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vs 세일즈포스, 엇갈린 클라우드 철학

일반입력 :2011/10/06 07:19    수정: 2011/10/06 09:22

김효정 기자

[샌프란시스코(미국)=김효정 기자]오라클 '오픈월드 2011'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오라클이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CEO의 기조연설을 하루 전에 취소한 것이다. 클라우드를 주제로 5일(현지시간) 오전 발표를 앞두고 있던 베니오프 CEO는 결국 오픈월드 행사가 열리고 있는 모스콘센터 인근의 한 레스토랑에서 나홀로 기조연설을 강행했다. 참가자는 고작 75명 정도였다.

이날 오후에는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의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다. 주제는 클라우드이다. 앨리슨 회장의 기조연설은 이번 오픈월드의 핵심 메시지가 전달된다. 바로 오라클이 이번 행사 내내 강조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엔지니어드 시스템이자, 이를 통해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메시지다.

반면, 베니오프 CEO의 클라우드 철학은 이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지난해 오픈월드 2010에서도 말했듯, 세일즈포스닷컴의 클라우드 철학은 '클라우드는 박스(장비) 안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라클 측은 베니오프의 기조연설 취소 이유에 대해 '많은 참가자'라고 밝혔다. 총 4만5천여명이 참가한 오픈월드 행사였지만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온 주요 기조연설자의 일정을 취소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베니오프는 기조연설 참가 의지가 매우 강했다. 그는 기조연설 취소 통보를 받은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래리, 미안하지만 쇼는 계속돼야 한다라고 작성해 이를 강행키로 했다.

양사의 클라우드 철학을 놓고 앨리슨과 베니오프는 오픈월드 2010에서 한바탕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베니오프는 서버를 구매하는 회사는 사라질 것이라며 클라우드는 박스 안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앨리슨 회장은 세일즈포스닷컴은 SaaS(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이며 DB에 고객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도 보안상 단점이라고 말해 세일즈포스닷컴의 클라우드를 깍아내렸다.

이러한 해프닝 탓에 오픈월드 2011의 주요 관전포인트로 클라우드에 대한 양사의 철학이 어떻게 격돌할 지 행사 전부터 IT종사자들의 관심이 증폭됐었다. 그러나 오라클이 베니오프의 클라우드 기조연설을 갑자기 취소한 탓에 기대했던 설전을 벌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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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오프가 이날 레스토랑에서 진행한 기조연설의 주제는 역시 세일즈포스닷컴이 지향하는 클라우드였다.

그는 소셜 기술이 우리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우리의 역할은 소셜 파워를 이용해 기존 비즈니스를 변환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소셜적인 요소를 더해 CRM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비즈니스 모델을 강조했다. 이번에도 베니오프의 클라우드 철학은 서버(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웹접속 데이터센터에 기반한 클라우드 컴퓨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