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에 패소해도 웃는 이유는?

14일 헤이그 판결 휴대폰 분수령

일반입력 :2011/10/13 15:25    수정: 2011/10/14 11:32

봉성창 기자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소송전에서 연거푸 패소했다. 지난달 독일에 이어 13일 호주에서도 애플의 갤럭시탭 10.1에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물론 아직 최종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어서 결과를 속단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본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는 당장 성수기인 연말 시즌에 호주에서 갤럭시탭 10.1을 팔 수 없게 됐다. 비교적 제품 주기가 짧은 IT 제품 속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호주 시장에서 갤럭시탭 10.1 판매는 끝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은 전 세계 9개국 12개 법원에서 20건의 맞소송을 진행중이다. 애플은 디자인을 문제 삼았고 삼성전자는 통신 특허 침해를 지적했다. 현재 스코어는 2대 0으로 삼성전자가 당장 밀리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것이 향후 삼성전자의 태블릿 사업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삼성전자가 최종까지 패소한다면 이후 차기 태블릿 제품은 어떤 방식으로든 지적받은 기술과 디자인을 바꿀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출시된 태블릿 제품의 판매 금지로 인한 다소 금전적 손실과 기업 이미지에 대한 타격이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삼성전자의 태블릿 판매량은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아직까지 구체적인 태블릿 제품 판매 수치를 밝히지 않는 이유도 이같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스마트폰 및 태블릿 판매 목표량이 6천만대이며 그중 태블릿이 차지하는 비중인 700만~800만대 가량”이라며 “설사 태블릿 제품을 판매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갤럭시S2 등 스마트폰 관련 네덜란드 소송은 사실상 삼성전자의 승리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8월 네덜런드 헤이그 법원에서 갤럭시S2 등에 대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지만, 애플이 제기한 10건의 디자인 표절 건 중 단 1건만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지적받은 포토플리킹 및 바운싱을 삭제하고 다른 기술로 대체한 새 제품을 발빠르게 선보였다.

반면 애플은 삼성전자가 제기한 통신특허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될 전망이다. 3G 통신이 가능한 아이폰 전 제품은 물론 아이패드까지도 판매가 불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하더라도 이미 표준화된 기술인 3G 통신 특허를 피해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만약 애플이 삼성전자와 합의하지 않고 재판에서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경우 스마트폰 사업을 아예 접어야 된다. 오는 14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법정에서 최종 판결에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까지 흐름은 삼성전자가 크게 유리한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진행된 심리에서 수세에 몰린 애플은 급기야 삼성전자의 통신 특허 침해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심지어 비공개를 전제로 한 협상 내용을 폭로하기도 해 눈총을 사기도 했다.

만약 애플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삼성전자에 패소할 경우 당장 아이폰 및 아이패드 3G 제품 일체를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이와 같은 헤이그 법원의 판결은 현재 심리가 진행되고 있는 전 세계 법원에서 판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삼성전자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앞서 14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법원에서는 애플이 호주와 같은 건으로 제기한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패소하면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인퓨즈 4G, 갤럭시S 4G, 드로이드 차지, 갤럭시탭 10.1 등을 판매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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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네덜란드 헤이그 법정에서 삼성전자의 3G 통신 특허를 표준 기술로 인정하고 조정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법원이 애플에게 ‘프랜드’(FRAND, fair, reasonable & non-discrim inatory) 권리를 인정해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프랜드란 특정한 특허가 없는 기업도 적정 수준의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면 표준 특허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허 무임승차자에게는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라며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송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