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핵심 임원 줄줄이 삼성行...왜?

일반입력 :2011/06/21 10:49    수정: 2011/06/21 16:09

김태정 기자

블랙베리 시리즈로 유명한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의 핵심 임원들이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다. 실적 부진이 인력 이탈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20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브라이언 월라스 RIM 디지털마케팅 담당 임원이 삼성전자 미국 법인으로 이직할 예정이다.

그는 조만간 삼성전자 미국법인 전략마케팅 부사장으로 취임, 갤럭시탭과 갤럭시S2 등의 현지 판매 전략을 지휘한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내 기업 고객들을 삼성전자에게 적잖이 뺏긴 RIM에게 아픈 대목이다.

앞서 이달 초에는 RIM에서 아프리카 지역 마케팅을 담당한 디온 리벤버그 이사가 내달부터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이 나왔다.

모토로라 출신의 디온 이사는 지난 4년간 RIM을 지켜왔으나 삼성전자의 구애 작전, 블랙베리 부진 등이 겹치면서 결심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RIM은 지난 3월 마케팅 총괄 케이트 파디 이사가 회사를 떠나는 등 인력 이탈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몰락하는 회사를 지키려는 임원이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RIM의 올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1천320만대. 전 분기 1천490만대 대비 13% 줄어든 수치다. 20%를 넘었던 스마트폰 시장 내 점유율도 1분기 13.4% 까지 추락, 삼성전자(12.2%)의 역전이 임박했다.

이메일 등 기업들의 업무용에 최적화된 블랙베리 시리즈로 시장을 재패했던 RIM은 삼성전자와 애플 공세에 밀리면서 힘을 잃었다. 텃밭인 기업고객 시장까지 공략에 나선 경쟁사 대비 제품 라인업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블랙베리를 키웠던 월스트리트의 기업들도 최근 들어 아이폰이나 갤럭시로 사내 모바일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유행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아이폰 대항마로 블랙베리를 지지했던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도 최근에는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관심을 돌렸다. 삼성전자와 HTC, 모토로라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마케팅에 1억달러 가량을 쏟아 부은 일이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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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아이패드-갤럭시탭에 맞서 야심차게 내놓은 태블릿 ‘플레이북’이 예상보다 부진한 판매량을 보이면서 RIM의 한숨은 더 깊어졌다.

짐 발실리 RIM 최고경영자(CEO)는 “판매량 저하는 신제품이 나올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