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웃지못할 소송사…“물고 물리고”

일반입력 :2011/04/23 09:39    수정: 2011/04/24 22:18

김태정 기자

애플과 삼성전자의 소송 전쟁이 한국에서는 빅뉴스지만 미국 언론들의 관심은 예상외로 빨리 식었다. ‘또 그러려니...’ 식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

세계 IT 업계의 선구자라는 애플이지만 소송과 관련한 대중의 관심도는 제품 인기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과장을 보태자면 일단 물고 보자는 소송을 남발해왔기 때문이다.

애플의 소송 사례를 보면 결과를 떠나서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적으로 삼은 상대도 IT 기업 뿐 아니라 유통, 엔터테인먼트, 금융, 관공서까지 다양하다.

우선, 지난 2009년 애플이 호주 슈퍼마켓 체인 ‘울워스’를 상대로 벌인 소송을 보자. 애플은 울워스의 새 로고가 자사의 사과모양 로고와 유사하다며 호주 법원에 상표등록 기각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울워스는 “아무리 봐도 우리 로고는 사과가 아니라 양배추나 호박”이라며 “사과는 정말 애플 소유인가?”라는 웃지 못 할 성명을 냈었다.

이 같은 애플의 요구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울워스는 여전히 양배추 혹은 호박과 유사한 로고를 잘 쓰는 중이다.

그 전해인 2008년에는 뉴욕시가 그린NYC 환경 캠페인에 사과로고를 쓰자 애플이 곧바로 공격했다. 그린NYC 로고가 애플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뉴욕시와 시민들은 크게 반발했고, 애플은 세계적 뉴스감만 만들었을 뿐 은 것 없이 빈축만 샀었다.

비틀즈와의 싸움도 유명하다. 이는 애플이 비틀즈로부터 공격을 당한 것인데 역시나 사과가 문제였다.

비틀즈가 지난 1968년 설립한 매니지먼트사의 이름은 바로 애플 콥스(Corps). 뒤늦게 비슷한 이름으로 들어온 애플과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

결국 비틀즈는 지난 1978년 애플이 자신들의 상표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걸었고, 애플은 8만 달러의 사용료지급과 함께 절대 음악 사업에는 뛰어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야 싸움을 멈출 수 있었다.이후 애플이 약속을 뒤집고 아이튠즈를 내세워 음악 시장서 돌풍을 일으키자 비틀즈 측이 발끈했지만, 결국은 아이튠즈에서 비틀즈 음악을 유통하는 식으로 화해했다.

기술 분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제록스와의 물고 물리는 소송이 고전처럼 회자된다. 쉽게 말해 애플이 MS를 ‘카피캣(모방꾼)’으로 몰았고, 제록스는 애플을 ‘너야말로 카피캣’이라며 기습한 모습이었다.

내용인즉슨 1988년 애플은 윈도의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가 맥의 그것과 비슷하다며 MS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패했다.

이후 제록스는 해당 GUI의 원조는 자사라며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제품이 나온 지 3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다만, 스티브 잡스가 제록스를 방문했을 때 GUI를 적용한 큰 스크린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맥을 만든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의 법무팀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통신기술 특허 침해를 낱낱이 밝히겠다며 역공에 나섰는데 부담이 적을 리 없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특허 등록 수 2위의 강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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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올 들어 노키아가 애플의 통신기술 대부분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46건이나 걸었고, 모토로라와 HTC 등과도 지루한 법정 싸움이 진행 중이다.

댄 버그 캘리포니아 얼바인대 로스쿨 교수는 “애플의 소송 전쟁은 과거 계속 반복되는 데자뷰와 같다”며 “상대적으로 적은 특허 포트폴리오가 소송으로 애플을 내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