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 공로자회, 사행성 게임물 투자?

일반입력 :2011/05/24 10:44    수정: 2011/05/24 11:07

전하나 기자

국가공인 보훈단체가 사행심리를 조장하는 게임물을 지속적으로 개발·보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4·19혁명공로자회의 '하이(HI) 별주부전'이 환전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어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달 초 등급거부 판정을 받았다. 고전 별주부전의 외전 형식을 취한 이 게임은 FPS(1인칭슈팅) 장르를 표방, 플레이어가 직접 별주부를 타고 다가오는 물고기들을 공격(레버를 조작해 발사)하면서 용궁까지 도달한다는 내용이다.

대개의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물은 이용자간의 상호작용없이 단순, 반복 조작을 통해 결과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기본 아이템이 무료로 제공되지만 실질적으로는 현금으로 환전을 유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문제는 '하이 별주부전'이 이같은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물 형식을 매우 흡사하게 띄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게임 진행에 필요한 아이템(아이템카드 삽입 후 선택 가능)을 적절히 사용해서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면 용궁에 도달, 경품을 받을 수 있다. 또 만약 용궁 앞에 나타난 보스 물고기를 제거하지 못한 경우엔 경품을 얻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게임위 관계자는 아이템카드가 경품으로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환전 이용 가능성이 높아 일반 경품 게임기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등급 거부 이유를 밝혔다. 또 난이도가 인위적으로 실행되고, 확률이 랜덤으로 결정되는 부분도 우려될 만한 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공로자회는 해당 게임과 유사한 내용의 별주부전, 뉴별주부전, 별주부전2 등 게임물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보급해 왔다. 이들 게임은 현재 전체이용가등급으로 정식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업자가 비슷한 형태의 게임물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이유는, 전체이용가 게임이 실제 영업시 변칙 운영됐을 때를 대비해서다. 이중 하나가 단속에 걸리더라도 계속 운영할 수 있는 게임물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 게임물은 속칭 '예비군'으로 불린다.

게임위의 현행 규정상으로는 이들 게임의 불법 운영이 뻔히 예상되더라도 사후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안 외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다. 게임위 관계자는 별주부전류의 게임물은 등급을 내준 뒤에도 개변조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단속업무를 통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공로회측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로회측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전임자가 관할하던 업무인데, 우리도 이달 초 게임위로부터 공지를 받고 관련 내용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았다며 4·19의 명예를 실추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전임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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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게임위 홈페이지에 등록된 게임 설명서에는 신청사 대표자에 M 전임 회장 이름이 올라 있다. 현재 공로자회 회장은 이기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다.

업계 전문가는 신임 회장 체제가 1년여 다 되가는데도 이를 몰랐다는 점이 쉽사리 납득가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정부공인 단체가 이런 사업을 벌여서는 안됐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