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LED 정책...800여 중기 '경영 위기'

일반입력 :2011/05/13 11:30    수정: 2011/05/13 18:59

손경호 기자

'시장은 예상보다 커지지 않고, 공급가는 떨어져만 가고, 보급률은 지지부진하고...'

정부가 지난 2008년 이래 야심차게 추진해 온 절전효과가 큰 LED 조명보급확산 정책이 3중고에 빠졌다.

지난 2008년 당시 산업자원부가 ‘차세대 LED조명산업 발전전략’ 발표에 이어 이 분야에 진출했던 중소기업들이 최근 경영위기에 내몰렸다. 정부가 내세웠던 스타 LED벤처육성계획은 화우테크놀로지, 중앙엔룩스 등 대표적 LED벤처조차 잇따라 대기업에 흡수되거나 부도로 이어지면서 업계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LED조명 보급률은 당초 계획에 한참 밑돌면서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 구호를 무색케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기업들이 LED산업에 본격 참여하면서 초기 참여업체의 대부분을 점하고 있는 중소LED기업들의 추락과 줄도산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11일 LED업계에 따르면 당초 정부의 계획에 따라 적극적으로 LED조명산업에 참여한 대다수 LED부문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잇단 참여에 따른 경쟁력 상실 ▲날로 떨어지는 제품가격 ▲8%에도 못미치는 민간부문 보급률 등으로 향후 2~3년 내 대부분 정리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의 LED성장 전략 구호에 그쳤다

당시 산자부는 'LED산업 신성장동력화 발전전략'을 통해서 2012년까지 ▲국내 LED생산규모 90억달러 확대를 통한 세계 3위권의 LED강국 육성 ▲2012년까지 공공분야 LED조명보급률 30%, 2015년까지 민간분야 LED조명 보급률 30% ▲LED전문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2011년 현재 LED 보급률은 정부공공기관이 간신히 8%에 도달한데다 일반보급률은 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나마 정부부문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샘플링 방식으로 조사한 것이어서 실제 집계는 더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스타 LED벤처 육성 전략과 관련,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상세하게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정책의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김용채 지경부 에너지관리과장은 최근 집계한 공공기관 기관 대상의 샘플링 조사결과 8% 정도의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뱅크 LED담당 배훈 수석연구원은 “이미 2008년 정부자금·은행융자 대출을 받아 LED조명 시장에 뛰어든 중소기업들의 4분의 3정도는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상환기간이 시작되는데 매출은 거의 없는 기업들이 태반인 실정이다.

■LED조명 너도나도 참여…화를 자초한 측면도

물론 이같은 LED전문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정부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한국광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2006년 260개였던 LED조명업체들은 5년 뒤인 2010년까지 약 900개 이상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참여 업체로만 보면 5년 간 약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업체가 증가하면서 난립수준으로까지 가게 된 업계상황에는 LED 기술진입장벽과 초기투자비용이 낮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LED보급협회 강기정 차장은 예상보다 시장규모가 커지지 않고 있는데도 업체가 이처럼 급증하게 된 데 대해 정부가 밀고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 중에서도 태양광과 같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에 비해 LED조명이 상대적으로 진출하기 쉽다며 원인을 찾았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기술인력 한 두명을 두고 LED칩을 사와서 단순조립하는 업체들도 상당히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주문량에 따라 아르바이트생과 같은 비상근 인력을 고용하는 이들 기업 대부분은 사업 규모를 키울 만큼 물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지지부진한 정부의 LED보급 정책

하지만 업계는 이러한 상황과 초래한 배경과 관련, 무엇보다도 정부의 LED등 보급 정책의 부진이란 점을 꼽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야심찬 LED시장 확산 계획이 예상만큼 커지지 않았고 이 와중에 경쟁력을 상실한 업체들은 잇따라 인수합병되거나 부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화우테크놀로지가 꼽힌다. 지난 2008년 750억원 매출 중 LED조명에서만 608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화우테크놀로지는 LED보급률 저조에 따른 자금난을 겪다가 지난 3월31일자로 동부그룹으로 인수됐다. 중앙엔룩스 역시 지난 1월 말 경영난으로 부도를 냈다.

배훈 연구원은 “LED조명 보급률이 신호등 교체를 제외하고 5%가 채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수요가 있는 공공부문이나 건설쪽 신규 아파트 같은 곳도 작은 업체가 들어가기 힘든 실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대기업 진출이후 제품 가격 내려만 가고

작년까지만 해도 LED조명 개당 가격(60W대체용 기준)이 3만원에서 5만원 수준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삼성LED와 LG전자는 물론 오스람·필립스 등 외국계 회사들도 앞다퉈 1만원대 LED조명을 출시했거나 출시할 예정이다. LED조명 중소업체들이 살아남기에는 더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황금어장이라고 믿고 진출한 중소기업들이 초기에 너무 쉽게 생각하고 접근한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백열전구나 형광등을 만들 듯이 LED조명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직 보급률이 두 자릿수를 넘지 못하는 시점에서 계열사와 자본력이라는 든든한 보험을 둔 대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따라갈 수 있는 중소기업을 찾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중소기업들이 LED조명 시장 보급을 염두에 두고 조명기구나 관련 부품소재쪽으로 진출하는 것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기자생력 확보 대안은?

한국LED보급협회 강기정 차장은 “LED 조명은 엄밀히 말해서 광원인데 형광등을 대체하는 대량생산품목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며 “LED조명 보급률이 높아지면 그 다음으로 이어질 조명기구 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등갓이나 스탠드와 같이 LED조명을 이용한 조명기구 디자인은 소량 다품종 사업이라 대기업이 접근하기 힘든 대신 중소기업이 접근하기에는 유리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조명연구원 김성인 부장 역시 “LED조명이 아니라 이를 응용한 등기구·스탠드 등 틈새시장을 보는 게 중소기업이 아이템으로 잡기 좋다”고 말했다.

그는 “LED조명을 만들 때 사용되는 파워서플라이의 경우 국내업체 대부분이 민웰이라는 대만업체 제품을 수입해서 쓰는 데 이 부분에서 국제안전공인규격인 UL인증을 받은 업체가 하나도 없다며 이런 시장을 노려보는 것도 중소기업에게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성인 부장에 따르면 조명시장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필립스·GE·오스람 등 톱6 업체들은 15%정도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조명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LED조명 역시 이 경쟁구도에서 산업을 봐야한다”고 주장이 나온다.

■민간협회 자구노력 나섰다

LED보급협회(회장 김기호)는 현재 “어려움에 빠진 151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지난 2월23일부터 에스코협회등 민간기구 주도로 경기도, 에너지관리공단 등과 공동으로 민간에스코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교환하는 등 자구노력에 나서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 사업은 LED조명을 대체할 경우 효율성 높고 에너지비용 절감효과가 큰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등을 대상으로 LED조명사업자가 펀드와 은행 등 민간자금을 받아 설치하면 이를 통해 절약한 금액만큼을 사업자와 민간 펀드 등이 상환받는 형태로 추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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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1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LED산업 제2도약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LED조명 대·중소기업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LED산업포럼을 구성 ▲ LED소자는 대기업이 개발해 조립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자율적 합의를 유도 ▲올 하반기까지 LED동반성장 펀드 마련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그러나 수직계열화를 통해 자사 핵심산업으로 키우려는 삼성LED, 포스코LED, LG전자·LG이노텍 등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얼마나 힘쓸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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