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한국도…케이블 미래먹거리 ‘뭘까?’

일반입력 :2011/06/22 10:01    수정: 2011/06/22 10:27

정현정 기자

‘케이블TV 사업자들의 고민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매 한가지?’

유료방송업계 강자로 군림하던 케이블TV가 미디어 환경 변화와 신규 사업자들의 공세 속에서 주도권을 사수하고 미래먹거리를 찾는 데 고심 중이다.

지난주 폐막한 세계 최대 케이블TV 전시회인 ‘케이블쇼 2011’에서 미국 케이블TV 사업자들은 N스크린 서비스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맞서 케이블의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한 고민을 드러냈다.

최근 한국에서도 케이블 사업자들이 N스크린 서비스를 표방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스마트 셋톱박스와 양방향 부가서비스 등을 통해 ‘스마트화’를 선언하고 나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

■“넷플릭스? 덤벼봐”

미국에서는 넷플릭스와 훌루로 대표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코드컷팅’이라 불리는 유료방송 가입자 이탈 현상이 현실화 된 상태다.

하지만 미 케이블 사업자들은 이들 서비스의 공세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시간 방송과 스포츠 채널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점도 차별화 요소로 꼽는다.

로버트 마커스 타임워너 케이블 COO는 “실시간 방송과 스포츠 채널 없이 동영상 서비스는 절대 케이블과 정면승부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만약 이 채널들에 투자한다고 해도 여기에 쏟아 부은 저작권료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켄터키 지역 케이블 사업자인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즈의 마이클 윌너 CEO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유료방송의 대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 달에 60불을 내고 케이블 상품을 시청하든지 돈을 덜 내고 훌루에서 한 발 늦게 VOD를 사서 볼 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에 TV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온라인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묘책도 구상 중이다. 글렌 브릿 타임워너케이블 CEO는 “케이블 유료상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해 채널 수를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낮춘 패키지 상품을 시범 서비스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곰TV나 판도라TV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부터 포털 사업자와 이동통신사들의 VOD 기반 N스크린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실시간 방송 등 킬러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료방송 가입자 이탈 문제는 아직 부상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VOD 서비스가 활성화 되고 시청자들의 습관이 바뀌면서 스마트TV와 같은 VOD 기반 서비스가 늘어나면 향후 유료방송의 입지가 좁아질 여지도 있다.

■N스크린 선택 아닌 ‘필수’…어떻게 돈 벌지?

온라인 업체의 공세에는 여유를 나타냈지만 소비자들의 시청행태 변화에 대해서는 미 케이블 사업자들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컴캐스트·타임워너케이블·콕스 등 미국 케이블TV 방송사와 타임워너·뉴스코프·비아콤 등 콘텐츠 업계 CEO들은 N스크린이 ‘대세’라는 데에 동의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두고는 입장이 엇갈렸다.

닐 스미트 컴캐스트 사장은 “소비자들은 모든 휴대용 기기에 콘텐츠를 담고 싶어 한다”며 “가입자들의 해지를 막으려면 아이패드든 TV든 모바일에서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TV 프로그램을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TV에브리웨어’ 계획에 선봉에 섰던 제프 뷰크스 타임워너 CEO는 한 발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방송 프로그램이 무료로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체이스 캐리 뉴스코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프로그램을 다양한 기기에서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무료여서는 안 되며 소비자들도 기꺼이 돈을 지불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에서도 ‘CJ헬로비전’의 ‘티빙’을 필두로 N스크린을 표방한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나섰지만 아직 직접적인 수익모델로 연결시키지는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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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이 늘어날수록 TV 시청률은 감소할 수 밖에 없어 ‘N스크린 서비스는 자기 시장 잠식’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미국과는 달리 지상파의 콘텐츠 지배력이 높은 상황에서 저작권에 대한 부담도 크다.

국내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N스크린을 표방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섣불리 콘텐츠 독점에 나서는 사업자가 없어 케이블에 대한 위협이 가시화 되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케이블 사업자들도 콘텐츠 확보 노력과 더불어 VOD 홀드백 단축과 N스크린 윈도우 확장을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