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인터넷 심의 위헌?

일반입력 :2011/06/08 15:08    수정: 2011/06/09 09:00

정현정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게시글에 대한 삭제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법 조항이 헌법에서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를 결정할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두고 공개 변론이 열린다.

헌법재판소는 9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 위헌확인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8년 당시 보수신문 불매운동을 벌였던 ‘언론소비자 주권캠페인(이하 언소주)’ 회원들이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 올린 게시물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삭제를 권고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사법기관도 아닌 행정기관에 불과한 방통심의위의 결정에 따른 무차별적인 게시글 삭제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언소주 회원 이 모씨 등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 주권을 침해한 방통심의위의 결정에 대한 위헌성을 묻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인터넷 심의 논란 종지부 찍을까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심의’에 대한 부적절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해 방통심의위는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가 한 포털사이트에 올린 이른바 ‘쓰레기 시멘트’ 관련 글에 대해 해당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했다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방통심의위는 1심 판결에 불복해 “방통심의위는 행정기구가 아닌 민간 자율기구이며 삭제조치는 포털 사업자가 권고를 자발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인터넷 게시물 심의에 근거가 되는 방통위 설치법 제21조 4호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두 사건은 민간에서 제기한 헌법소원과 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동일한 법률에 대한 심판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달 12일에는 방통심의위가 대통령의 영문 이니셜에 욕설과 유사한 발음의 숫자 및 영문자를 결합한 트위터 계정(2MB18nomA)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접속을 차단하면서 적합성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 계정의 사용자는 “트위터 계정은 심의대상이 아니며 정치적인 의사표현인 대통령 욕설 연상 내용을 심의할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표현의 자유 훼손 vs. 행정지도

이렇듯 논란이 확대되자 이번에 열리는 변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방통심의위가 가진 시정명령의 적법성 여부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씨 측은 심의위원회의 심의와 시정요구의 대상이 되는 개념이 명확성의 원칙에 벗어나고 무차별적인 시정요구가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 측 대리인인 김기중 동서파트너스 변호사는 “심의위의 시정요구는 인터넷 상에서 다양한 의견간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해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제기하고 건전하게 해소할 가능성을 봉쇄한다”며 “예민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표현들이 규제되면 이용자는 표현행위에 있어 위축되고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심의위의 시정요구로 매년 2만건에서 4만건에 이르는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접속차단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2년 전기통신사업법의 ‘불온통신’ 규정에 대한 위헌결정을 하면서 인터넷에 대한 최소 규제의 원칙을 선언하는 판결을 선고했지만 이후 헌재가 보호하고자 했던 가치가 ‘시정요구제’에 의해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방통심의위 존폐위기?

일부에서는 방통심의위의 역할과 위상에 관한 재정립도 요구하고 있다. 방통심의위가 민간 자율 협의체 기구라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 행정기관으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방통심의위가 행정기관이라면 사법부가 아닌 기관에서 사전심의와 삭제권한을 가진다는 것은 헌법에서 말하는 ‘검열’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불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권한은 궁극적으로 사법부에 있음에도 방통심의위가 정보에 대한 ‘삭제요구’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은 상시적인 검열체계로 기능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

현재 구조에서 방통심의위가 삭제 요구를 할 수 없음에도 방통위가 아닌 심의위가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어 법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는 “방통심의위가 행정기구인 이상 시정요구는 단순한 행정지도가 아닌 사실상의 행정명령으로 보는 게 맞다”며 방통심의위에 부여된 심의권과 시정 요구권을 민간 자율 심의기구에 이양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 지적하는 대로 방통심의위가 당장 존폐 위기에 내몰리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한 법률전문가는 “이번 헌재의 심판은 방통심의위 시정요구가 헌법에서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방통심의위의 성격에 대한 부분까지 논의가 확대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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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전문가는 “거의 모든 심의의 결과를 시정요구로 심의를 하는 것으로 수렴하기 때문에 존폐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시정요구를 하지 않더라도 심의는 할 수 있다”면서도 “만약 헌재에서 행정기관이 심의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는다면 국가인권위에서 권고한대로 통심심의를 행정기관에서 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판결 중 하나로 주목된다. 헌재는 공개변론에서 제기된 의견을 종합해 올해 안에 위헌 여부를 가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