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재송신 ‘마지막 라운드’, 전망은?

일반입력 :2011/06/16 11:53    수정: 2011/06/16 12:40

정현정 기자

재송신 갈등을 겪던 SBS와 KT스카이라이프가 한 달 반 만에 전격 합의하며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제 관심은 ‘본라운드’이자 ‘마지막 라운드’가 될 케이블에 쏠리고 있다.

특히 내달 20일로 예정된 지상파와 케이블 간 민사 본안 판결에 KT스카이라이프의 사례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관심사다.

MBC와 SBS가 KT스카이라이프에 HD방송 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이유가 케이블과 재송신 판결을 앞두고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선제적 조치의 성격이 짙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송신 제도 개선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위성방송은 280원, 케이블은?

일단 지상파 진영은 KT스카이라이프와 협상에서 미지급 된 재송신료 정산을 약속받고 가입자 당 월 사용대가(CPS) 계약을 관철시키면서 유리한 선례를 만들었다.

KT스카이라이프는 MBC와 SBS에 가입자 당 월 사용대가(CPS)로 280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상파는 케이블 측에도 비슷한 수준의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우려에 대해 케이블 업계에서는 위성방송과 IPTV 등 다른 유료방송과 케이블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케이블의 망 투자 비용이나 재송신으로 인해 지상파가 얻은 광고 혜택 등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정량적으로 수치화 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단순 계산해봐도 2015년까지는 서로 손해볼것도 이득될 것도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케이블이 지상파와 CPS 방식으로 정산을 하게 되더라도 IPTV나 위성방송 등 다른 유료방송 플랫폼보다는 계약단가가 낮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상파-케이블, 재판 전망은?

이제 관심은 내달 20일 민사 본안 항소심 판결에 쏠린다. 당장 케이블과의 재송신 분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2일 ‘저작권 등 침해중지 가처분’ 2심 판결에서 서울고등법원은 CJ헬로비전에 대해 “신규 가입자에게 지상파3사의 프로그램을 재송신하면 안 된다”고 결정하면서 케이블의 위기감이 커졌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지상파의 권리를 상당부분 인정하며 “본안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은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할 수 있다”고 적시하면서 지상파 측 승소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당장 재송신 중단 여부를 놓고 케이블 업계는 고심 중이다. 항소심 판결 전 CJ헬로비전 재송신 중단 기일이 먼저 돌아오면서 공동행동에 나설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가처분 판결 결과를 CJ헬로비전이라는 특정 회사에 대한 명령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필요하다면 지상파 재송신 전면 중단 등의 조치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송신 제도개선 어떻게?

이달 말 확정 예정인 방통위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에도 시선이 쏠린다. 의무재송신 대상 채널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던 재송신 제도개선에 지상파와 KT스카이라이프 간 계약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방통위는 ▲의무재송신 범위 확대 ▲재송신 대가 정산 기준 ▲분쟁해결 절차 보완 ▲기타 정책·제도적 사항 등을 담은 ‘지상파방송 재송신 제도개선안’을 올 상반기 내에 확정키로 했다. 이와 함께, 재송신 대가 정산 기준도 마련해 올 연말까지 고시키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제도개선안을 확정하기 전에 사업자 간 협상이 타결되고 법원의 판결도 잇따라 나오면서 방통위도 부담스러운 입장이 됐다. 주무부처로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중재안을 내놓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이번 재송신 분쟁 해결과정에서도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법상에서 방통위가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법적인 제재조치가 없다는 데 자괴감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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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13일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SBS와 KT스카이라이프에 시정명령을 내리려던 계획은 사업자 간 협상이 타결됐다는 이유로 취소되면서 애초에 제재 조치를 내릴 명분과 의지가 없었던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제도개선 내용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지상파와 케이블 간 협상이 본격화 되면 재송신 대가 산정은 물론이고 그 동안 케이블 측에서 요구해왔던 지상파 송출료 지급과 채널편성권 회수 등에 대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