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부족 통신사 700MHz엔 ‘묵묵’, 왜?

일반입력 :2011/06/19 13:04    수정: 2011/06/20 01:31

정현정 기자

방송진영의 700MHz 주파수를 사수하려는 움직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데이터 폭증으로 인한 주파수 부족을 호소하면서도 700MHz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어 대조적이다.

한국통신학회 주최로 17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린 ‘4G 주파수 정책 심포지움’에서 참석한 전문가들의 관심은 아날로그방송 종료 이후 회수되는 700MHz 대역에 모였다.

■주파수 효율성 vs. 공공성 “어렵네”

이날 심포지움에 참석한 통신 전문가들은 700MHz 대역을 통신용으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한 목소리를 냈다. 세계적인 흐름과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할 때 통신용으로 할당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게 이유다.

장재혁 ETRI 선임연구원은 “700MHz 대역 분배시 각 용도별로 어느 정도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700MHz 대역을 방송용이 아닌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했을 때 국민소득 창출효과는 약 49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700MHz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힘을 받으면서 방송업계에선 서둘러 대응방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 향후 3D와 초고해상도(UHD) 방송 등 차세대 방송 서비스와 디지털TV 난시청 해소 등을 위해 700MHz라는 ‘여유 자산’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박상호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주파수 효율성 극대화와 함께 주파수 공익성 확대라는 정책 목표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라면서 “4G라는 도로를 잘 닦아 놓아도 방송사업자가 제공하는 고품질 콘텐츠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설명했다.

■주파수 부족하다던 통신사, 700MHz는 왜...

이렇듯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700MHz가 ‘화두’였지만 이어진 통신 3사 임원들의 주제발표에서는 700MHz에 대한 언급을 한 마디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데이터 폭증으로 인한 주파수 부족 심화와 네트워크 장애우려 현실화에 초점을 맞춰졌다.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관계자들은 “데이터 폭증으로 2015년 총 예상 트래픽은 수용 용량의 약 3.2배를 초과할 것”이라면서 “이동통신 트래픽 폭증에 대처하기 위한 주파수가 부족해 통신망의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심포지움에 참석한 한 통신사 관계자는 “700MHz는 당장 닥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도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되는) 내후년이 되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결정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만약 TV유휴대역을 이동통신대역으로 할당받을 경우 LTE용으로 활용한다는 구성이다.

이렇듯 통신사들이 700MHz에 대한 공식 언급을 자제하면서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주파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대해 업계에서는 결국 미래 주파수 할당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통신사들의 최대 현안인 2.1GHz 주파수에 집중하면서 데이터 폭증에 대비한 주파수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으로 나머지 유휴대역 할당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끈다는 설명이다. 아직 정부정책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700MHz에 대한 의견을 밝혀 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무제한 데이터부터 없애야”

하지만 방송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DTV 유휴대역이 LTE 통신용으로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는 추세에 ‘노심초사’하며 선제대응에 나섰다.

이에 대해 방통위도 별다른 반박은 하지 않는 상태다. 당초 아날로그 방송 종료 이후 채널재배치를 통해 700MHz 대역을 회수해 통신용으로 할당하려는 방침이었지만 방송업계에서 강력 반발하면서 유보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상태다.

한 업체 관계자는 “방송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섣부른 언급으로 방송 업계의 불만을 사서 정책에 부담을 줄 필요가 없을 것”이라면서 “이대로 시간을 끌 경우 심화되는 데이터 폭증세는 통신용 주파수 할당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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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방송업계에서는 차세대 방송을 위한 지분을 요구하는 동시에 통신사들이 주파수 부족 문제를 얘기하기 전에 데이터 폭증의 원인을 제거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무제한 요금제 시행 이후 데이터 폭증이 시작됐다”면서 “10%의 사용자가 93%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하고 와이파이와 와이브로 등 우회망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