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컨버터’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일반입력 :2011/05/06 22:06    수정: 2011/05/13 22:57

정현정 기자

2013년 지상파방송 디지털 전환은 새로 출범한 2기 방통위의 핵심과제 중 하나다. 목표 시점까지 600여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업계 여기저기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관련 업계에서는 먼저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목적인 ‘고품질 방송 서비스’는 정부가 직접 수신을 전제로 한 디지털(DtoA) 컨버터 지급 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됐다는 것이다.

유료방송을 통한 지상파 시청가구가 8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지상파 위주의 디지털 전환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디지털 전환이 가져오는 실질적인 혜택과 필요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채 ‘시청자 복지 향상’이라는 모호한 구호만을 내세우다 보니 국민들의 피부에도 잘 와닿지 않는다. 심지어 아날로그방송 종료 시점인 내년 말까지 디지털 전환 작업을 끝마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컨버터만 나눠주면 디지털 전환?”

방통위가 디지털 전환의 정책 목표로 내세웠던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고품질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고품질 HD프로그램 수요가 늘면서 관련 산업이 활성화 될 것이란 기대다.

아울러, 지상파방송이 아날로그와 디지털 동시송출(사이멀 캐스트)을 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비용이 절감되고 부족한 주파수 자원의 효율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하지만 정부에서 디지털 컨버터 지급을 위주로 한 정책을 펼치면서 애초 그렸던 청사진은 무색해졌다.

아날로그 방송을 시청하던 시청자들은 디지털 전환 후에도 컨버터를 통해 아날로그방송을 시청해야 하며, 때문에 지상파를 아날로그 케이블로 시청하는 가입자들은 디지털 전환 여부에 관심이 없다.

정부에서 2012년 디지털 전환이 되면 전 국민이 고품질의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디지털 완료 시점은 케이블 사업자들이 디지털화 되는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일찌감치 컨버터를 보급하면서 디지털 수상기 소비 여력을 줄인 것도 문제다. 미국은 디지털 전환 종료시점을 6개월 남겨놓고 컨버터를 보급했다.

결국 사이멀 캐스트 중단을 통한 비용 경감 효과를 빼놓으면 나머지 정책 목표는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인숙 경원대 교수는 ‘2011 미디어 산업포럼’에서 “정부는 디지털 전환을 굉장히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전국 10% 정도 되는 직접 수신세대에 컨버터를 나눠주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국민 40% “디지털 전환? 잘 몰라”

디지털 전환 사업을 추진하는 DTV코리아는 “디지털방송은 아날로그방송에 비해 우수한 전파특성으로 난시청 해소에 도움을 주고 열악한 전파환경에서도 깨끗한 화질과 음질의 TV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면서 “소외계층을 위한 자막·해설 방송이나 양방향 데이터 방송 등 각종 유용한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디지털 전환의 혜택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시청자들의 이해도가 낮다보니 디지털 전환 인지율이나 디지털 방송 장비 보급 등 디지털 방송 시청을 위한 준비도 미흡하다. 디지털 전환을 미끼로 한 유료방송의 허위 영업도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아날로그방송 종료 인지율은 62.8%에 그쳤고 디지털 전환 인지율도 73.2%로 조사됐다. 디지털 방송 수신기 보급율도 64.7%로 여전히 낮다. 방통위는 올해 보급율 목표로 80%를 내세우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허원제 의원은 “선진국인 일본, 영국 등에서는 디지털방송 개시 2년 전에 국민의 90% 이상이 디지털전환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케이블방송시설의 HD화, HD콘텐츠 확보 방안 등 국가 차원에서 총괄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2013년 1월1일 아날로그방송이 완전 중단되면 상당수의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에서 방송을 시청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라면 2012년 말까지 디지털 전환 완료가 불가능하다”면서 “시청자 입장에서 디지털 방송을 보는 것이 디지털 전환인지 아니면 단순히 지상파방송 송출 방식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연재순서]

①‘디지털 컨버터’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관련기사

②지상파 디지털 전환…케이블은?

③아날로그방송 700MHz 주파수 ‘누가 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