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라우터 신기술 'nV'가 뭐길래?

일반입력 :2011/06/22 11:44    수정: 2011/06/22 11:56

지금 통신사의 네트워크는 비상사태다. 늘어나는 사용자와 서비스는 새로운 투자를 요구한다. 값비싼 장비를 들여 인프라를 구축해도, 수익은 크게 늘지 않는다. 품질과 사업다각화가 달린 문제라 돈을 써야 하는데, 벌지 못하니 손익분기점(BEP)은 점점 멀어져 간다.

통신사에게 현실은 답답하다. 무선 트래픽 폭증, 유무선 통합, 서비스 다양화 등으로 통신사 인프라 투자는 늘어났지만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신규 인프라를 계속 덧붙일수록 관리부담도 늘어난다. 투자(CAPEX), 유지(OPEX) 모든 면에서 돈 들어갈 구석밖에 없다.

지난 10일 시스코시스템즈는 서비스 에지라우터 제품 ASR 9000시리즈를 대폭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nV(네트워크 버추얼라이제이션)'란 기술을 채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상원 시스코코리아 SP SE1팀 상무는 “nV라는 기술은 컴퓨팅 분야에서 활용되는 클러스터링, 가상화 등과 유사한 개념”이라며 “에지와 애그리게이션을 상하로 합치고, 동일 레이어에서 서비스별로 나뉜 물리적인 라우터를 합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통신사는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할 때마다 인프라를 새로 꾸려 덧붙이는 방식을 취해왔다. 유선네트워크에서 액세스, 애그리게이션, 에지 등마다 라우터를 추가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생기는 인프라의 복잡성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다. 건드리기조차 두렵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각 장비업체에서 판매하는 에지라우터는 QoS, 보안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지만, 여러 서비스를 하나로 지원하지 못했다. 때문에 서비스마다 라우터를 따로 써야 했던 것이다. 여기서 서비스란 이동통신, 가정용 회선, 기업용 회선,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말한다.

ASR에 투입된 nV기술은 하나의 라우터로 여러 대를 도입한 효과를 낸다. 떨어져 있는 물리적인 장비를 하나로 보이게 할 수 있고, 큰 용량을 바탕으로 한 장비에서 서비스를 구분해서 액세스로 뿌려줄 수 있다. 라우팅, 패킷 포워딩을 단 하나의 장비로 수행한다.

무선 네트워크는 스마트폰, 태블릿PC처럼 눈에 보이고, 어느정도 수익모델을 보장해 큰 스트레스라 볼 수 없다. 비용압박을 가장 많이 주는 부분은 유선영역 가운데 에지망과 애그리게이션 망이다.

유선과 무선 네트워크는 서비스들을 모아 코어망으로 이어주는 과정을 거친다. 에지 라우터가 설치되는 구간이다. 이용자 증가나 서비스 추가 시 에지라우터를 늘리고, 새로 도입돼야 한다.

“통신사는 오늘날 엄청난 규모의 라우터를 추가하고 관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구축과 관리 비용이 늘어나는 반면, 수익은 얻지 못하고요. 만나는 관계자분들이 하나같이 하소연합니다. 서비스마다 라우터를 새로 사야하니 골치 아프다는 말씀을 하세요. 당장 돈으로 환산되는 액세스, 용량으로 환산되는 코어에 비해 중간에 위치하는 에지와 애그리게이션은 시각적으로 보여주질 못하니 예산도 빡빡해질 수밖에 없지요.”

즉, nV기술은 장비 여러대를 사지 않아도 되게 하면서, 망의 복잡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CAPEX와 OPEX를 가상화 기술로 동시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비용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기술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 표현했다.

“5~6년전 네트워크 구조를 단순화하는 아키텍처가 나왔었어요. 그렇지만 그 범위가 동일 레이어를 단순화하는데 그쳤지요. 서비스가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까요. 이제 상황이 달라졌으니 에지와 애그리게이션 영역을 합치는 것을 제시한 겁니다. 투자비용도 줄고 네트워크가 엄청 나게 단순화한 것이죠. 용량 증가와 함께 그 효과를 극대화 하는 기술이라 보면 됩니다.”

새로운 ASR9000시리즈는 용량을 96테라까지 확장가능하도록 했다. 서비스마다 에지망과 애그리게이션망을 따로 구축할 필요도 없어진다.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하나의 에지라우터와 서비스 플랫폼을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어떤 통신사는 8만포트 이상의 에지와 애그리게이션망을 사용하고 있다. 유지하는 비용이나 인력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단위 라우터의 용량을 10Gbps로 올리는 과정도 진행중이어서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정해진 예산에서 통신사가 택할 방법이란 도입 대수를 늘리면서, 단가를 낮추는 것뿐입니다. 때문에 성능과 기능이 검증되지 않은 장비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죠. 자칫 통신서비스의 품질을 떨어뜨릴 위험을 안고 가게 되는 겁니다. 이는 통신사도, 장비업체도 다 죽는 길입니다. 적절한 시점에 시스코가 기술적인 해법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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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스코 ASR시리즈를 사용중인 회사는 SW로 업그레이드 가능하다. 단, 성능을 극대화하려면 새로운 모듈을 도입해 레거시 시스템을 줄이고, 용량을 올려야 효과가 나온다. 김 상무는 변화의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IP장비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를 시스코가 주도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쉴틈없이 IP 라우터 장비도 기술이 변하고 있습니다. nV는 올해 시장에 가장 큰 임팩트를 주는 제품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