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야구 눈엣 가시”…통신사 전투준비

일반입력 :2011/07/16 10:51    수정: 2011/07/17 13:04

김태정 기자

‘카카오톡, 다음은 네이버 야구?’

네이버 모바일 야구 생중계가 통신 업계 ‘눈엣 가시’로 떠올랐다.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 망 부하에 한 몫 거들었기 때문. 통신사들은 여론 눈치를 살피면서 견제구 마련에 고심 중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은 네이버 모바일 야구 생중계에 따른 망부하 수준을 면밀히 파악했다.

■3시간 보면 700MB

이 결과 DMB가 아닌 이동통신망으로 네이버 야구를 3시간 시청하는 데 필요한 용량은 약 700MB. 네이버 운영사인 NHN도 비슷한 수치를 제시했다. SK텔레콤이 아이폰 월 4만5천원 요금제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무료 데이터 용량이 500MB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NHN이 겨냥한 수요는 월 5만5천원 이상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들로 정액제여서 별도 요금 걱정 없이 모바일 야구 시청이 가능하다. 서비스 시작 열흘 만에 동시 접속자 1만명을 넘어섰다. 시청 시간은 왠만한 영화 두 편 수준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 프로야구 139경기를 분석한 결과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17분. 5시간을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많게는 영화 두 편 분량의 실시간 동영상을 휴대폰으로 같은 시간에 1만명 이상이 본다는 설명이다. 사상 최대 프로야구 열기를 감안하면 1만명이라는 동시 접속자 수치는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안 그래도 데이터 트래픽 폭증과 이에 따른 통화 끊김 때문에 머리가 아픈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두고 볼 수 없는 문제가 네이버 야구다.

한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NHN이 KBO와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통신사들에게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며 “우리가 투자한 통신 인프라로 NHN이 수익을 내는 구조는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NHN은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합법적인 데이터 트래픽 전송에 대해 통신사에 따로 요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NHN 측은 “통신사들이 합법적 트래픽 전송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을 가할 수 없다”며 “모바일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를 수요에 맞춰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망 중립 논쟁 ‘뇌관’

통신사들은 향후 ‘망 중립성’ 논의에서 네이버 야구를 ‘문제 사례’로 제시할 것을 검토 중이다. 네이버 야구가 망 중립성 논쟁의 뇌관인 것.

망 중립성이란 ‘통신망 사업자는 모든 데이터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하며 특정 데이터나 서비스에 차별을 둘 수 없다’는 서비스 원칙이다.이 원칙대로면 네이버나 다음, 카카오톡처럼 통신망을 많이 쓰는 사업자라고 따로 돈을 더 낼 필요가 없다. 통신사들이 망 중립성 개념을 뜯어 고치려는 이유다.

지난 14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만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특정 인터넷 서비스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대형 포털들에 대한 불만 표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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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KT 회장은 “통신망으로 비즈니스를 하면 적정한 대가를 내야 한다”고 말했고 하성민 SK텔레콤 총괄사장은 “해외 인터넷 업체들도 밀려올 것이기에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망 중립성 관련 개념과 용어를 재정립하자”고 제안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연말까지 망 중립성과 관련된 정책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네이버 야구와 카카오톡 등 고용량 서비스들의 향방에 중요한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