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서든어택' 경쟁 게임 유입 파문…왜?

일반입력 :2011/06/04 10:16    수정: 2011/06/04 15:57

CJ E&M 넷마블(이하 넷마블)이 설립 이후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든어택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파트너십 정신에 위배되는 행보를 보였다고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계약 내용을 공개하고 서든어택 회원을 타 경쟁 게임으로의 유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넷마블과 넥슨의 자회사 게임하이가 일인칭슈팅(FPS) 게임 서든어택 재계약 문제를 두고 신경전이 한창이다. 두 회사는 협상 테이블에서 벗어나 미디어와 이용자에게 서로의 입장을 전하면서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넷마블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남궁훈 넷마블 대표가 서든어택 수익분배 내용, DB이전 내용 등을 공개한 것이다. 돌발 행동이었다.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남궁훈 넷마블 대표는 자사의 홈페이지에 “서든어택이 넷마블을 떠나 다른 곳에서 서비스됨으로써 이용자 여러분이 겪게 될 불편을 방지하고자 게임하이와의 계약 연장을 위해 업계 최고 조건인 150억을 제시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수익배분율을 7:3(게임하이:넷마블)으로 책정, 넷마블만의 단독 서비스가 아닌 게임하이의 모회사인 넥슨을 포함한 타사의 서비스가 가능토록 공동퍼블리싱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싸움 건 넷마블, 묵묵히 대응하는 게임하이

넷마블의 공격에 게임하이 측은 차분하면서 냉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게임하이 모회사인 넥슨은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CJ E&M측(넷마블)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정준 게임하이 대표가 직접 CJ E&M이 거론한 150억원의 계약금과 수익배분 비율을 7:대3으로 하는 파격적인 제안은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계약조건은 지난 연말 게임하이가 제시한 것이었고, 당시 CJ E&M이 이를 거절했다는 부연 설명도 있었다.

오히려 게임하이 측은 넷마블이 비도덕적 기업이라는 증거를 내놔 상반기 최대 이슈로 부각된 상태다. 넷마블 측이 서든어택 회원을 퍼블리싱 신작 FPS 스페셜포스2로 강제로 유입시키는 영상이 공개된 것.

동영상에는 넷마블 서든어택 공식홈페이지에서 로그인을 하면 자동으로 스페셜포스2 서비스 페이지로 넘어가는 장면이 담겨져 있었다. 게임하이 입장에선 오랜 시간 파트너 관계를 맺어온 넷마블에게 배신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게임하이는 CJ E&M이 퍼블리셔의 지위를 이용해 서든어택 경쟁작인 FPS들을 살리고 서든어택을 죽이는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넷마블 측은 게임하이의 서든어택 서버 및 운영권한을 박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게임 내 버그 및 핵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넷마블 측이 의도적으로 서든어택 충성 고객들의 이탈을 방치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 수 있어 우려된다.

넷마블에 대한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다. 넷마블 측이 서든어택 회원DB를 인질 삼아 재계약 협상에 나섰다고 알려진 이후부터다. 서든어택 이용자들이 넷마블에 실망한 이유기도 하다.

남궁훈 대표는 올해까지 서든어택 계약을 연장해 주면 DB이전을 해준다고 밝혔다. 뒤집어 보면 계약 연장 없이는 게임DB이전은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용자의 DB를 인질삼아 재계약 협상에 나섰다는 오해를 스스로 만든 셈이다.

넷마블이 이 같은 조건을 내건 이유는 서든어택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 실제 넷마블 매출의 20% 정도는 서든어택에서 발생된다. 또 이 게임은 국내 FPS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70%~80%에 달한다.

이외에도 넷마블 입장에서 다른 속사정이 있다. '솔저오브포춘'과 '스페셜포스2'를 안정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해선 서든어택의 이용자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중론이다.

■넷마블에 실망한 게임하이, 서든어택 직접 서비스 가닥?

넷마블의 DB 이전과 관련한 협상 태도에 실망해서일까. 게임하이 측은 인식표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서든어택 이용자의 게임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

인식표 시스템은 F8키(스크린샷 캡쳐)를 누를 경우 전적 등의 기본 정보를 부대명과 용병번호 등으로 암호화해 이미지 형태로 저장하는 내용이다. 넷마블 측이 DB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이용자 스스로 인식표 정보가 담긴 이미지를 제출해 복구 받을 수 있다. 물론 재계약 협상이 결렬되고 DB이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다.

특히 넷마블 측이 인식표 시스템을 강제로 막았지만 이용자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는 등의 진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확인결과 게임 실행 시 윈도우 작업관리자 창에서 특정 프로세스(NetMarbleEndWeb.exe)를 삭제하면 F8키 기능이 다시 활성화된다.

게임하이 측은 인식표 시스템은 이용자가 스크린샷을 찍고 인식표를 추가하는 행위라며 이 시스템은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캐릭터 정보 이전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어떠한 정보도 게임하이 측에 전달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종에 후킹 기술로 F8키를 막은 것으로 보인다. 서든어택을 실행한 상황에는 무조건 F8키 기능이 작동되지 않도록 했다. 일부 이용자는 이를 눈치 채고 인식표 시스템 활성화 방법을 찾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든어택 사태에 대한 시장의 시각, '넷마블은…'

그렇다면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넷마블이 상도의와 파트너십 정신을 무시했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든어택 재계약 성사 여부를 떠나 넷마블의 기업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국내외 게임개발사들이 넷마블을 신뢰할 수 없는 퍼블리셔사로 인식할 수 있어 우려된다. 서든어택 사태가 또다시 재발할 수 있어서다.

CJ그룹 차원에서도 이번 서든어택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의 부정적 이미지가 CJ 그룹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J 내부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남궁훈 대표의 퇴사 소식도 그룹차원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발적으로 퇴사를 결정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은 남 대표가 물러난다고 해도 이번 사태가 수습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신임 대표로 넷마블 창립자인 방준혁 전 대표가 내정됐다고 알려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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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혁 넷마블 대표 내정자는 협상가 스타일은 아니라는 전문가의 중론. 공격 경영 스타일로 외부의 시각은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결정을 업다운 방식으로 진행하는 보수적 경영자라는 평가다.

복수의 업계 전문가는 올해 15종의 신작 출시를 목표로 머나먼 항해를 시작한 넷마블이 이번 사태로 인해 안개 속 망망대해를 건너야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넷마블 스스로 실추한 이미지를 최대한 빨리 복구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키(Key)는 이번 서든어택 재계약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