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하드웨어 3사 건강상태는?

일반입력 :2011/08/17 09:32

HP, 델, 넷앱. 모두 기업용 컴퓨팅 하드웨어로 강세를 이어온 기업들이다. HP와 델은 전통적인 컨슈머 영역에서 기업시장으로 사업 비중을 옮겼다. 넷앱은 증가하는 기업용 스토리지 수요에 질주를 거듭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유행은 개인소비자 영역을 줄이면서 기업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 3사의 성적표는 IT시장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한다.

델은 17일 회계연도 2012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넷앱과 HP도 17일, 18일 분기실적을 발표한다. 실적발표에 앞서 월가의 전망치도 나왔다. 15일 지디넷은 월가가 내놓은 3사의 실적전망과 함께 엔터프라이즈 하드웨어 기업들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전했다. 기업들의 IT지출증가에 따른 성장세가 대체적인 분위기다.

클라우드 시대 데이터센터는 개인용PC를 한 곳에 모은 거대한 컴퓨터다. 사용자 PC에 흩어져있던 CPU, 저장매체, 운영체제(OS), SW 등이 모두 개인 손에서 데이터센터에 모인 것과같다. 사용자는 단순한 접속 단말기로 게임부터 핵심업무까지 인터넷을 통해 이용하게 된다.

이는 개인용 PC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노트북은 더 가벼운 태블릿으로 대체되고, 고성능인 워크스테이션까지 클라우드에게 자리를 뺏길 처지다. PC 시대의 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PC수요 감소에 따라 윈도 OS 매출감소를 겪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HP와 델도 PC의 수요감소에 직격탄을 맞았다. 프린터, PC, 엔터프라이즈 등의 세 축으로 이뤄진 HP의 매출은 개인소비자 사업의 약세에 흔들리고 있다. 델 역시 데스크톱과 노트북 판매 감소에 실적부진을 겪었다.

신학기 특수도 PC시장의 부활을 이끌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타개책은 결국 PC의 대규모 집합체인 데이터센터와 기업시장을 공략하는 쪽으로 모인다.

피터 미섹 제퍼리스 애널리스트는 “개인용 PC사업의 부진추세가 신학기 PC 매출 하락으로 더 강해졌다”라며 “그러나 기업의 IT지출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PC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델은 최근 한결 나아진 성적표를 받았다. 델은 기업들과 공공기관의 PC교체 수요 덕을 봤다. 지난 회계연도 2011년 매출 중 27%가 공공시장의 PC교체에서 나왔다.

델은 회계연도 2012년 2분기에 157억6천600만달러 매출, 주당 48센트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주당 28센트를 거뒀던 전년동기보다 71% 늘었다. 지난 1분기는 49센트 순익과 150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보다 무려 177% 상승한 수치였다.

마이클 델 회장은 올해들어 엔터프라이즈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의 전략은 현재까지 성공을 이어오는 모습이다. 지난 1분기 서버, 스토리지 사업이 전체 매출의 30%를 넘어서며 순익 상승을 견인했다. 기업용 PC도 꾸준함을 보였다.

델의 2분기 성적은 이같은 추세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도이치방크의 크리스 위트모어는 “엔터프라이즈와 SMB시장의 수요가 소비자PC 사업의 부진을 충분히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HP는 델보다 이미 더 멀리 나갔다. 전통적인 텃밭이었던 서버뿐 아니라,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합쳐 데이터센터 전반을 공략하고 있다. 스토리지업체 3PAR, 네트워크업체 쓰리콤 등을 인수한 것이 이를 위한 일련의 작업이었다.

시간상 델보다 앞섰고, 라인업 확충도 마무리했지만, HP는 델보다 고전한다는 인상을 준다. 여전히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PC와 프린터에 의존하는 탓이다. 팜 인수로 확보한 웹OS와 그를 바탕으로 내놓은 터치패드는 미지근한 시장반응에 고전중이다.

일단 성적표 자체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는 HP가 회계연도 2012년 1분기에 312억달러 매출과 주당 1.09달러의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부품가격 하락이 HP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18일(현지시간)로 예정된 HP와 델은 동시에 분기실적을 발표한다. HP가 이날 터치패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웹OS 사업에 더 명확한 색깔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부진을 면치 못하는 서비스 및 SW사업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넷앱은 HP나 델과 다른 위치에 섰다. 개인소비자 사업을 갖지 않는 넷앱은 가상화와 클라우드의 수혜를 고스란히 입었다. 2009년 시장점유율 6위였던 넷앱은 작년 순식간에 2위로 급부상했다.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트리오 중 넷앱의 성장세는 독보적이다. 주춤할 틈도 없이 빅데이터 시대에 기업의 스토리지 용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센터 고도화와 서버 통합도 스토리지 수요증가에 기름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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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더블딥 현상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도 가상화와 서버 통합은 기업들의 비용절감 추세와 맞물려 큰 트렌드를 형성할 전망이다. 넷앱은 회계연도 2012년 첫분기에 1억5천100만달러 매출과 주당 55센트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위트모어는 “지난달까지 넷앱의 채널사업은 몇몇 대규모 계약으로 견실함을 입증했다”며 “미국 경제전반의 침체에도 불구, 넷앱의 성장세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