자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기 위해 기존의 사례들이 무엇이 부족하였는지 늘 고민하던 스티브 잡스의 열정과 비즈니스 접근 방식은 UX 측면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많은 회사들에게 쉽게 잊어서는 안 될 영원한 고전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지현 IT컬럼니스트

UX 분야의 중요성과 가치, 전문성과 깊이를 스스로 성찰하고 업계에 전파하고자하는 프론티어. KAIST에서 인간중심디자인, 인터랙션 디자인으로 학/석사 학위를받고 Aalto 대학에서 IDBM(디자인 경영 협동 과정)으로 EMBA를 취득하였다.NHN과 FID(인터넷 컨설팅 그룹 겸 웹에이전시)에 UX 관련 조직을 설립하고발전시켰으며 한국, 미국에서 웹서비스, 소프트웨어, 온라인 게임, 모바일 기기및 서비스, IPTV, 가전제품, 공공 정보 시스템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의 UX프로젝트를 리딩해 왔다. 현재 미래의 UX 서비스 경험에 관심을 가지고서울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