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LG유 “LTE, 내가 먼저”…왜?

일반입력 :2011/04/19 15:56    수정: 2011/04/19 16:57

“7월 국내 최초로 LTE 상용화에 나설 것이다. 2013년 LTE-Advanced로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다.”(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국내 최초로 800MHz 대역의 4세대 LTE 첫 전파를 발사할 것이다.”(LG유플러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4G LTE(Long Term Evolution) 상용화를 앞두고 치열한 자존심 대결 중이다. 흡사 2006년 6월말 SK텔레콤과 KT가 3G 와이브로 상용화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 두고 벌인 신경전과 유사하다.

하지만 당시 와이브로가 SK텔레콤과 KT의 3G WCDMA 보완재 역할이었다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게 4G LTE는 차세대 통신망 구축에 반드시 필요한 진화방향이란 점에서 다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상용서비스가 가능한 휴대폰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이처럼 4G LTE 상용화에 적극 나서는 이유를 ▲무선데이터 폭증 ▲투자효율을 감안한 망 업그레이드 ▲2.1GHz 주파수 확보를 위한 명분 쌓기 등으로 해석하고 있다.■“LTE 세계 최초도 아닌데”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2006년 와이브로 상용화 당시에는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LTE는 이미 스웨덴, 미국, 독일, 일본 등이 상용화 했다”며 “이통사들이 국내 최초를 들먹이며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그럴만한 절박함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달 1천만명을 넘은 스마트폰 가입자가 올해는 최소 2천만명, 내년에는 3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이로 인한 트래픽 증가율은 현재 이통사가 보유한 이통망으로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즉, 트래픽 폭증으로 인해 기존 망의 업그레이드 대신 4G 진화를 서두른다는 것이다.

강충구 고려대 교수는 “올 1월 5천496테라바이트(TB)인 무선데이터 트래픽이 내년 말 4만7천913TB로 8.7배 증가할 것”이라며 “이중 47% 수준인 2만2천542TB를 LTE망이 분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WCDMA망 외에 와이브로와 와이파이를 트래픽 분산 용도로 적극 활용 중인 KT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와 달리 LTE 전환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KT의 WCDMA-와이브로-와이파이의 무선트래픽 분담률은 35%, 25% 45% 수준이다.

■“3.9G 건너뛰겠다”

특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4G LTE 전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중복투자에 부담감 때문이다.

홍인기 경희대 교수는 “현재 3G망을 HSDPA에서 HSPA+로 업그레이드 할 경우 수도권에서만 5천억원의 투자비용이 필요하다”며 “이 경우 망 포화시기를 1년 정도 연장할 수 있지만 LTE 투자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기존 3G망의 업그레이드 투자보다 4G를 서둘러 구축함으로써 중복투자를 최대한 회피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초고속인터넷에서 통신사들이 ADSL에서 FTTH로 바로 업그레이드 하지 않고 VDSL을 거치면서 비효율적 투자를 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아울러, 3G 사업을 포기한 LG유플러스의 경우 스마트폰 수급의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4G LTE를 더욱 서두를 수밖에 없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18일 사내 인트라넷에 “지난 1년은 우리 LG유플러스에게 시련의 시간이었다”며 “스마트폰 수급 부족으로 속수무책의 무력감을 느꼈고, 최근 유난히 심해진 통신시장의 경쟁상황 역시 우리를 더욱 힘들게 했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4G LTE에 2.1GHz 필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양사 모두 LTE 서비스에 800MHz 주파수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2G에 활용했던 800MHz 주파수와 기지국을 4G LTE에 활용함으로써 기존 2G 서비스와 같은 품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방통위로부터 할당받은 800MHz 대역을 4G LTE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양사 모두 800MHz 주파수를 4G LTE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방통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800MHz 사용목적으로 기존 방식과 동일한 3G 이상의 서비스에 활용해야 하고 4G용으로 전환할 경우 기존 망이 포화됐다는 것을 방통위로부터 검증 받아야 한다. SK텔레콤은 기존에 사용 중인 800MHz 주파수에 대한 4G 사용권한이 없다.

따라서 양사는 LTE 조기전환의 이유가 트래픽 폭증에 있기 때문에 기존 할당받은 주파수를 4G LTE로 활용할 수 있도록, 또 2.1GHz 주파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역으로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로써 LTE 구축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아울러, 최근 범정부적인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도 조 단위의 망 투자가 이뤄지고 있음을 내세워 간접적인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날 LG유플러스는 올해 8천500억원, 내년 4천억원 등 LTE에 총 1조2천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이통사의 LTE 조기 투자 계획 발표는 주파수 부족과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으로도 볼 수 있다”며 “향후 2.1GHz 주파수에 대한 당위성을 내세우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