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왜 건드렸나…아이폰4S 창고에 쌓일 판

일반입력 :2011/10/05 19:16    수정: 2011/10/06 11:25

김태정 기자

“참을 만큼 참았다”

애플에 선전포고를 날린 5일 오후 삼성전자 내 분위기는 이렇게 요약된다. 독하게 마음먹고 끝장을 보자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성공하면 애플 아이폰4S가 창고에 쌓일 판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2시(한국시간) 애플이 아이폰4S를 발표한지 불과 15시간 만에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아이폰4S가 삼성전자 통신 특허를 무단 도용했으니 판매를 막아야한다는 주장이다.

가처분 신청은 이르면 3~6개월 안에 결과가 나오기에 애플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마지막 수단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의 ‘무임승차’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며 “추가 검토를 거쳐 가처분 소송 대상 국가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통신 특허 못 피해”

삼성전자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특허는 3G 통신기술인 WCDMA.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에 분명 탑재된 기술이다.

애플도 지난달 26일 네덜란드 법정서 “삼성전자가 가진 특허 기술 없이는 휴대폰을 만들 수 없다”며 삼성전자의 특허 기술을 사용한 사실을 인정했었다. 애플은 이 기술을 유료로 쓰려고 삼성전자와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허권자인 삼성전자 허락 없이 아이폰을 만들고 열심히 팔아 온 게 사실.

삼성전자는 애플이 부품 고객이기에 말없이 참아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태블릿이 자사 제품 디자인을 베꼈다며 먼저 소송을 건 애플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난 것.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최근 간담회서 “아이폰 판매금지 가처분을 계획 중인가”라는 질문에 “적당한 기회에 법무팀이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었다. 애플에 대한 마지막 경고 메시지였던 셈이다.

극단적 상황이 오면 삼성전자는 제품 디자인을 고쳐 팔면 되지만, 애플은 아이폰 사업을 접어야 한다. 통신모듈 없는 휴대폰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삼성전자 특허 등록 수는 IBM에 이어 미국 내 2위. 휴대폰 관련 특허는 독식 수준이며, 분쟁 가능성 있는 500여개는 특별 관리한다. 삼성전자 특허를 피해 휴대폰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애플은 휴대폰 신인이기에 더욱 피해가기 힘든 현실이다.

■아이폰4S 별 것 없다…애플 기술 바닥?

게다가 애플은 기술적 밑천도 바닥났다. 아이폰4S에 대한 냉담한 시장 평가가 이를 방증한다.

아이폰4S 핵심 사양은 1㎓ A5 칩 듀얼코어. 수치만으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1.5㎓ 듀얼코어 프로세서도 흔한 현 시점에 나온 애플 전략으로는 중량감이 떨어진다. 최소한 '혁신'은 없었다는 분석이다. 애플이 강조한 800만 화소 카메라 역시 식상한 수준이다. 갤럭시S2와 이보4G, 레이더4G 등 근래 나온 고급형 스마트폰 대부분 카메라가 800만 화소다. 500만 화소인 아이폰4보다 발전했을 뿐 큰 매력은 없는 것이 사실.

디자인도 큰 변화가 없다. 3.5인치 크기에 레티나 디스플레이 그대로다. 4인치 이상 대화면이 인기를 끄는 현 시장서 파장을 내기 어렵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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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C 파트너의 애널리스트인 콜린 길리스는 “기존 아이폰4에 칩을 A5 프로세서로 교체하는 데 16개월이 걸렸다”며 “아이폰4S는 고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애플이 삼성전자의 법정 공세를 피해 아이폰4S를 출시해도 이전만큼의 성공은 장담이 어렵다. 삼성전자 측 기세가 더 올라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