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DeNA “한국 스마트폰 게임 배우러 왔다”

일반입력 :2011/07/21 12:32    수정: 2011/07/26 08:46

전하나 기자

“우리는 한국에 공부하러 온 유학생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지난 19일 서울 역삼동 소재의 디엔에이 서울(DeNA Seoul) 사무실에서 만난 곽신국 영업본부장은 ‘공부’ ‘함께’ ‘협력’과 같은 단어들을 많이 썼다.

재일교포 3세인 그는 다소 어눌한 말투지만 인터뷰 내내 생각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한국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무척 인상적이다”며 “디엔에이 모바게 글로벌 플랫폼에 한국 콘텐츠를 담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 내에서 디엔에이는 빠른 의사결정으로 시장을 놀라게 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한국 개발사와 궁합이 잘 맞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는 지난 2006년 2월 피처폰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3천만 명에 달하는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휴대폰 게임 포털 ‘모바게타운’이다. 모바게타운은 게임을 하면서 실시간 채팅을 즐기고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는 ‘원조 SNS’로 불린다.

모바게타운으로 일본 내 선도적인 입지를 굳힌 디엔에이는 지난해 1조 5천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이를 발판삼아 iOS,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 게임에 집중 투자하며 활동무대를 일본에서 북미권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모바게 플랫폼 역시 스마트폰으로 세를 확장할 준비를 끝냈다. 디엔에이는 지난해부터 미국 모바일소셜게임업체 ‘엔지모코(ngmoco)’를 인수하는가 하면 알짜배기 기업들에 지분 투자를 늘리는 등 스마트폰 전용 플랫폼에 조달하기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해왔다.

디엔에이가 한국지사를 설립한 것은 이 같은 방침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곽 본부장은 미국이든 일본이든 디엔에이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장에 실력있는 한국 개발자가 진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한국 개발자가 모바게타운을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했다. “모바게타운이 피처폰에서 큰 성공을 거둔 요인은 구매력 높은 헤비유저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늘어남에 따라 모바게타운 유저풀은 모두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자타공인 모바일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국내 개발자들이 꼭 한번 꿈꿔봐야 할 시장으로 꼽힌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한국이 다소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개발자들은 일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일본 시장 진입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국내 대표 모바일게임사 역시 일본 법인은 수년간 적자를 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때문에 일본 시장을 바라보는 많은 국내 개발자들에게 디엔에이의 플랫폼이 특히나 유효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곽 본부장은 “모바게플랫폼은 그 자체로 소셜성을 담보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액티브할 수밖에 없다”면서 “플랫폼 내에서 다양한 프로모션이 이뤄지는데 이는 게임 매출 향상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디엔에이 서울은 한국 개발자들이 창작에 집중해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스마트폰 전용 모바게 플랫폼을 이용하는 한국 개발자들에게는 엔지모코사의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 ‘엔지코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지코어는 안드로이드, iOS 등 운영체제에 구애받지 않고 하나의 소스로 한 번에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툴이다.

그러면서 “디엔에이는 플랫폼만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다수의 게임을 가지고 있고 또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개발 노하우도 공유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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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한지 채 한달이 되지 않은 디엔에이 서울은 요즘 한국의 개발자들을 만나느라 분주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들이 눈코 뜰새 없이 찾고 있는 것은 잠재력있는 우리의 게임, 또 모바일 이용자를 영리하게 이해하고 있는 한국 개발사들이다. 곽 본부장은 “우리도 성공하고 싶고 우리와 함께 하는 한국 개발자들도 성공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에 온 유학생이지만, 어차피 글로벌 시장에서는 우리 모두가 유학생 아닌가”라며 “아직 무르익지 않은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길에 함께 동행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