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온라인게임도 불법복제 시달려"

일반입력 :2011/06/22 15:54    수정: 2011/06/22 20:53

전하나 기자

“게임은 콘텐츠산업에서 막내다. 그래서 앞서 선배들이 겪었던 문제들에 이제 막 부딪치기 시작했다. 최근들어 게임이 과거 만화산업처럼 갖은 제약을 받거나 정신적 마약으로까지 취급당하는 불운한 일도 있다. 새로운 유형의 불법복제 문제에도 시달리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2일 서울 63빌딩 주니퍼홀에서 열린 ‘콘텐츠산업 육성과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김 대표는 게임산업의 비약적 성장만큼이나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또한 높여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날로 늘어나는 불법복제에 대한 법적 대처와 연구 지원 확대를 강력히 촉구했다.

김 대표는 먼저 “게임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기반산업으로 다른 문화콘텐츠산업보다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동시에 가장 많은 수출비중을 차지한다”며 “특히 2009년 기준 분야별 시장규모를 살펴보면 온라인게임이 3조7천87억을 달성해 56.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자긍심을 드러냈다.

그의 말대로 한국 게임산업은 1990년 후반부터 PC보급 확대 및 초고속인터넷망의 확산에 힘입어 크게 성장했다. 2001년 약 3조원 규모를 보였던 국내 게임시장은 2009년에는 6조5천806억원으로 약 8년 사이에 2배이상 규모로 증가했다. 이중에서도 PC방과 아케이드게임장을 제외한 플랫폼 단위의 게임시장만을 놓고 볼 때 온라인게임의 시장점유율이 81.1%에 달한다.

김 대표는 온라인게임이 급성장하게 된 요인을 “서버와 정보통신망을 통해 게임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성으로 인해 비디오PC 게임 등에서 발생한 불법 복제의 가능성이 초기단계에서 차단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국내PC게임과 비디오게임 시장을 붕괴시킨 불법복제 문제가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PC·비디오게임의 경우 게임CD 등의 완제품 복제로 저작권 침해가 이뤄졌다면 온라인게임의 경우엔 게임프로그램의 일부를 개변조하면서 정상적인 게임서비스를 방해한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대표적 사례가 불법 사설서버와 오토프로그램이다. 불법 사설서버는 권한 없는 자가 해킹이나 유출된 소스코드 등을 통해 게임서버를 복제, 개설하고 이용자를 모집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또 불법 오토프로그램은 게임이용자로 하여금 게임 속에서 직접 캐릭터를 조작하지 않고도 게임을 자동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하거나 게임시스템 내에서 편법으로 게임을 실행토록 하는 것을 지칭한다.

김 대표는 자사의 ‘리니지2’가 지난 2004년 중국에서 ‘천당2’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됐을 당시, 불법 사설서버가 유통돼 가입자가 급격히 이탈했던 일을 예로 들었다. 그는 “2006년에 파악하기로 불법사설서버 상위 4개 사이트의 이용자가 약 40만명, 동시접속이 무료 약 10만명으로 추산됐다”며 “현재도 구글이나 바이두 등에서 천당 사설서버를 검색할 경우 관련 게시물이 150만개가 넘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상황에 대해 대외적으로 사법기관 등에 법적 보호를 호소하고 있으나 법적 구제에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오토프로그램에 대응키 위해 엔씨소프트가 투입한 비용만 무려 약 360억원에 이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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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온라인게임의 불법 사설서버와 오토프로그램은 새로운 저작권 침해유형이기 때문에 실제 산출된 피해현황자료나 사법당국의 관심과 처벌례가 부족한 것은 물론 학문적 연구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때문에 김 대표는 “게임산업과 관련한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불법복제로 인한 온라인게임 시장붕괴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면서 정부기관과 저작권 전문가들의 관심과 연구를 거듭 당부했다.

또 “온라인게임의 경우 저작권 침해가 인터넷을 통해 국경을 초월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저작권 보호를 위한 국가간 협력모델을 구축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