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만원짜리 보급형DTV, 팔릴까?

일반입력 :2011/06/17 02:09    수정: 2011/06/17 12:06

정현정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보급형 디지털TV를 선정해 발표하고 오늘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제품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데다 그마저도 유사한 조건의 경쟁제품 대비 가격이 저렴하지 않아 시장에서 얼마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킬지는 미지수다.

방통위는 지난해에 이어 보급형 디지털TV 3개 제품을 추가로 선정하고 16일부터 디지털방송 수신기기 종합사이트인 ‘디지털마당(www.digitaltv.or.kr)’을 통해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보급형 디지털TV 모델은 대우디스플레이·유한프리젠·우성엔터프라이즈 등 3개사 제품이다. 가격은 우성엔터프라이즈 42인치 제품이 86만9천원, 32인치 대우디스플레이와 유한프리젠 제품은 각각 53만5천원, 46만3천원으로 책정됐다.

같은 인치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선호제품의 시장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으로 판매해 시청자의 구매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게 방통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방통위가 정한 공모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 온라인 사이트에서 비슷한 조건의 중소업체 제품들이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42인치 중소브랜드 제품이 일반적으로 60만원대에, 32인치 제품의 경우 30만원대 후반에서 40만원대 초반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더 저렴한 중소기업 제품을 찾을 수도 있지만 사용된 패널 등에서 차이가 난다”면서 “이번에 선정된 제품들은 모두 삼성과 LG 패널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그대로 수긍하기는 어렵다. 해당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중소업체 TV들도 모두 LG디스플레이의 광시야각 S-IPS 패널을 장착했다. 인기 제품들은 대부분은 전국 출장 A/S 체계도 갖추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보급형 디지털TV 선정과정에서도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방통위가 내놓은 보급가격이 온라인 최저 판매가보다 5만원 이상 비싼데다 일부는 미출시 제품으로 내구성이나 화질 등 품질 검증에서 미흡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선정된 제품 중 다수가 컴퓨터 모니터 등에 적합한 TN 패널을 사용해 시야각을 조금만 벗어날 경우 색상 등에 변화가 나타나 TV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듯 이번 발표에서 방통위는 시야각이 넓은 S-IPS 패널을 사용한 제품을 선정하고 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사전 품질 인증도 거쳤다. 또, 중소업체의 취약한 A/S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A/S 전문업체와 위탁계약을 맺도록 유도하고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도 AS업무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구축된 ‘디지털마당’ 사이트를 통해 구매 시 신용카드 적립포인트를 활용해 일부 결제도 가능하도록 해 구매 부담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디지털 수상기 보급 정책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의문이다. 긴 TV 교체주기를 고려할 때 보급형TV 정책의 대상인 서민계층에서 정부의 말만 믿고 시장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제품 구매에 선뜻 나서줄지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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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수상기 보급은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의 큰 축이다. 시청자들이 고품질 디지털 방송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본 조건인데다가 관련 산업의 활성화라는 정책목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디지털 방송 수신기 보급율은 64.7%로 여전히 낮다. 아날로그방송 종료 인지율도 62.8%에 그쳤다. 방통위는 올해 보급율 목표로 80%를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