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소니 3D 캠코더 써봤더니…

일반입력 :2011/05/28 11:00    수정: 2011/05/29 14:58

봉성창 기자

3D TV의 보급은 여전히 더딘 모양새다. 지난해 영화 아바타의 기록적인 흥행과 남아공 월드컵이 3D로 방송될 때만 하더라도 금새 2D 화면을 대체할 것처럼 이슈를 일으켰던 것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럽다.

이는 사람들이 생생한 3D 화면을 체험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주변만 살피더라도 3D 화면을 한번도 못 본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결국은 콘텐츠 문제다.

3D 영화는 전체 편수와 비교하면 매우 적다. 집안에서 3D 영화를 감상하면 3D TV는 말할 것도 없고 고가의 3D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영화 타이틀을 구입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몇천원을 주고 다운로드 받는 영화와 비교하면 여간 번거롭고 돈 들어가는 일이 아니다. 3D 방송 역시 걸음마 수준이다. 기껏 고가의 3D TV를 사놓고도 볼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이래서 나온다.

이 가운데 소니가 3D TV를 활용할 수 있는 꽤 괜찮은 제품을 선보였다. 바로 ‘3D 핸디캠 HDR-TD10’이 그것이다. 가정용 3D 캠코더로는 세계 최초로 출시된 이 제품은 누구나 손쉽게 3D 영상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2D 영상과 달리 3D 영상은 편집부터 재생에 이르기까지 기술적인 정보가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가령 2D라면 스마트폰이나 캠코더로 촬영해 프리미어나 베가스와 같은 프로그램을 편집한 후 곰플레이어 등으로 재생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3D는 아직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과정이 소니 3D 핸디캠을 통해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봤다.

■두 개의 눈, 심장, 두뇌를 가진 캠코더

‘HDR-TD10’은 두 개의 렌즈가 달려있는 캠코더다. 내부를 살펴보면 마찬가지로 비욘즈(Bionz) 프로세서와 ‘익스모어R’ CMOS 이미지 센서를 각각 두 개씩 갖추고 있다. 다시말해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두 개의 캠코더가 하나로 합쳐진 셈이다.

각각의 렌즈는 1920x1080 풀HD 해상도로 촬영해 하나의 파일로 압축한다. 이는 ‘프레임 패킹’ 방식이라고 하는데 화질의 열화가 없어 고해상도의 3D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HDR-TD10’의 좌우측 렌즈의 간격은 31mm이다. 이는 평균적인 사람 눈 사이의 간격과 동일한 것으로 입체감을 극대화하는 황금 거리라고 소니 측은 밝혔다.

이 제품의 하이라이트는 3.5인치 LCD 창이다. 안경 없이도 입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엑스트라 파인 무안경 3D LCD’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결과물을 3D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제품 자체를 HDMI 단자로 3D TV와 연결하면 별도의 플레이어 없이도 3D 화면을 재생시킬 수가 있다. 값비싼 플레이어가 따로 필요없게 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려운 광학 줌도 10배를 지원한다. 3D 캠코더에서 줌이 구현 어려운 이유는 간단하다. 두 개의 렌즈가 완전히 동일하게 움직여야 입체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HDR-TD10’가 그간 소니의 축적된 기술력이 총집합 됐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이밖에 캠코더 본연의 기능도 충실하다. 2D 촬영에서도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17배 줌까지 지원한다. 이 제품의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다. 일반인들이 구입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200만원 초반대에 팔린다.

물론 가격은 두 개의 캠코더가 한 몸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3D 촬영 장비라는 점만 놓고 보면 이제야 보급이 가능한 가격대의 제품이 출시됐다는 것이 영상 관계자들의 평이다. 이제 제임스 카메론 뿐만 아니라 저예산 독립 영화 제작자도 이제 3D로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움직이는 피사체도 또렷하게 분리

실제로 ‘HDR-TD10’을 가지고 야외로 나가 촬영을 했다. 날씨가 다소 흐린날임에도 불구하고 초점을 잡거나 3D 입체감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밝기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소니의 G렌즈와 익스모어R 이미지 프로세서가 가진 강점 때문으로 해석된다.

촬영은 여러 앵글과 줌아웃으로 이뤄졌다. 3D 입체감을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확실히 여러 피사체가 떨어진 장면을 잡아야 한다. 가령 하나의 피사체를 화면에 꽉 차게 줌으로 당겨 잡거나 밋밋한 평면을 촬영하면 입체감이 떨어지거나 혹은 초점이 나가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반면 움직이는 피사체에 대한 입체감은 매우 만족스럽다.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한번 분리된 피사체가 가진 레이어를 거의 정확히 추적한다. 상하좌우는 물론 멀고 가까워지는 움직임도 거의 대부분 잘 잡아낸다.

홍익대 앞 주변에 이어 마침 열린 대학 축제 풍경을 앵글에 담았다. 한번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서있는 공연장 모습이나 돈을 걸고 각종 게임에 도전하는 모습 등이 3D 입체로 생생하게 펼쳐졌다.

특히 락밴드의 공연은 보컬부터 드럼, 기타, 키보드 등 각 세션들이 정확히 분리돼 입체감을 드러냈다. ‘HDR-TD10’은 내장 마이크로 5.1 채널 음향을 기록할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럽다.

아쉬운 점은 무안경 3D LCD가 햇빛이 강한 야외에서는 거의 입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경우에는 차라리 입체감을 포기하고 3D 대신 2D로 화면을 확인하는 편이 낫다.

또한 언제나 조심해야 할 것은 절대 화면 하나에 피사체를 가득 담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입체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뿐 만아니라 아예 이미지가 겹쳐 눈이 피로해진다.

■편집 어렵지만 도전…3D UCC 만들어볼까?

이렇게 찍어 온 영상을 편집하기 위해 ‘HDR-TD10’을 PC에 연결했다. 함께 내장된 프로그램인 PMB(Picture Motion Browser)을 통해 PC와 캠코더의 3D 데이터를 자유롭게 주고 받을 수 있다.

당초 제품에 3D 편집 프로그램이 담겨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예상은 빗나갔다. 소니 측에서는 자사에서 개발한 ‘베가스 프로’ 버전에서 3D 입체 영상 편집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물론 확인 결과 ‘프리미어 프로’에 3D 플러그인을 깔거나 파이널컷 프로 등에서도 편집이 가능하다. 편집 방식은 의외로 2D와 거의 동일하다. 최종 단계에서 3D 입체감에 대한 조정을 할 수 있지만 초보자는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 물론 3D 입체 영상을 지원하는 모니터가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다시 ‘HDR-TD10’에 담아서 3D TV에 연결해 재생이 가능하다. 별도의 플레이어가 필요없는 셈이다. 물론 PC에 저장해 3D TV와 연결해 보기 위해서는 ‘Tri-Def’와 같이 3D 입체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단, 편집된 결과물을 인코딩 할 때 ‘사이드 바이 사이드’로 저장해야 한다.

촬영에서 편집까지 ‘HDR-TD10’은 몇 가지 3D 입체 영상에 대한 주의점만 이해하면 일반 캠코더와 크게 다르지 않게 사용 가능했다. 물론 편집 과정은 전문적인 프로그램과 3D 모니터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과 함께 전문 지식을 요구한다. 그러나 가정용 캠코더가 주로 일상을 기록하는 데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편집 없이 찍은 영상을 그대로 감상하는 용도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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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R-TD10’은 3D 입체 영상 대중화를 위한 단초를 제공한다. 현재 인터넷에서 동영상 콘텐츠가 이처럼 활성화 된 이면에는 유저 크리에이티드 콘텐츠 이른바 ‘UCC’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3D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초기 영화사나 방송국과 같은 대형 사업자에 의해 콘텐츠가 공급된 이후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면서 대중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에는 유튜브에서도 종종 3D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HDR-TD10’의 흥행이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