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오픈마켓, 애플만 쳐다보는 까닭

일반입력 :2011/04/25 11:36    수정: 2011/04/26 19:32

전하나 기자

(오픈마켓 게임물 중)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은 계속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심사한다.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오픈마켓 게임물 사전 심의 폐지를 뼈대로 한 게임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지만 한국 앱스토어 등에 게임 카테고리가 생길지 불투명하단 얘기다.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게임은 자율심의 대상에서 제외돼 반쪽짜리 오픈마켓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25일 관련 부처 및 기관에 따르면 현재 일명 '오픈마켓 게임법'은 시행령 초안 작업이 모두 끝나 장관 결재 및 시행 예고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법은 '사전등급분류가 적절하지 않은 게임', 즉 오픈마켓 게임물에 대해 등급 분류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위 법령에는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자체적으로 등급 분류할 수 있는 게임물 제공 중개사업자(오픈마켓 운영자)를 지정하고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게임물 제공 중개사업자란 SKT, KT, 구글, 애플 등 오픈마켓 플랫폼 사업자를 가리킨다. 이들 사업자는 선정되면 게임물 자율심의 및 유통을 맡게 된다.

문제는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이 여전히 법정 등급분류 대상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반쪽' 자율 심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게임물 자율심의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성숙치 않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규제를 모두 풀 수는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여성가족부에 대한 견제라는 시각도 내놨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여성부 장관은 유해매체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단, 해당 매체의 법정심의기구가 있을 경우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이 있어 게임물이 민간자율심의로 전환되면 여성부가 이를 관할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여성부는 최근까지도 청소년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셧다운제 적용 대상에 모바일 게임을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모바일게임 셧다운제는 2년 후 재논의된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도 청소년이용불가 게임 법정 등급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글로벌 사업자가 이러한 사정을 이해하고 한국만의 특수한 원칙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시행령에 규정된 까다로운 자격 요건도 사업자들에게 부담을 안기는 변수다. 대행과 위탁 업무도 가능하지만 책임까지 위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게임위가 지정 권한을 가지고 관리 감독을 하지만, 등급분류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해당 사업자가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폭력성, 선정성 외에도 사행성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 수준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만에 하나'의 책임을 애플과 같은 글로벌 사업자가 떠안을지 장담키 힘들다. 또 한국이 1천만 스마트폰 가입 인구와 유무선 인터넷 인프라를 보유했다고 해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결코 시장 규모가 크다고는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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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상당한 진통 끝에 게임법 개정안이 처리된 만큼 애플 등 글로벌 사업자가 한국 오픈마켓 시장에 게임 카테고리를 열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리를 따져 긍정적인 결론을 내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애플 코리아 측은 아직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전했다.

관계 부처는 내달 중순 시행령 초안을 바탕으로 사업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공청회를 열고, 자율심의기구 선정 및 절차에 대한 협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자격요건이 너무 높으면 아무도 나서지 않으려 할 테고 또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권한을 줄 순 없다며 원칙에 대한 딜레마를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