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 64비트 플래시 정식 지원 의미는

일반입력 :2011/10/10 14:04    수정: 2011/10/10 17:34

어도비는 최근 '플래시 플레이어 11' 정식판을 내면서 64비트 환경을 공식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이를 널리 알리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회사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스마트TV 플랫폼으로 제공될 AIR 기술 제휴와 웹기술 관련 업체 인수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제 어도비는 PC가 더이상 범용 애플리케이션 구동과 콘텐츠 제작, 소비환경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모양새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OS가 몇비트냐 하는 문제는 PC 플랫폼에서만 의미 있다. 즉 이번 64비트 플래시 지원은 모바일과 TV 플랫폼 공세에 못잖게 현대적인 PC 환경에 보조를 맞추려는 노력이다. 이전 사례를 돌아봐도 태블릿, 스마트폰 등 PC가 아닌 단말기에서 돌아가는 디자인 도구와 서비스 소개에 힘을 쏟아온 게 사실.

미국 지디넷 등 외신들은 이달초 어도비가 윈도, 맥, 리눅스 환경에서 돌아가는 64비트 브라우저용 플래시 플레이어 11 버전을 마침내 내놨다고 보도했다. 플래시 플레이어 11은 64비트 OS 사용자들이 64비트 브라우저에서 플래시를 돌릴 수 있게 해준다. 64비트 컴퓨팅 환경의 성능과 이점을 활용해 기존보다 상대적으로 컴퓨팅 성능과 자원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현재 어도비가 배포하는 플래시 플레이어 설치 파일은 32, 64비트 파일을 같이 품었다. 윈도7 64비트 사용자가 64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IE)로 플래시 설치파일 다운로드 페이지에 들어가서 플래시 파일을 내려받고 실행하면 IE용 플래시 32, 64비트 버전이 함께 깔린다.

■늦었지만 옳은 방향

64비트 플래시가 정식판으로 나오기 전까지 64비트 OS 사용자들은 32비트 플러그인이 돌아가는 32비트 브라우저를 써야 했다. 개발중인 64비트 플래시를 쓰자니 오류가 잦고 불안정했다. 32비트 브라우저는 OS 종류를 가리진 않지만 64비트 OS 환경에서 쓸 땐 64비트 플랫폼의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다.

어도비는 이 '64비트' 플래시 정식판을 3년 넘게 준비해왔다. 회사가 이를 개발한다는 것을 처음 언급한 시점은 지난 2008년 7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서다. 지난해 9월 윈도, 맥, 리눅스용 64비트 플래시 베타 버전을 내놨고 약 1년이 지난 이달초 플래시 플레이어 11 버전 배포를 시작했다.

그러나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현시점까지 어도비는 32비트 영역에 장기간 안주해 온 것으로 비친다. 개인용 컴퓨팅 환경이 64비트 기반으로 넘어오기 시작한 추세가 더 앞서 있기 때문이다. 리눅스와 맥OS 환경은 이미 64비트 기반으로 돌아간다. 윈도XP 사용 환경은 32비트가 주를 이뤘지만 윈도 비스타와 윈도7이 확산되면서 일반 사용자 PC가 64비트 환경으로 넘어가는 추세가 짙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64비트 윈도 시대를 연 것은 지난 2005년 개인 사용자를 위한 '윈도XP 프로페셔널 x64 에디션'을 내놓으면서다. 이는 윈도XP가 처음 나온 2001년에서 4년이 지난 시점이다. 같은 윈도XP란 이름으로 64비트를 지원하는 별개 버전을 만들어야 할만큼 64비트 지원이 중요한 이슈였다는 얘기다. MS는 이어 2007년 윈도 비스타, 2009년 윈도7을 통해 계속 32, 64비트 OS를 나란히 출시했다.

■향방은?

어도비가 PC 환경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보안과 성능 측면에서 모바일 등 PC가 아닌 플랫폼에도 최적화를 위한 노력과 결실을 드러낸 것 뿐이다.

최근 영면한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월 '플래시에 대한 단상'이란 글을 통해 PC 환경에 안주해온 어도비 기술이 자사 iOS를 비롯한 모바일 플랫폼에 알맞지 않다는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그런데도 어도비는 그해 6월 플래시 플레이어 10, 9 버전대 플러그인과 어도비 리더, 아크로뱃 9 버전대에서 사용자 컴퓨터를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보안취약점이 발견됐음을 알려 망신을 당했다.

지디넷 블로거 에드 보트는 플래시 플레이어 11이 두드러진 보안, 프라이버시 개선점을 많이 포함했지만 어도비가 몇년째 노력해온 성능과 신뢰성 강화도 주목할 만하다며 어도비 측은 일일이 광고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인 향상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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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어도비가 비PC 플랫폼 부흥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실추돼온 플래시 플레이어의 평판을 지난 과거처럼 되살려낼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한편 최근 MS가 윈도8 프리뷰 빌드를 공개하면서 선보인 태블릿 전용 인터페이스는 액티브X를 지원하지 않아 기존 PC 기반의 플래시 플레이어를 쓰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도비는 윈도PC용 플래시 플레이어와 별개로 윈도8 태블릿을 위한 별도 플래시 플레이어를 만들어 제공할 가능성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