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회장 “물이 배격하면 물고기는 죽는다”…의미는?

일반입력 :2011/05/26 14:16    수정: 2011/05/26 15:42

“기업은 물고기, 국민은 물이다. 물이 배격하면 물고기는 살 수 없다”

이석채 KT 회장이 국민은 ‘물’, 통신사는 ‘물고기’에 비유하며, 정부의 인위적인 요금인하 압박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 회장은 26일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KT-KTF 합병 2주년 간담회에서 정부의 요금인하 요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스마트 시대가 개화하는 시기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판단해 달라”며 “국민들이 다 싫다하고 요금인하만 고집한다면 꿈도 꾸지 않고 (투자를)접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KT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금융·클라우드·미디어·글로벌 등 성장 동력에 투자해야 할 시기에 강압적 요금인하로 발목을 잡지 말아달라는 것이다.■“통신사는 통신서비스 제공 회사 아니다”

그 이유로 이 회장은 일자리 창출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해외 진출 도우미로서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통신사의 역할이 과거와 같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다.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는 시기에 새로운 기회를 국민과 인류에게 제공해야 하는 역사적 갈림길에 와 있다. (요금인하 할 여력을 투자에 집중할 경우)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국내기업의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흐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융합이 키워드 중 하나다. 모바일 결제와 같은 가상의 재화가 엄청난 규모로 커지면 수많은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과거 산업화, 세계화의 기회보다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통신사들이 역사적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격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그는 애플 앱스토어의 비즈니스 사례를 예로 들며 통신사가 스마트 시대의 혁명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읍소했다.

이 회장은 “애플의 모델에 자극을 받아 전 세계 통신사들이 만든 ‘글로벌 슈퍼 앱스토어(WAC, Whole sale Application Community)’가 성사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40억 세계 시민이 단일 시장으로 모이는 것을 목격할 것이다. 글로벌 통합시대가 실현되면 한국인이 도전해 볼 만한 엄청난 시장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2를 출시할 때 소비자가 앱스토어에 지불한 금액이 1년간 20억달러라고 했다. 그것은 약 1억 고객이었을 때 얘기다. WAC에 참여하고 있는 통신사의 가입자 40억명 중 30억명이 스마트폰을 갖게 되면 연 3천억달러의 시장이 열린다. 한국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가 될 수 있으며 성장과 일자리 기회가 될 것이다. 이 혁명의 주역은 통신사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금인하해도 또 되풀이 될 것”

이 날 이석채 회장이 경영자로서, 옛 고위 경제관료 출신의 거시 경제적 관점에서 인위적 요금인하의 부당함을 역설했다면, 이상훈 KT 사장은 네트워크 전문가로서 이 회장의 주장을 거들었다.

이 사장은 “스마트폰을 통해 모바일화되는 현 시점이 과거 2000년대 초고속인터넷이 대중화 되던 시점과 유사하다. 당시 업계에서는 초고속인터넷이 통신사의 주요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초고속인터넷에 대한 고객의 기대치가 계속 올라가면서 2·5Mbps의 ADSL에서 20·50Mbps의 VDSL 그리고 FTTH에 이르면서 KT의 수익은 제자리걸음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스마트폰·태블릿을 이용하기 위한 모바일 인터넷에 대한 요구가 당시 유선의 습성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 무선은 유선과 달리 유한한 자원”이라며 “때문에 투자비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고 이에 필요한 투자요소는 2G→3G→4G 등 세대(G)를 넘어갈 때 유선을 크게 상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사장은 정부의 요구대로 요금인하를 단행한다 해도 이 같은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며 회의적 시각도 드러냈다.

“(요금인하를 수용하고 투자는 투자대로 한다면)KT그룹이 성장 동력으로 삼는 비통신 영역은 어떻게 키워갈 것인가. 불행하지만 현재 통신사에 커다란 희망은 많지 않고 매출도 따라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만약 놀랄 만큼의 경영성과나 큰 행운으로 매출과 이익이 증가한다면 그 때가서도 (정부는) 초과이익에 대한 요구를 계속할 것이다.”

이날 KT는 요금인하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향후 정부의 요금인하 추진방향에 따라 다양한 요금제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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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명 KT 사장은 “요금인하는 3G·4G, 클라우드 등 미래 투자를 위해 신중히 접근해야 하고 WAC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다만, 서민을 위한 요금인하 방안으로 합리적인 요금제를 선보일 계획이며, 혁신적인 안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이후 이를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석채 회장의 비유처럼 물과 물고기가 슬기롭게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