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광구 참패, 국산 3D영화 돌파구는?

국산 3D 콘텐츠, 어디까지 왔나-①

일반입력 :2011/10/09 14:28    수정: 2011/10/09 15:25

남혜현 기자

아쉬움이 많다. 영화든 방송이든 하나가 터졌으면 좋았을 텐데 더 어렵게 됐다. 3D가 죽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의 아바타가 될까 관심을 모았던 영화 `7광구`가 흥행 참패하면서 국산 3D 콘텐츠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커졌다. 7광구는 개봉 3일만에 1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거품은 빨리 꺼졌다. 재미없다는 입소문 탓이었다.

흥행 실패는 투자자의 발걸음마저 끊어버렸다. 100억원을 쏟아부은 대작이 7광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7광구의 흥행부진은 곧 3D 영화의 실패로 인식됐다. 연내 크랭크인이 약속됐던 3D 영화 다수는 제작이 미뤄지거나 혹은 계획 자체가 백지화됐다.

7일 기자와 만난 한 3D 영화업계 관계자는 7광구가 실패하고 난 이후 투자사들이 3D 영화 제작을 꺼리고 있다며 연초 기획됐던 3D 영화나 드라마들이 촬영에 들어가지 못하고 엎어진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7광구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거론되던 3D 기획물, 다 어디로 갔나

3D 공포물로 제작될 예정이었던 '기생령'은 지난 8월 일반 2D 영화로 극장 개봉했다. 갑작스런 변경 이유는 제작비였다. 투자사로 참여했던 케이디씨측 관계자는 3D로 촬영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고, 투자 대비 수익도 2D가 더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첫 3D 드라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신의' 역시 2D로 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역시 제작비 문제다. 3D 영화가 콘텐츠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아바타 이후 이렇다할 흥행작이 없다는 게 한계로 작용했다.

이와 관련 국내 3D 촬영 전문가는 국내 기술로 3D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국산 3D 콘텐츠의 흥행작이 없다는게 투자사를 모으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제작이 계획됐던 영화판 '신의' 제작도 답보 상태다. 배급, 촬영, 배역 등 다양한 부문이 촬영 연기의 원인이 됐다. 일각에서는 영화 '신의'가 중국서 만들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국내선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으니 보다 시장이 큰 중국서 만들어질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국산 시나리오지만, 이 경우 중국이 판권을 가져가게 된다.

제작비를 확보했지만 촬영이 미뤄지는 경우도 있다. 300억원의 투자규모로 화제를 모았던 3D 영화 '미스터고(GO)'의 경우 제작사 측에서 크랭크인 연기를 발표했다. 미스터고는 감독과 주연배우가 확정됐고, 촬영을 위한 3D 카메라까지 갖춰진 상태였다.

업계서는 미스터고의 촬영연기를 두고 경험 부족을 꼽는다. 국내선 3D 촬영 전문 인력이 드문데다, 고릴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큼 상당한 수준의 컴퓨터 그래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비며 인력 등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데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관객들은 볼만한 3D 영화가 없다고 하지만, 만드는 사람들은 돈과 시간을 달라는 입장이다.

■바보야, 문제는 스토리야

한국콘텐츠진흥원 3D제작인력양성팀 주봉현 차장은 7광구의 흥행이 부진했던 이유는 3D 때문이 아닌 콘텐츠 자체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쉽게 말해 아바타는 2D로 만들어졌어도 사람들이 볼만한 콘텐츠였다는 것이다.

흔히 생각하듯 '물체가 앞으로 툭툭 튀어나오는 것'이 3D의 전부는 아니다. 상영시간 내내 입체감만 강조된다면 보는 사람들은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이것이 휴먼팩터다. 재미는 없는데 입체감만 있다면 관객들은 3D 영화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주봉현 차장은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부터 입체감이 고려되어야 제대로 된 3D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관객이 흥미를 가지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중요한 요소마다 3D 효과를 감초처럼 넣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D로도 재밌는 탄탄한 시나리오에 3D라는 양념이 적절히 버무려져야 국산 아바타도 기대해 볼만하다.

주 차장은 촬영감독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 기획과 촬영, 편집을 아우를 수 있는 슈퍼바이저를 육성해야 한다며 제작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게 되다면 내후년 부터는 본격적인 3D 콘텐츠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아울러 실사 중심의 3D 촬영도 강조됐다. 7광구는 사물이나 인물을 3D로 촬영하지 않았다. 대신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2D 영상을 3D로 변환(converting) 했다. 두 대의 카메라로 촬영해 입체감을 내는 실사 촬영과는 크게 다르다. 엄밀히 말해 7광구를 3D 영화라 부르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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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문가들은 2D를 3D로 변환하는 것이 실사 입체촬영의 대안이 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실사 촬영이 어렵기 때문에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변환한다고 하지만, 이 작업 역시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는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제대로 된 3D 컨버팅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공언하며 제작한 3D판 타이타닉은 내년 4월경 개봉한다. 1천억원이 넘는 투자금에 제작기간만 2년이 걸리는 셈이다.

EBS가 제작한 3D 다큐 '앙코르와트' 제작에 참여한 소현수 감독은 아바타는 하루 아침에 나온 콘텐츠가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헐리우드 역량이 축적된 결과라며 실사 촬영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우리도 볼만한 완성작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