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귀환 “시한부? 웃기지마!”

일반입력 :2011/06/07 07:38    수정: 2011/06/07 09:27

김태정 기자

그를 병석에서 벌떡 일으킨 승부사 기질이 놀라울 뿐이다. 뭉텅 빠진 머리숱과 삐쩍 마른 몸이 안타깝지만 무대에 힘차게 올랐다. ‘교주’ 스티브 잡스가 돌아왔다.

올 초 시한부설 까지 나왔던 잡스의 귀환 여부는 차기 아이폰을 넘어선 관심사였다. 그의 복귀와 건강을 바라던 팬들이 일단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교주의 첫 마디 “기분이 좋다”

잡스는 2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세계 개발자 대회(WWDC)’에 등장, 애플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아이클라우드’를 특유의 날카로운 프리젠테이션으로 소개했다.

비록 췌장암 투병에 따른 초췌한 모습이 여전했지만 무대를 장악한 카리스마는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는 이날 행사 오프닝곡으로 제임스 브라운의 ‘i feel Good(기분이 좋다)’을 내보냈고, 스스로도 “기분 좋습니다”라는 말을 청중에게 던졌다. 건재함을 강조한 퍼포먼스로 해석된다. 한 관객이 “사랑한다”고 외치자 잡스는 그런 마음이 도움이 된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병가 중에도 잡스의 움직임은 활발했다. 아이패드로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 자택에서 경영회의를 열었다. 세간에 시한부설이 떠돌아도 묵묵히 일했다.

지난 3월에도 아이패드2를 직접 공개하며 건재함을 과시한 뒤 꼭꼭 숨었다가 드라마틱하게 등장했다. 특유의 신비주의 전략이 이어진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경쟁사들이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쏟아내는 가운데 병석만 지키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2004년 췌장암 수술과 2009년 간 이식 수술을 거치면서도 애플을 지켜온 잡스다.

■수십조원 가치의 몸

잡스의 건강 상태는 애플 주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후계자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잡스가 애플 자체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가 병가를 낸 다음 날인 지난 1월 18일, 애플은 악몽을 겪었다. 주가가 뉴욕 증시서 6%, 프랑크푸르트에서는 6.2% 떨어졌다. 시가총액 220억달러 가량이 순식간에 증발한 것이다.

애플 주주들은 아이폰·아이패드 선전에도 불구하고, 잡스가 없는 회사의 미래를 불안하게 봤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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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요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오늘날 IT 산업에서 잡스를 대신할 능력을 가진 인물은 찾기 힘들다”며 “사람들은 잡스의 말을 듣는다”고 설명했다.

잡스 이후의 애플은 누구도 짐작이 힘들다. 2인자 팀쿡 최고운영책임(COO)가 나름대로 선전 중이지만 통신사, 음반사 등과의 주요 협상은 잡스 스스로 했다는 부분이 부담스럽다. 잡스 외 누구도 이 같은 경험이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