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시장 마침내 잡스 주문에 걸렸다

일반입력 :2011/04/14 11:13    수정: 2011/04/14 17:18

이재구 기자

'잡스의 ‘포스트PC’라는 주문(呪文)이 현실화되고 있다.'

씨넷은 13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IDC의 올 1분기 PC시장 점유율 데이터를 바탕으로 PC시장이 확실한 퇴조를 보이면서 ‘PC이후(post-PC)’, 즉 태블릿시대가 생각보다 급속히 도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1분기 PC 판매가 2008년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세계금융경제위기 이후 최저치를 보인 점에서 출발한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해 6월 이래 포스트PC 시대에 들어섰다고 얘기해 왔다.

이는 맨 처음 잡스가 ’포스트PC(PC이후의 단말기)'라는 말을 내놓았을 때 비난하던 사람들의 예상보다도 더 빨리 PC시대가 퇴조하는 징후를 보였다는 점으로 확인된다.

IDC데이터는 올 1분기 PC출하가 2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를 기록했다. 이는 PC제조업체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최초의 쇠퇴기로 돌아섰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시장 에이서의 PC출하 42%나 감소

IDC는 전세계 PC출하가 1년 전에 비해 3.2% 줄어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예상했던 아주 약한 1.5% 성장세 예상에 비하면 커다란 후퇴다.

지난 1분기에는 모두 8천60만대의 PC가 출하됐다. 하지만 선두 업체 HP 조차도 성장률에서 퇴조세를 보였다.

전세계 1분기 PC출하 통계를 보면 HP가 2.8%의 감소를 보였다. 이어 델이 1.8% 감소, 에이서 는 무려 15.8%의 감소를 보였다.

반면 레노버와 도시바 정도만이 이런 흐름을 딛고 일어서 각각 16.3%와 3.8%의 출하 증가세를 보였다.

주목할 것은 성숙시장인 미국시장에서 HP,델,에이서의 출하가 약속이나 한 듯 모두가 위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에이서의 경우 거의 '재난'이라고 불러도 될 42%출하감소라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다.

반면 도시바와 애플의 출하는 각각 10.6%, 9.8% 증가세를 보였다.

■소비자들, ‘충분히 좋은 컴퓨팅’에 반하다

당연히 잡스는 건방지고 자기 잇속만 차리면서 경쟁사들을 곪아터지게 만든다는 말까지 들었다. 경쟁자들은 이후 PC시장이 아이패드 마케팅과 병행해 이뤄졌다고 비난했다.

아이패드는 요란스런 판매를 가져온 것 뿐만 아니라 전체 PC산업에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내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번에 나온 데이터도 잡스의 아이패드 측의 승리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수많은 요인(일본 대지진,중동의 민주화운동, 석유가격앙등)같은 요인들이 미국,서유럽 등지에서의 PC시장 슬럼프를 가져왔다. 하지만 또한 ‘충분히 좋은 컴퓨팅(Good Enough Computing)’이 확실한 현실이 됐다. 이는 미니 노트북에서 그리고 지금은 미디어 태블릿에서 증명되고 있다.

잡스가 말한 포스트PC라는 말에 동의하든 않든간에 사람들의 생각보다 이 시대가 빨리 오고 있다는 주장은 과히 진실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속도 빨라졌다고 컴퓨터 사는 시대 지났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단순히 제품 규격만을 보고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물론 사람들은 여전히 컴퓨터를 구매한다. 포스트PC가 등장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PC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고객들의 최우선순위는 기존 PC들이 잘 수행하는 업무, 즉 웹브라우징,이메일보내기, 페이스북체팅, 온라인쇼핑, 뉴스읽기 등 기존의 PC가 수행하는 태블릿에 의해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제이 추 IDC수석 분석가는 “아이패드는 당신이 최고의 하드웨어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이는 SW와 HW의 결합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고 사람들이 이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말해줍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이것이 더많은 PC성장세를 가져올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잡스가 수년간 기술에다 사용자 편의성.디자인 중심주의를 덧붙여야 한다고 주문을 걸어왔다.

그러나 이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잡스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면 세계PC시장의 영원한 리더인 HP는 지난 해 팜을 사들였고 이제는 이 기기의 OS를 기반으로 모바일 기기, 궁극적으로는 PC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

■PC제조사들 SW 다시 볼 시점

초우는 “나는 아이패드와 미디어태블릿이 PC시장을 당장 먹어치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초기 노트북에서 우려하던 것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우리는 HW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HW공급업체들도 SW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할 때가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초우는 “소비자들은 물가의 급상승에 따라 인텔 프로세서의 속도가 30%나 빨라졌다는 사실만으로 컴퓨터를 사는데 싫증이 나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더 이상 소비를 정당화하고 사람들을 속시원하게 만들어 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PC를 사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PC업체들이 제품을 만들어 내는 속도는 안될 것이다. 특히 북미와 서유럽의 성숙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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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의 신흥시장과 아시아는 여전히 그들의 생애 최초의 PC를 사게 될 것이다. 따라서 PC시장의 후퇴현상은 결국 회복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PC시장이 '포스트PC'라는 마법의 주문을 건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가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