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자화상...복제 게임 월 5~7만 건

일반입력 :2011/06/16 10:24    수정: 2011/06/16 10:29

김동현

국내 게임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수준이 한 달 5~7만 건이 이르며 수명은 1년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을 강화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웹공유 사이트나 P2P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공유되는 불법 복제 게임이 약 5~7만건에 이르고 수명 역시 1년 정도 돼 오랜 시간 유통사나 개발사를 괴롭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PC 및 콘솔 게임 등을 출시하는 익명의 업체의 자료에서 나온 불법 복제 현황은 하락세를 걷고 있는 국내 PC 및 콘솔 게임 시장의 현주소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약 20~30개 웹공유 및 P2P 사이트를 통해 불법 공유되는 자료의 수는 매일 약 300~400건. 대부분 신작부터 인기 게임 위주로 공유된다. 이중 80%는 PC 게임이며, 10% 닌텐도DS 게임, 나머지는 콘솔 게임이다.

인기 게임 ‘레프트4데드2’는 출시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하루에 50~100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크라이시스2’는 출시 첫날에만 불법 다운로드가 500건이 넘어 있었고 이는 아직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불법 공유 되는 게임은 매달 5~7만 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토렌트나 해외 사이트를 이용해 공유하는 것은 제외되기 때문에 실제 수치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한 게임사의 손해는 막심하다. 다운로드 게임 가격으로 약 3만원으로 계산하면 1년에 100억 원을 훌쩍 넘기는 손실을 기록한다. 이중 상당수는 불법 공유를 하는 P2P 사이트로 넘어가게 된다.

업체 관계자는 “만약 게임 타이틀이 국내 시장 내에서 평균 2~3만장 이상만 팔려도 한글화를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며 “하지만 실제 판매는 1/5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많은 게임사 아시아 지부가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타이틀 판매량이 평균 3~5만장이다. 서울시 면적 수준의 공간이고 영문과 중국어 두 개가 들어가 로컬라이징이 필수인 곳에서 한국을 훌쩍 능가한다는 것.

이곳의 게임 수명도 긴 편이다. PC 및 콘솔 게임들의 국내 수명은 약 두 달 정도이고 실제 판매는 초반 2주 내 결판이 난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 PC 및 패키지 수명은 6개월을 넘긴다. 꾸준히 마케팅도 지원되고 매점에서도 오랜 시간 전시, 홍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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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게임 문화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불법 복제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을 경우라면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을 제외한 대부분의 플랫폼이 국내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이런데 이용자들은 영문이나 일본어판 게임을 출시하면 ‘보따리 장사’라고 비난한다”며 “2~3만장 이상 팔리면 누가 한글화 안하겠는가? 시장 구조 및 게임 인식에 변화가 없다면 한글화는 커녕 게임 출시도 없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