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방통위원 삭발항의, 왜?

일반입력 :2011/08/09 11:29    수정: 2011/08/09 12:54

정현정 기자

“갯가의 나무들은 해풍에도 태풍에도 부러지지 않더라. 그냥 휘기만 하더라. 휠지언정 꺾이지 않는 갯가의 나무로...살어리랏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진주MBC와 창원MBC 통폐합에 대한 반대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이같이 표현했다.

양 위원은 8일 오전 방통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삭발한 채로 나타나, 같은 야당추천 상임위원인 김충식 위원과 함께 진주-창원MBC 통폐합 강행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삭발 이유는 이날 방통위 회의에 상정된 진주MBC와 창원MBC 합병 안건 때문이다. 차관급인 현직 방통위 상임위원이 방통위 의사절차에 반발해 삭발을 단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7일 양 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삭발소식을 알리며 “MBC 사장 김재철의 망동을 징계하지 못해 지역방송 구성원과 비수도권 국민들께 사죄드린다”며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죄행위는 이렇게 눈물 흘리며 삭발하는 것 밖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양 위원은 “국민의 공영방송 MBC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수도권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3등 국민으로 전락시키는 김재철씨를 여전히 MBC 사장으로서 행세하게 만드는 사회, 이 몰상식의 사회를 지켜봐야 하는 시대의 아픔이 저의 아픔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삭발 소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이어졌다.

“학생운동때도 한 번도 삭발 투쟁을 해본 적 없다. 누구는 공개적으로 삭발투쟁을 하라고 얘기했지만 나는 여기에 투쟁하러 온 것이 아니다. 종합편성채널 선정 과정에서도 이렇게 안했다. 결국 항의의 표시로 평생 처음으로 머리를 깎았다. 부끄럽다. 누구 말대로 현직 차관이...”

김재철 사장에 향한 비판에는 날이 섰다.

“그 동안 방통위 상임위원들 간 많은 논의가 있었고 합의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김재철 MBC 사장이 강력히 방통위를 일을 잘 목한다고 비난하면서 사표를 던졌다. 이건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왜 나머지 상임위원 3명이 이를 아무말 없이 뒤집어 써야 하나.”

그럼에도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의 안건 보고가 시작되자 양문석 위원은 책상을 내리치며 강력히 항의했지만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측 상임위원들이 상정 의지를 굽히지 않자 결국 퇴장했다.

하지만 삭발 항의 사태에도 결국 진주-창원MBC 합병안은 다수결로 의결됐다. 양문석 위원이 끝까지 강조했던 5인 합의제 기구의 의미가 무색하게 여당측 위원들만이 남아 합병 승인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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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위원은 다수결로 의결이 이뤄질 경우 향후 전체회의를 비롯한 모든 일정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일찌감치 천명했다.

“합의제 정신이 무너지면 방통위는 존재할 이유 없다. 2기 방통위 들어 합의 정신이 깨진적 없고 1기 때도 종편 채널 승인 문제 제외하고는 철저히 5인 합의제 정신 구현해왔다. 정쟁이 걸려있는 영역도 민주주의 방식으로 풀기 위해 상호간에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다. 합의제가 무너진 공간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