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시장’ 스마트폰 게임 퍼블리싱 전쟁

일반입력 :2011/08/12 09:40    수정: 2011/08/15 21:31

전하나 기자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최근 퍼블리싱 전쟁으로 뜨겁다. 게임빌, 컴투스 등 기존 모바일게임사 뿐 아니라 넥슨,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등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판이 커지고 있다. 인크로스에서 분사한 플레이빈 등 새롭게 가세한 플레이어들도 눈에 띈다.

이들 게임사가 퍼블리싱에 주력하는 이유는 시장이 급변함에 따라 창업붐이 일어 아이디어 기획서는 넘쳐나고 모바일게임의 수명은 단축되면서 인하우스 개발보다 투자 대비 효율이 큰 퍼블리싱작이 더 주효하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10여종의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컴투스와 게임빌은 자사 리소스를 늘려 지속적으로 게임을 발굴할 계획이며 넥슨모바일 역시 퍼블리싱을 통한 영역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네오위즈인터넷은 ‘네오플라이’라는 투자·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능성 있는 개발사에 투자를 진행하는 동시에 우수 게임에 퍼블리싱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NHN 한게임 자회사인 오렌지크루 또한 지분투자와 퍼블리싱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콘텐츠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엔씨소프트도 최근 모바일게임사를 인수합병하면서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무대가 글로벌로 확대 재편되면서 퍼블리싱 대상을 고르는 폭도 넓어졌다. 특히 국내 개발사의 게임을 해외 시장에 내놓는 것은 물론 해외 개발사의 게임을 국내 사정에 맞게 현지화하는 일이 활발하다. 또 해외 시장에 발빠르게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개발사들 게임의 국내 서비스를 맡는가 하면, 만약 해당 개발사가 iOS 버전만 내놨을 경우 안드로이드 버전을 개발해주기도 한다.

해외 개발사의 게임을 현지 퍼블리싱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컴투스 이종하 퍼블리싱부장은 “하반기에 미국 현지법인을 통해 미국 개발사의 게임을 북미 시장 내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게임빌 김충식 마케팅팀장은 “피처폰 시절이라면 생각치도 못한 기회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퍼블리싱의 개념도 전과 같이 단순히 유통 대행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아예 퍼블리셔가 기획단계에서 게임을 함께 검토하고 개발비를 대주는 일도 있다. KTH 올스타모바일 관계자는 “회사 내 개발사 스튜디오가 게임 소싱을 할 때 미디멈개런티 방식으로 개발비를 투자한다”며 “게임 개발에 분산할 자원을 퍼블리싱에 투입해 더 좋은 사업성과를 거두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새로운 협력 모델도 속속 등장한다. 국내 개발사 페이즈캣이 iOS용으로 개발한 ‘코스트디펜스’를 국내 안드로이드 마켓에 퍼블리싱하고 있는 플레이빈 관계자는 “코스트디펜스 게임 내 부분유료화 시스템 등을 새롭게 설계해 탑재했다”고 밝혔다.

비슷한 맥락으로 게임빌은 애플 앱스토어 내 유명IP게임 ‘카툰워즈’ 시리즈 개발사인 블루지앤씨와 제휴, 자체 크로스 프로모션 모듈과 SNS 플랫폼 ‘게임빌 라이브’을 해당 게임에 적용했으며 후속작 공동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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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퍼블리싱 판권 경쟁이 가속화되자 중소 개발사와 인디개발자들은 반색하고 있다. 규모있는 업체 두군데로부터 동시에 퍼블리싱과 투자 제안을 받았다는 한 개인 개발자는 “미국과 일본 시장에 각각 다른 업체와 손잡는 방안을 타진 중”이라며 “조건이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는 것은 기회 또한 점차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아직까지 게임 오픈마켓은 주인 없는 시장”이라며 “규모있는 게임사일수록 독보적인 게임을 어떻게 발굴, 생산해나가느냐에 따라 자사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전체적인 생태계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