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게임플랫폼 전쟁, 승자의 조건

[창간특집]③플랫폼 전쟁 개막, 승자는?

일반입력 :2011/06/08 15:19    수정: 2011/06/17 08:47

정윤희, 전하나 기자

[편집자주]소셜·모바일게임 열풍에 이어 차세대 게임플랫폼 왕좌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해외에서는 페이스북과 징가, 플레이피쉬 등의 상생 모델이 제시됐으나 국내에는 아직 이렇다 할 차세대 게임플랫폼이 없다.

눈에 띄게 적극적인 곳은 포털이다. 싸이월드 앱스토어를 필두로 네이버 소셜앱스, 다음 요즘 등이 차세대 게임플랫폼을 목표로 지향한다. 통신사, 제조사, 모바일게임사 등도 발빠르게 플랫폼 경쟁에 뛰어드는 추세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시장이 형성되거나 모델이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이들이 이렇게 게임플랫폼에 집중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본지에서는 차세대 게임플랫폼의 매력, 향후 전망에 대해 집중 조명해 본다.

①왜 게임플랫폼인가

②국내 플랫폼, 어디까지 와있나

③플랫폼 전쟁 개막, 승자는?

④훨훨 나는 모바일, 설 땅이 필요하다

⑤차세대 게임플랫폼, 성공이냐 카피캣이냐

소셜·모바일게임 비즈니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과 함께 포화된 인터넷 시장에서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이미 콘텐츠와 서비스의 경계가 사라진 상황에서 새로운 개념의 게임플랫폼에 대한 논의도 확장됐다. 국내서도 이를 두고 포털, 이동통신사, 제조사, 모바일게임사 등이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워 전쟁에 돌입했다.

사실 국내 차세대 게임플랫폼 시장은 태동기로, 승자를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현재까지 각 분야에서 눈에 띄는 플레이어를 짚고, 승자가 되기 위한 조건을 따져보기로 한다.

■싸이월드 앱스토어, 투자·회원·선점효과 ‘3박자’

차세대 게임플랫폼의 원조격인 페이스북을 넘보는 국내 포털사업자를 꼽자면, 지금으론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앱스토어가 선두다.

현재 싸이월드 앱스토어 사용자수는 약 480만 정도로 단일 플랫폼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PC웹, 모바일 앱, 모바일 웹 등 디바이스도 가리지 않는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설치앱 수가 3천만건을 넘어서며 전년 대비 313%나 성장했다.

싸이월드 앱스토어는 SK텔레콤과의 협력을 통한 적극적 투자, 싸이월드 회원을 기반으로 한 인맥 네트워크, 국내에서는 나름대로 일찍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SK컴즈는 지난 4월 SK텔레콤과 공동으로 100억원 지원 계획을 밝히면서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SK컴즈 관계자는 “소셜게임은 기본적으로 소셜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게임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서로 교류하고 경쟁하는 재미가 크다”며 “싸이월드 앱스토어의 경우, 2천500만명의 싸이월드 회원과 11억 일촌 네트워크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타사의 유사 서비스에 비해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싸이월드 앱스토어가 API 공개, 개발자 참여 등으로 상생모델을 제시한 것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게임 플레이의 재미를 알리는 초석을 깔았다는 설명이다. SK컴즈는 나아가 싸이월드 앱스토어의 인기가 원 플랫폼인 싸이월드에까지 또 다른 활력을 가져온다고 자체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이용자들은 게임에 대한 이해해도 높고 경쟁심도 크다”며 “향후 페이스북보다 더 끈끈하고 촘촘한 소셜네트워크 게임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한계도 명확하다. 페이스북과 비교하면 아직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말하기엔 이르다. 때문에 SK컴즈도 당장 글로벌 경쟁은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페이스북만큼 실명 기반의 완벽한 소셜그래프를 가지고 있는 플랫폼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제 막 시작한 싸이월드 앱스토어가 글로벌 시장에서 소셜게임 플랫폼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페이스북을 쉽게 따라잡겠다고 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통사·단말기 제조사 등도 게임플랫폼 ‘군침’

차세대 게임플랫폼은 이동통신사나 단말기 제조사, 기존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새로운 수익모델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맞물려 한정된 수익모델을 가진 기업들의 눈에는 매력적인 먹을거리로 비춰지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SK컴즈와 공동으로 소셜게임에 100억원을 투자, T스토어를 싸이월드 앱스토어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KT도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게임사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케이파크(K-park, 가칭)’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리서치인모션(RIM, 림)이 직접 소셜게임플랫폼 업체 스코어루프를 인수하고 나섰으며, 삼성전자는 일본 디엔에이(DeNA)와 제휴를 맺고 스마트폰 게임플랫폼 ‘게임허브’를 만들었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는 “누구나 플랫폼 사업자가 되고 싶어하는 현상 이면에는 콘텐츠를 유통하는 헤게모니를 갖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이통사 유저풀, 하드웨어의 파급력 등이 이들이 내세운 강력한 무기”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얼마나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조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네오위즈인터넷도 이달 중 게임플랫폼 ‘피망플러스’를 론칭한다. 세이클럽, 피망, 벅스 등을 통해 플랫폼 운영노하우를 키워온 네오위즈인터넷은 올해 안에 100여종 이상의 앱을 서비스하는 유통 플랫폼 모양새를 갖춰 1천만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목표다.

■모바일게임사도 플랫폼 노린다 “콘텐츠가 주무기”

차세대 게임 플랫폼 시장에서 주역이 되려는 플레이어는 포털, 이동통신사, 제조사뿐만이 아니다. 모바일게임 개발사들도 콘텐츠라는 주무기를 내세워 최전선에 뛰어들었다. 왜일까.

스마트폰 보급으로 차세대 플랫폼을 누가 주도할지 알 수 없는 구도로 판이 재편되면서 사실상 콘텐츠의 전략적 필요성이 크게 높아졌다. 달리 말해 아직까지는 플랫폼 충성도가 높지 않은 상황인 만큼, 킬러콘텐츠 유무에 의해 경쟁구도에서 선두에 서는 일이 가능하단 얘기다. 이는 그동안 이통사 유저풀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했던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에게 찾아온 기회이기도 했다.

한편 숙명론도 제기된다.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모바일게임 개발사마다 자사의 콘텐츠를 부각시킬 수 있는 마케팅 툴이 필요해졌다. 다른 수익모델인 모바일 광고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광고 유인책을 찾는 일도 급해졌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모바일게임사 입장에서 게임플랫폼은 뒤쳐질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스마트 디바이스 기반 게임플랫폼은 게임과 함께 SNS기능까지 갖춘 서비스로 해외에선 성공 사례가 나와 있다. 애플 게임센터, 오로라페인트 오픈페인트, 야후 모바게, 엔지모코 플러스플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업체들도 이들 모델과 내용과 지향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차별화된 전략은 분명히 갖고 간다는 포부다.

컴투스가 지난 2월 첫 선을 보인 ‘컴투스 허브’는 컴투스 게임을 내려 받은 국내외 이용자들을 총체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 플랫폼이다. 현재까지는 게임 이용자가 글로벌 랭킹을 자신의 페이스북과 연동하는 정도의 초기 버전을 내놓은 상태다. 조만간 게임 추천, 친구 초대, 실시간 SNS 전송 기능 등이 추가될 예정이며 이달 말 구체적 개요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컴투스 이보경 책임 연구원은 “컴투스 허브는 로열티 높은 유저풀을 확보하고 많은 사람들이 오래 컴투스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라며 “허브에 로그인하면 게임 아이템 등의 베니핏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안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임빌도 자사의 실시간 모바일 소셜게임 ‘촉앤톡’에 ‘게임빌 라이브’를 탑재했다. 현재 이 게임에서 게임빌 라이브에 접속하면 친구 초대, 일·주·전체 랭킹 확인, 위치 등록 및 친구 위치 확인, 쪽지 보내기, 페이스북․트위터 연동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게임빌 라이브팀 황성익 팀장은 “게임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게임빌 게임 간의 다각적이고 유기적인 연계를 위해 플랫폼을 구축하게 됐다”며 “게임빌 라이브는 하나의 게임을 즐기고 플레이 하는 수준을 넘어서 다른 이용자들과의 정보 교류에 대한 니즈도 충족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준모 전 넥슨 대표가 이끄는 네시삼십삼분도 이달 중 게임 플랫폼 ‘포유(4U)’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회사 소태환 이사는 “1년여 정도 개발 단계를 거쳐 랭킹, 실시간 채팅, 친구 리스트 등 기본 기능이 구현된 플랫폼을 이달 중 위메이드크리에이티브가 출시하는 게임과 함께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소리 소문 없이 해당 플랫폼 비즈니스에 뛰어든 사업자들이 꽤 있다. 인크로스가 지난달 분사해 세운 플레이빈도 자사의 플랫폼 브랜드를 구축 중이며, 전 인기협회장 허진호 박사도 레이커 온라인 코퍼레이션이라는 법인을 설립해 스마트폰 게임 플랫폼 관련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너도나도 개발 전쟁에 돌입했을 뿐, 뚜렷한 실체가 나와있지 않다. 또 모바일게임사들은 자사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플랫폼 자체 매력을 논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다면 모바일게임사들의 객관적 경쟁력은 어떨까.

한 업계 전문가는 “본격적인 플랫폼 서비스는 올 하반기 이후이기 때문에 옥석이 가려지기까진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얼마만큼 잘 구현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보경 책임 연구원도 “스마트 디바이스 기반 플랫폼은 일반적인 PC에서의 웹포털 등과 사용성이 다르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인지공학적인 UI가 필요하다”며 “여기서 승패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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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플레이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경쟁 구도는 결국 승자독식으로 좁혀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투자, 콘텐츠, 디바이스 등 여러 조건이 갖춰져야 비로소 차세대 게임플랫폼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 판 붙어볼 만하다는 논리다.

업계 전문가는 “만약 스마트폰 아이디, 이용자풀만 공유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면 백전백패”라며 “종국에는 개발, 사업, 퍼블리싱, 마케팅, 재무 등을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역량 있는 기업이 플랫폼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