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대 값 '명품TV', 이래서 팔린다

[특별기획] 스마트 시대, TV를 말하다②

일반입력 :2011/06/16 09:22    수정: 2011/06/16 13:04

봉성창 기자

불과 10년만 하더라도 보통 사람들이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장치는 TV가 유일했다. 좀 더 큰 화면의 영상을 보기 위해서 극장을 찾는 정도다.

지금은 PC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PMP, MP3플레이어, 태블릿,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기기에서 얼마든지 영상을 시청할 수 있게 됐다. 굳이 집에서 TV를 켜지 않아도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얼마든지 영상 콘텐츠를 만끽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쯤되면 전 세계 TV 판매량이 줄어들 법도 하지만 오히려 지난 10년간 TV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는 브라운관에서 PDP, LCD, LED 등 평판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3D, 스마트 기능 등이 속속 탑재되고 있다.

최근에는 거듭된 기술의 발달로 인해 소형차 한 대 값과 맞먹는 이른바 ‘명품 TV’도 등장했다. 이들 제품은 해당 제조사의 모든 기술이 집약된 소위 ‘하이엔드’급 제품이다. 마치 집안 대대로 수백년동안 물려온 장인의 솜씨로 만들어진 명품이 비싸게 팔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들 제품은 일반 중산층 가정에서 구입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비싼 가격을 자랑하지만 그에 걸맞는 최고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평가다.

■ 세계 최대 75인치 LED TV - 삼성전자 D9500

지난달 출시된 삼성전자 D9500은 전 세계에서 실제로 생산 및 판매되고 있는 가장 큰 LED TV다. 화면을 대각선으로 측정하면 무려 190cm(75인치)에 달한다. 영화 ‘링’에서처럼 귀신이 TV 속에서 튀어나와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크기다.

그저 화면이 크다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TV업계에서 화면 크기는 기술력의 척도이자 일종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는 다른 기능의 효용성과도 맞물려 있다.

대표적인 예가 3D 화면이다. 화면이 크면 클수록 3D 화면의 생생함이 살아난다. D9500은 상하좌우 시야각의 제약이 거의 없는 블랙 다이아몬드 패널을 최초로 사용한 제품이다. 여기에 독자적으로 개발된 3D 하이퍼리얼엔진과 마이크로 디밍, 스피드 백라이트 등 주목받고 있는 최신 기술이 적용돼 최고의 화질을 선사한다.

여기에 얇다 못해 거의 보이지 않는 테두리를 자랑하는 시크릿 디자인 역시 큰 화면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요소다.

스마트TV 기능은 삼성전자의 200~300만원대 주력 제품과 동일하다. 그러나 D9500은 이러한 기능을 더욱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쿼티형 키보드가 장착된 플립 리모콘을 제공한다.

가격은 풀옵션을 적용한 준중형차한 한대 값과 맞먹는 1천900만원이다. 많이 팔려고 내놓은 제품이라기 보다는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영상 전문가도 만족시키는 ‘최고의 화질’ - 소니 55HX920

TV를 평가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요즘에는 TV가 더욱 다양한 재주를 부리기 시작하면서 평가 항목이 더 많아졌다. 그러나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요소를 꼽으라면 화질을 빼놓을 수 없다다.

소니는 화질 하나만큼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회사다. 실제로 평판TV 도입 초기에 브라비아TV는 화질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이는 같은 패널을 쓰더라도 영상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고 표현하는가에 따라 화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후 각 TV 제조사들이 저마다 거듭된 기술 개발을 통해 많이 평준화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비아TV 마니아들은 여전히 존재한다.지난 4월 출시된 브라비아 7세대는 이러한 소니의 철학이 잘 반영된 제품이다. 그중에서 가장 최상급 모델인 ‘55HX920’는 ‘엑스-리얼리티 프로’ 영상 엔진이 탑재돼 최고의 화질을 선사한다는 평가다.

이 엔진은 방송 촬영장비 시장에서 독점하고 있는 소니의 기술이 그대로 녹아들었다. 원본 영상 소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이를 그대로 TV에서 재현한다는 평가다.

소니 측은 ‘엑스-리얼리티’ 엔진이 수 천 개의 픽셀 패턴과 움직임을 저장하고 있는 데이터 베이스 시스템인 RCD(Reality Creation Database) 기술을 통해 영상의 높이와 넓이, 시차를 계산해 원본과 가장 가까운 화질을 구현해낸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한 단계 발전시킨 ‘엑스-리얼리티 프로’는 SBM(Super Bit Mapping) 영상 기술로 표현하기 어려운 색상과 영상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표현해 가장 사실적인 색상을 표현한다.

이밖에도 ‘55HX920’에는 그동안 소니가 축적한 다양한 영상 처리 기술이 전부 집약됐다. 덕분에 가격은 649만원으로 다소 비싸게 책정됐다.

■ TV가 아니라 차라리 스피커로 불러다오 - 보스 비디오 웨이브

TV는 눈으로만 보는 제품이 아니다. 만약 TV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지금만큼 TV 앞에 모여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화면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스피커다.

전 세계 음향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보스가 최근 TV를 내놨다는 소식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눈과 귀로 즐기는 TV의 특성를 감안하면 별로 이상하지도 않다.

보스가 올해 초 출시한 첫 TV 제품의 이름은 ‘비디오 웨이브(Video Wave)’다. 제품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보스의 최신 음향기술이 접목된 이 제품은 무려 16개의 스피커를 내장하고 있다. 6개의 우퍼가 양쪽으로 세 개 씩 부착돼 있으며 고음과 어레인지 스피커가 10개다. 굳이 따지자면 10.6 채널 쯤 된다.

이렇게 많은 스피커를 TV내에 장착하면서 오히려 외부 입력단자는 미디어 센터라는 이름의 별도 콘솔에 몰아 넣었다. 오디오로 따지면 일종의 앰프 역할을 한다. 여기에 각종 외부 입력단자를 연결할 수 있다. 기존 TV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특허받은 보스의 독자 기술인 ‘웨이브 가이드’와 ‘페이지 가이드’ 덕분이다. 울림통을 길게 파이프처럼 연결시킨 기발한 설계로 인해 마치 별도 홈시어터를 연결한 것과 같은 웅장한 저음을 선사한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아이팟 및 아이폰 도크도 기본 제공된다. 이곳에 제품을 연결하면 소리는 물론 화면까지도 그대로 TV 화면으로 볼 수 있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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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인치 LCD 패널을 쓴 ‘비디오 웨이브’는 16개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진동으로 패널에 손상이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특수 설계가 이뤄졌다. 보스가 LCD 패널을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거의 새로 설계한 것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많은 커스터마이징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국내 출시 가격은 847만원. 동급 일반 제품이 100만원 초반대에 팔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러나 이는 TV도 페레가모나 버버리와 같이 명품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