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슨 그루폰 대표 “소셜커머스는 큐레이터 역할”

일반입력 :2011/06/07 13:05    수정: 2011/06/07 18:31

봉성창 기자

동종 음식점들이 몰려있는 이른바 ‘먹자 골목’에는 간판을 통해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원조’라는 말로는 모자랐는지 ‘시조’를 넘어 급기야 무슨 조선왕조도 아닌데 ‘태조’라는 말까지 동원된다.

재미있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진짜 ‘원조’라고 해서 반드시 장사가 잘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의 취향이나 입맛은 계속 변하기 마련이고 이를 얼마나 잘 부응하는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이는 소셜커머스 업계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자타 공인 소셜커머스 원조는 미국의 ‘그루폰’이다. 그루폰의 기록적인 성공을 목격한 우리나라에서는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이크프라이스 등 이른바 톱3를 비롯해 무수한 기업이 일찌감치 소셜커머스 사업을 진행했다. 전 세계 46개국 500여개의 지역에 진출한 그루폰의 한국 지사인 ‘그루폰 코리아’는 말 그대로 한 발 늦었다.

원조 소셜커머스 그루폰의 창립자이자 현 CEO인 앤드류 메이슨이 7일 우리나라를 찾았다. 의례적인 아시아 투어라고 밝혔지만 승승장구하고 있는 다른 지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할 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 소공동 프라자 호텔에서 만난 메이슨 대표는 그루폰의 흥행 비결에 대해 두 가지 요인을 들어 설명했다. 첫째는 업체를 선정할 때 품질을 가장 신경쓰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비자들에게 마법과 같은 소비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루폰은 스스로 큐레이터라는 느낌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업주를 선정하기 전에 미리 직원들이 직접 경험해봄으로써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마법과 같은 소비경험. 그것은 공동 구매를 통해 만들어지는 저렴한 이른바 반값이다. 여기에 소비자가 불만족 하는 경우에는 100% 환불해주는 정책도 그루폰이 내세우고 있는 강점이다.

메이슨 대표는 이날 ‘그루폰’을 만들게 된 유래를 설명했다. 지난 2007년 11월 메이슨 대표는 본인의 휴대전화를 해지하려다가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인보다는 집단이 더 힘이 센 법. 사회적 단체 행동을 위해 만든 웹사이트 ‘더 포인트’가 그 시초다.

“그루폰은 당시 더포인트의 부가 프로젝트로서 소비자의 경험을 창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이를테면 스카이다이빙과 같이 평소 잘 하지 않을 것 같은 서비스를 함께 해보면 어떨가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성공했다. 특히 업주들의 반응이 뜨거웠는데 그루폰과 함께 행사를 하기 위해 9개월이나 기다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특히 영세 소비자들은 자신의 상품이 대중들에게 노출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TV나 라디오 광고를 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루폰을 통해 홍보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다는 것을 증명하게 됐습니다.”

메이슨 대표의 말처럼 ‘그루폰’ 사업은 무서운 성장을 거듭했다. 미국 120개 도시와 유럽 100개 도시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와 남아메리카에 3천50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매셔블 리포트에 따르면 2010년 그루폰의 예상 수익은 약 3억5천만 달러로 점쳐졌지만 실제 수익은 이에 두배가 넘는 8억 달러를 기록했다.

구글에게 인수 제안을 받은 일화도 유명하다. 그루폰은 구글로부터 무려 60억 달러라는 거액의 인수 제의를 받았지만 메이슨 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이유는 그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메이슨 대표는 향후 그루폰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차기 전략도 공개했다. 현재 미국내에서 테스트 중인 ‘그루폰 나우’가 그것이다.

‘그루폰 나우’는 쿠폰을 구입한 시점에서 바로 사용이 가능한 딜을 제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특히 위치 기반 서비스를 바탕으로 개발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자가 현재 위치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쿠폰을 안내한다. 쿠폰을 발행하는 업주 입장에서 손님이 없는 시간에 실시간으로 쿠폰 행사를 함으로써 테이블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메이슨 대표가 바라본 한국 지사의 성과는 어떨까. 그는 한국서 그루폰이 서비스 된 2개월 반의 성과에 대해서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특정 경쟁 상대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고객을 만족시키고 파트너사를 기쁘게하는 것이며 경쟁사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요소입니다.”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그루폰은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경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원조 기업이지만 지금은 수많은 경쟁자들이 시시각각 압박해오고 있다. 스스로 아무리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레드오션은 상장 심사를 앞두고 있는 그루폰에게 좋은 신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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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슨 대표는 유난히 말을 아꼈다. 지난해 수억달러의 손실액을 기록한 이유에 대해서도 서류에 나온 그대로라고만 했다. 지난해 고작 18만달러의 연봉을 받은 이유도 나머지는 그루폰의 주식을 받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지금 소셜커머스 업계의 관심은 메이슨 대표의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구글의 인수 제안까지 물리치고 상장을 택한 대담한 서낵 때문이다. 티몬, 쿠팡 등 쟁쟁한 경쟁업체들이 버티고 있는 한국시장서 그루폰이 던질 승부수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국에 방문한 메이슨 대표의 한 마디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