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클라우드, 국산 클라우드 집어삼킬까?

일반입력 :2011/06/07 14:45    수정: 2011/06/07 14:50

애플이 개인용 클라우드서비스 '아이클라우드(iCloud)'를 공개했다. 플랫폼과 서비스를 결합해 돌진하는 애플의 공세에 기존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일단 국내 IT업계는 이미 나와 있는 서비스라며 크게 걱정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튠스 이후 수없이 IT업계를 뒤흔들었단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

애플은 6일(현지시간) 미국 센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에서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를 발표했다.

아이클라우드는 사용자 주소록 관리 서비스 '모바일미'를 포함, PC를 대신해 모든 애플 단말기 데이터를 보관해주는 서비스다. 애플제품으로 찍은 사진과 아이튠스 구매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전자책 등이 자동으로 동기화되며, 단말기 데이터와 운영체제(iOS)까지 백업된다.

사용자는 애플 계정만 갖고 있으면 새 '애플 단말기'를 구입해도 기존 정보를 내려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용량은 5GB이며 이용요금은 무료다.

■국내 개인용 클라우드에 미칠 영향은?

아이클라우드에 대한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IT업계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클 것이란 전망과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와 비교해 별다른 차별화가 없다는 평가다.

서비스 형태만 놓고보면, 아이클라우드는 구글, 아마존뿐 아니라 국내 이통3사, NHN, 다음, 나우콤 등의 것과 유사하다. 애플의 오피스 프로그램인 아이웍스(iWork)를 클라우드와 연동해 자동백업, 동기화하는 것도 구글 독스나 MS 오피스365와 같다.

관련 업계에서는 아이클라우드의 한계로 애플 제품에만 적용된다는 폐쇄성을 지적했다. 5GB란 제공 용량도 부족한 부분으로 꼽혔다. 최근에는 N드라이브, 유클라우드, 다음클라우드, 세컨드라이브 등 대부분의 서비스가 50GB대 대용량을 지향한다.

NHN 관계자는 “애플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적화된 서비스일 것”이라면서도 “아이클라우드는 안드로이드 호환이 안 돼 폐쇄적 플랫폼 안에서 서비스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장 공간도 5기가밖에 안 되는 만큼, 당장은 국내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 클라우드 관계자는 “애플의 아이클라우드는 음악, 영상 등에 집중하는 반면, 다음 클라우드는 메일, 카페, 협업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라며 “클라우드 서비스의 이용 패턴 자체가 다를 것이고, 용량과 디바이스 호환 이슈가 있으므로 폭 넓게 쓰이기는 약간 힘들지 않겠느냐“라고 전망했다.

나우콤 관계자는 “현재까지 발표한 내용으로 크게 와 닿는 게 없다”라며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아이클라우드가 엄청난 메리트를 주지 않는 이상 옮겨가는 이용자는 적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산 서비스도 아이클라우드에 지지 않는 차별적 경쟁력으로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를 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 사용자는 이미 아이클라우드를 쓰고 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애플의 플랫폼 장악력이다. 이미 대규모로 확보한 애플 사용자층을 자연스럽게 클라우드 생태계로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애플은 2억개 이상의 iOS디바이스를 판매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애플의 기존 사용자들이 별도 가입절차없이 아이클라우드 세계에 이미 진입했다는 의미다.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지금 아이폰의 앱스토어 업데이트란을 들어가면 아이클라우드에 저장된 자신의 애플리케이션 구매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애플 사용자인 당신은 이미 아이클라우드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플랫폼 제한적이란 업계의 지적은 여기서 힘을 잃는다. 사용자 편의성 관점에서 가입과 설치란 시작부터가 애플보다 뒤처진 셈이기 때문이다.

국내 아이폰, 아이패드 사용자가 KT 유클라우드나 NHN의 N드라이브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가입절차를 거치고,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한다. PC와 호환하려면 또 설치과정이 필요하다.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맥, 맥북에어 사용자가 별도작업 없이 N스크린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과 큰 차이다.

아이클라우드가 서비스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애플은 아이클라우드를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개발자에게 API를 제공해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개발될 애플리케이션이 아이클라우드와 연동된다는 점은 기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비해 엄청난 속도로 활용폭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인터넷 서비스회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개발사의 업그레이드에 의존하지만, 애플은 개발자 규모 자체를 달리한다.

■아이클라우드, 단순한 스토리지 5GB가 아니다

각 콘텐츠를 자동으로 동기화한다는 점 역시 경쟁서비스와 차별점이다.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 측면에서 유클라우드나 N드라이브는 단순한 스토리지 서비스에 불과하다. 사용자가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별도로 구분해야 하고, 업로드 과정도 있다. C드라이브에 폴더를 만들고, 파일을 집어넣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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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이클라우드는 사용자 단말기의 데이터를 스캔해 동기화한다. 애플리케이션, 사진, 영상, 음악, 메일 등을 구분된 공간과 서비스별로 분산해 저장한다. 사용자는 그냥 써오던 대로 사용하기만 하면 애플이 모든 걸 알아서 해준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여러 단말기를 계속 싱크(동기화)시키는 일은 우리를 미치게 한다며 우리는 PC를 다른 디지털 기기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림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