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시위 해커 가세... 금융권 인사들 사이버 피습

일반입력 :2011/10/19 15:14    수정: 2011/10/19 19:35

김희연 기자

금융자본의 탐욕을 규탄하기 위한 ‘월가 점령시위’에 해커들도 나섰다. 美 금융권 수장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그들의 시위 방식이다. 인터넷 해킹을 투쟁수단으로 활용하는 '핵티비스트'들은 월가 시위 참여자들에 대한 경찰에 무자비한 제재에 반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골드만삭스, JP모건 체이스, 뉴욕증권거래소에 이어 씨티그룹도 해킹피해를 입었다. 월가를 움직이는 주요 금융권 수장들을 향해 해커들이 날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유출해갈 뿐 다른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다. 이들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진 해커는 'CabinCr3w'라고 알려진 상태다.

CabinCr3w가 가장 먼저 피해를 입힌 것은 美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수장인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다. 블랭크페인 CEO는 3분기 실적 저조로 경비 추가절감 방안 소식을 내놓은 데 이어 개인 정보유출로 악재가 겹쳤다.

씨넷뉴스는 해커들이 텍스트파일 호스팅 사이트인 페이스트빈닷컴을 통해 그의 개인정보를 탈취한 사실을 밝혔으며, 그의 주요 정보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민감한 신용정보는 빠져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CabinCr3w는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의 CEO인 제임스 다이먼의 개인정보를 해킹했다. 다이먼 CEO의 주소, 가족, 비즈니스 관계, 정치금 기부내역은 물론 법적 정보까지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역시도 골드만삭스 해킹 때와 마찬가지로 특정 사이트를 통해 해킹사실이 알려졌으며, 해커에 의해 정보를 공개당했다.

씨넷뉴스는 보안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지속적으로 주요 금융권 CEO가 타깃으로 삼는다는 것은 해커들의 목표점이 확실히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라면서 “금융권 수장만을 노려 월가 점령시위에 대한 항의에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듯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JP모건 CEO의 해킹 이후 다소 잠잠한 듯 보였던 해킹공격이 또 다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이번엔 전 세계를 해킹공포에 몰아넣었던 주범인 해커그룹 어나니머스였다. 이들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웹사이트를 공격해 월가 점령시위자들을 지지했다. 별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일정시간 동안 사이트가 느려지거나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월가의 시위는 주요 美 경영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세력 또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 여의도에서도 금융자본에 대한 규탄이 이뤄진 바 있다. 이처럼 핵티비스트들의 아성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CabinCr3w는 지난 17일 또 다시 해킹을 단행했다. 이번엔 비크라 팬디트 씨티그룹 CEO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

CabinCr3w는 “월가 점령시위 중 씨티은행이 시위자들의 계좌를 폐쇄하는 것은 물론 자금은 인출해 가는 등 기본적인 미국 시민들의 생존권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항의하는 의미로 해킹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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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inCr3w와 그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어나니머스는 월가 점령시위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에 대해 항거하기 위해 해킹활동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위 도중에 뉴욕경찰이 한 여성에 얼굴에 후추 스프레이를 분사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어 더욱 총체적 난국에 부딪치게 됐다.

이러한 이들의 활동에 대해 보안 전문가들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자유는 물론 현실세계에서의 권익 보호 등을 통해 나름대로의 최소한의 명분을 가지고서 공격행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변질된 단체도 양산할 수 있어 이익집단을 위한 범죄행위나 테러 등은 늘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