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주무부서? ‘눈뜬 장님’ 문화부

일반입력 :2011/07/01 09:04    수정: 2011/07/01 14:03

전하나 기자

게임 정책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온라인게임 셧다운제로 여성가족부와의 영역 싸움에서 진데 이어 이번에는 오픈마켓게임물 자율심의에 대한 주도권을 방송통신위원회에 뺏길 모양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6일부터 시행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오픈마켓게임물 자율심의를 하게 되는 국내 중개사업자들이 ‘모이바(MOIBA,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 위탁 업무를 맡기는 방안을 타진 중이다. 국내 게임물 제공 중개사업자는 오픈마켓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SKT,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를 가리킨다.

모이바는 이통사, 단말기 제조사, 유·무선 포털, 콘텐츠사업자(CP), 결제대행사(PG),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등 약 400여 국내 업체로 구성돼 있는 방통위 산하기구. SKT, KT, LG유플러스, 삼성전자, LG전자, NHN, 게임빌, 컴투스 등이 부회장사를 맡고 있다.

그간 이통사들은 월 수백여종에 이르는 게임들의 등급분류에 대한 행정 절차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내용 검수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또한 부담스러워했다.

때문에 이들이 해당업무를 전담할 통합기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최동진 모이바 본부장은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모이바는 지난 2005년부터 이통사 망개방 서비스에 따른 콘텐츠, 과금 검증을 해왔고, 오는 9월 론칭되는 이통3사 통합 도매앱장터(WAC) 운영도 맡고 있어 (자율심의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말로 대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업계에선 문화부가 게임정책 주무부서로서 중심을 잡지 못한 당연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2012년에 게임물등급위원회 등급분류 업무가 민간에 완전히 이양될 예정인데 오픈마켓 자율심의를 방통위에서 가져가면 또다시 정책 쪼개기가 반복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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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셧다운제 때도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만 보이더니 결국 눈뜬 장님처럼 여성부에 명분과 대의를 모두 넘겨줬다”며 “자율심의도 큰 그림 없이 상황에 따라 되는대로 몰아붙이다 보니 같은 상황을 초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화부 관계자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해당 사항을) 인지하고 있고 차후 정책 혼선이나 불협화음을 막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해온 등급분류가 간단한 일이 아닌 만큼 자율심의 조직이 여건이나 규모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모이바가) 협의 대상 조건이 되는지부터 논의를 더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