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vs 외산'…보안업계 소리없는 전쟁

일반입력 :2011/06/03 11:26    수정: 2011/06/03 11:27

김희연 기자

최근 연이은 해킹사고로 보안 솔루션 도입을 고려하는 금융권 및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보안업체와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장악을 위해 소리없는 전쟁 중이다.

일례로 좀비PC 방지 솔루션 시장만 봐도 그렇다. 3.4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으로 좀비PC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시장에서 국내외 보안업체가 격돌하기 시작했다. 국내 보안업체들 중에서는 윈스테크넷, 파이오링크, 엔피코어가 앞다퉈 좀비PC 방지 솔루션을 출시했고, 글로벌 기업은 트렌드마이크로, 시만텍이 출사표를 던졌다.

올해 급부상하고 있는 클라우드 보안 시장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엿보인다.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 펜타시큐리티, 시큐아이닷컴 등 국내 업체가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섰고, 대형 글로벌 벤더 및 외산 업체들이 클라우드 보안을 화두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처럼 시장주도권 선점을 위해 국내외 전문업체 간의 경쟁이 불가피해진 상태다. 사실상 국산 대 외산 보안업체들의 경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업체들은 그 명성에 비해 맥을 못추고 있다.

■국산 솔루션, 보수적 시장에서 맞춤형 서비스 제공

글로벌 업체들의 부진은 금융권 및 공공기관 의존도가 큰 국내 보안시장 특징 때문이다. 보수적 성향의 주 고객층 때문에 글로벌 업체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 규모 자체가 작은 것도 문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반면 국내 보안업체의 경우, 주요 기업들에게 맞춤형 보안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특수성을 가진 국내 국가 및 공공기관, 금융권의 진입할 때도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국내업체들은 글로벌 보안업체와 비교해 유지보수 및 지원도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어 국내시장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시큐아이닷컴 기획팀 송항섭 부장은 국내 보안업체들은 아무래도 시장상황을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 고객대응에 더욱 유리한 면이 있다면서 고객에게 맞춤형 보안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이 국내업체들의 경쟁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글로벌 기업들은 전세계적으로 표준화된 기술을 적용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나 고객환경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자체가 쉽지 않다. 이 점은 보수적인 시장환경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보안업체에 비해 유지보수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조시행 안철수연구소 연구소장은 글로벌 업체의 경우는 비지니스 조직중심적이기 때문에 수시로 발생하는 로컬 보안 이슈에는 실시간 대응이 어렵다면서 로컬 보안이슈가 본사에 보고되어 대응하는 프로세스에서 국내이슈가 최우선순위로 해결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맥 못추는 외산...비장의 무기 있다

하지만 글로벌 보안업체들도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전세계적인 보안 이슈대응에 유연하다는 것이다. 각 글로벌 지사들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본사차원의 보안 리포트도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어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고객 신뢰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솔루션자체의 기본적인 안정성도 강점이다. 외산 솔루션을 이용하는 국내 기업들도 구현되는 기능의 완성도나 신뢰성은 비교적 높은 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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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청한 한 글로벌 보안업체 관계자는 본사차원에서도 국내시장에 특수성을 고려해 사업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단계지만, 이는 단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국내시장 공략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시장에서의 경쟁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 하지만 보안전문가들은 국내냐 글로벌 보안업체냐의 문제가 아니라 보안강화를 위해 솔루션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내부환경과 특징에 알맞는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