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분노?...168년 된 신문사 폐간

죽은 소녀 해킹스캔들에 결단

일반입력 :2011/07/08 11:55    수정: 2011/07/08 16:50

이재구 기자

9년 전 죽은 한 소녀가 168년 된 영국 유수의 신문사를 쓰러뜨렸다.

세계적 미디어 제왕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이 최근 휴대폰 해킹 스캔들로 전영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영국내 뉴스코프 계열 신문사인 뉴스오브더 월드(News of the World NoW)를 폐간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명목상 해당 계열사 발행인인 아들이 발표했지만 그가 내린 결단일 수 밖에 없다.

스캔들의 발단은 9년전 죽은 소녀의 휴대폰 해킹과 관련해 당시 신문사의 요청을 받고 해킹했던 사설 탐정이 경찰에서 진술하면서부터다. 이 사건의 배후에 NoW가 있었다고 폭로한 것. 이 소식은 즉각 가디언,텔레그래프,BBC 등의 보도로 이어지면서 영국은 물론 전세계 언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이 신문은 168년이나 됐으며 구독부수는 최소부수만으로도 우리나라 최대 신문의 부수의 2배에 달하는 260만부를 넘지만 머독은 오는 일요일 10일자 발행을 끝으로 신문을 폐간키로 했다.

루퍼트 머독회장의 아들 제임스 머독은 “만일 이번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것은 비인간적이고 회사가 갈 곳이 없다”는 성명서로 심경을 토로했다.

■전 영국 뒤집은 휴대폰 해킹스캔들로 168년 역사가 한방에

머독 회장은 결국 자회사 NoW 편집인이 9년 전 발생한 실종 살해 소녀의 휴대폰해킹을 주도한 혐의로 전영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스캔들 확산에 대해 책임지고 이같은 고육지책(苦肉之策)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 신문은 그동안 유명배우,스포츠맨,정치인은 물론 영국왕실까지 휴대폰해킹을 통해 쇼킹한 뉴스를 파헤쳐 온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결정타는 최근 NoW가 죽은 소녀의 휴대폰을 해킹해서까지 특종을 낚으려고 했다는 사실로 영국을 발칵 뒤집어놓으면서 반인륜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점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NoW는 그동안 영국전역에서 특종 및 선정적 뉴스확보를 위해 휴대폰 해킹도 마다 않았던 데다 죽은소녀 휴대폰 해킹 스캔들로 황색저널리즘의 관행의 대명사로 각인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이 신문사 전 편집인이 경찰에 정기적으로 금품까지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결국 스캔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루퍼트 머독 회장의 결심을 굳히게 만들어 폐간까지 이르게 된 셈이다.

제임스 머독은 이 168년 전통의 이 신문이 “잘못된 행동으로 명예를 훼손했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회사 임원들은 “신문사가 이미 알려진 것보다도 더 광범위하게 휴대폰 해킹을 자행해 온 것으로 믿어지며 혐의에 대한 경찰의 조사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임스 머독은 “잘못된 행동은 좋은 뉴스룸을 나쁜 것으로 만들었으며 이는 완전히 이해되지 못하고, 잘 추적되지도 않았다”면서 “그 결과 뉴스오브더월드(NoW)와 뉴스인터내셔널은 이들 이슈를 한명의 기자에게 한정하는 잘못된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제 자발적으로 경찰에 증거를 제시했으며 나는 이제 이것이 잘못된 진실이 아니었고 잘못된 행위를 한 사람들은 결과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오브더월드 직원 200명 해직

제임스 머독은 “이번 일요일자 뉴스오브더월드는 상업광고를 싣지 않을 것이며 모든 매출은 ‘좋은 일(Good Cause)'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컨드루 뉴스코프 런던 대변인은 씨넷과의 인터뷰에서 200년 가까이 된 이 신문의 직원들의 향후 진로와 관련, “직원들은 해직될 예정이며 뉴스코프사의 다른 계열사에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경시청 스코틀랜드야드가 조사하고 있는 이번 해킹 스캔들은 'NoW가 지난 2002년 9월 13세된 밀리 다울러라는 소녀가 실종후 살해되기 전에 그녀의 휴대폰을 해킹해 특종을 낚으려고 했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석방된 글렌 멀케어라는 사립탐정은 지난 2007년 편집인 클라이브 굿맨가 함께 무단 휴대폰 해킹혐의를 인정한 후 체포돼 징역형을 받았는데 석방된 후 이에 대해 사과했다. 자선단체인 영국재향군인회(Royal British Legion)는 'NoW가 이란과 아프간에서 사망한 영국군 가족들에 대한 보도를 내는 과정에서도 휴대폰 도청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NoW와의 협력관계를 끊었다.

미국의 포드자동차, 영국의 슈퍼마켓 세인스버리, 에너지회사 엔파워, 이동통신회사 오투(O2),약국체인 부츠 등은 이번 스캔들과 관련, 광고를 않겠다고 발표했다.

왕실, 연예인,스포츠맨 등을 줄줄이 해킹

NoW는 예전에도 휴대폰해킹 관련 민사소송에서 법정밖 합의를 통해 여배우 시에나 밀러에게 16만달러를, 스포츠 프레젠터 앤디 그레이에게 3만달러이상의 배상급을 지불한 사례가 있다.

한 전직 NoW 기자는 얼마나 광범위하게 휴대폰 해킹이 이뤄졌는지를 얘기하는 가운데 “또다른 휴대폰 해킹피해자로는 정치가와 왕실 가족들의 비서들, 그리고 쥬드 로,엘르 맥퍼슨, 휴그랜트 등을 포함한 유명인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지는 심지어 ‘지난 2002년 두 아이를 살해당한 가족을 비롯, 지난 2005년 런던 테러폭탄 폭발사건의 피해자 52명의 가족들이 NoW의 부탁을 받은 대리인으로부터 휴대폰을 도청당했던 것 같다'는 사실을 런던경시청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머독에게 업친데 덮친 격의 악재가 돌출했다.

7일 런던경시청이 부적절한 자금이 일부 국회의원의 비서관들에게 흘러들어가 독립기구인 경찰불만위원회(IPCC)로 갔다는 주장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와관련 런던경시청은 8일 NoW의 전 발행인이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의 공보담당국장을 역임한 후 지난 1월 사임한 앤디 컬슨 NoW 전 편집인을 소환해놓고 있다.

가디언지는 그가 출두하면 체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컬슨은 해킹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그의 전직 동료 3명과 2명의 다른 저널리스트들이 최근 불거진 휴대폰 해킹건으로 체포됐다.

관련기사

런던이브닝스탠더드에 따르면 NoW가 국회의원 비서관들에게 돈을 주었다는 상세한 소식은 뉴스인터내셔널이 내부수사에 협력키로 하고 경찰에 이메일을 보낸 직후인 6일부터 보도되기 시작했다. 이 신문은 국회의원 직원들에게 비밀 정보를 받는 대가로 16만달러 이상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미디어제국 확대를 위해 인수했던 소셜미디어 마이스페이스를 결국 매각하면서 실패의 쓴 맛을 봐야했던 제임스 머독 뉴스코프 회장의 악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