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숙적, 왜 삼성인가?

[김태정 기자의 스마트 워치]

일반입력 :2011/05/07 11:12    수정: 2011/05/07 13:54

김태정 기자

“왜 삼성을 감히(?) 애플과 비교해요?” “HTC와 모토로라는 빼놓고 하필 삼성이에요? 언론플레이죠?” “대항마 뭐하나?”

기자가 흔히 받는 질책성 질문이다. 이에 대한 변명(해명)을 자세히 읊어 보겠다. 왜 많은 휴대폰 제조사 중 하필 삼성전자를 애플과 비교할까.

일단 애플이 잘 나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강이란 표현도 어색하지 않다. 아이폰-아이패드의 인기행진은 전 세계적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삼성 스마트폰 세계적 위치가...

그렇다면 애플의 경쟁자, 견제구, 대항마는 과연 누구인가. 노키아? 모토로라? HTC? 적어도 현재의 답은 삼성전자다. 아예 없다는 목소리도 크지만 꼭 하나 뽑으라면 객관적 데이터가 삼성전자라고 말해준다.

우선, 대만의 다크호스 HTC. 일각에서는 안드로이드 진영 최강 주자로 불리고, 판매 성적도 뛰어나지만 삼성전자 이상이라는 평가는 이른바 오버다. 시장조사기관 IDC와 각사 발표에 따르면 HTC는 지난해 스마트폰 2천400만대를 팔며 판매량 5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천520만대로 4위에 올랐으며, 국내 판매량은 약 300만대다.

단순 순위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HTC에게 밀렸던 삼성전자가 하반기 역전했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2천520만대 중 상반기 판매량은 500만대에 불과했다. 성장세만 따지면 1등이다.

이 대목에서 HTC 스마트폰의 이런저런 강점을 내세워 반박하는 이들도 많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로운 생각이다. 성적에서 중요 부분은 성장세의 폭이며, 같은 맥락으로 내리막길인 노키아와 RIM에 대한 평가는 떨어진다.

삼성전자는 2009년 680만대에 불과했던 스마트폰 판매량을 1년만에 2천520만대로 끌어올렸고, 신종균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제시한 올해 목표는 6천만대다.

삼성전자와 HTC 간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올 1분기 삼성전자는 1천80만대, HTC 890만대로 등급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품의 질을 떠나 생산 시설과 유통망 등에서 ‘신인’ HTC에게 불리한 싸움이다. 구글이 레퍼런스폰 ‘넥서스’ 시리즈의 제조사를 HTC에서 삼성전자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노키아-RIM, 그리고 기타

스마트폰 판매량 1위 노키아와 2위 리서치인모션(RIM)은 사실상 조연으로 추락했다. 판매량은 많지만 삼성전자-애플과는 반대로 내리막길에 섰다.

IDC의 가장 최근 조사를 보면 노키아는 올 1분기 스마트폰 2천420만대를 팔았다. 여전히 1위지만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5%p 떨어진 24.3%다. 삼성전자와 애플에게 점유율을 크게 넘겼다. 노키아가 근래 몰락 중인 것은 새삼스럽지 않은 사실이다. 휴대폰 1위 신화를 쓴 요르마 올릴라 회장이 스마트폰 부진 책임을 지고 내년에 퇴임할 예정이며, 올리페카 칼라스부오는 이미 지난해 9월 CEO 자리서 물러났고,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스테판 엘롭이 회사를 맡았다.

이 같이 덩치만 클 뿐 추락하는 노키아를 ‘애플 VS ...’에 넣기는 어렵다. 노키아 스스로도 위기라는 사실을 잘 안다.

RIM도 마찬가지로 위기다. 올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1천390만대를 기록, 애플(1천870만대)에게 2위 자리를 내줬다. 4위 삼성전자와 차이는 고작 310만대다.

RIM은 한 때 북미 스마트폰 1위의 강자였지만, 텃밭인 기업 시장에 애플과 삼성전자가 진입하면서 입지가 흔들렸다.

나머지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은? 5위권 진입 후에 설명하겠다.

■독설은 아무나 듣나?

“소비자들은 애플에 싫증나” -짐 발실리 RIM CEO-

“애플은 정직하지 못해” -산제이 자 모토로라 CEO-

기자가 애플을 비판하려고 끌어온 말이 아니다. 애플이 튀어나온 못이기에 견제 당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그만큼 애플이 잘 나간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애플은 별 대응이 없었다. 다만,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독설을 아끼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의 말을 빌리면...

“애플이 삼성전자보다 모바일 사업이 크다”

“그들이 말하길 삼성전자 태블릿이 ‘셀인(삼성→유통업체)’은 공격적이지만 ‘셀아웃(유통업체→소비자)’은 매우 적었다 하더라(오보를 인용한 잘못된 발언으로 드러남)”

관련기사

이 같은 발언들도 삼성전자 성장세의 근거가 아닐까? 잡스는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이니까.

한 마디 더 붙이자면 소비자들은 애플과 삼성전자, 또 다른 기업들의 편을 들며 설전을 벌일 필요가 없다. 힘든 싸움은 기업들의 몫으로 돌리고, 필요에 따라서 본인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