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찬 "셧다운제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일반입력 :2011/04/08 15:08    수정: 2011/04/09 08:25

전하나 기자

특정시간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셧다운제는 헌법정신에 완전히 위배됩니다.

7일 법무법인 정진 사무실에서 만난 이병찬 변호사는 법률 제정의 기본 전제는 국가에 의한 제약이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무조건적 규제에 앞서 학교, 가정, 기업, 정부가 공동으로 고민하고 또 노력하는 일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또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행동 자유권 뿐 아니라 부모의 교육 및 양육권이라는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했다. 부모의 자녀 교육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돼있지 않지만, 불가침의 인권이라는 영역에서 인정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2000년 헌법재판소의 과외 금지 위헌 결정을 예로 들었다. 당시 헌재는 원칙적으로 과외를 금지하고 있던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법률' 제3조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다.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일에 대해선 부모의 권리가 우선이라는 이유였다.

이 변호사는 결국 셧다운제는 학교 밖, 즉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게임 이용에 대해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볼 수 있는 교육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게 더 이상 없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부모가 할 수 없는 일을 국가가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셧다운제가 너무나 쉽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소년들이 학교나 혹은 또래 집단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학력 외에는 확인받을 수 없는 사회 구조에서 게임을 통해 '보상'을 얻으려는 서글픈 현실도 거론했다.

이 변호사는 게임중독의 원인이 정말로 게임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부모가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상황, 아이들이 게임에 (과)몰입할 수 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들을 외면한 정부 규제는 올바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변호사 입장에서 셧다운제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라고 하면 참 쉬울 것 같다며 보편적 합의로 비춰지는 '청소년보호'의 미명 아래 여러 헌법적 기본권과 쟁점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셧다운제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국가가 만든 법률이 담아야 할 사회적 가치 가운데 특정 산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직업 수행 자유를 포함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계속되고 있는 부처간 다툼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셧다운제가 규제 당국 관할 싸움에 그치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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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규정하는 문제입니다. '산업 진흥이냐, 청소년 보호냐'하는 단순한 프레임에 갇히면 '돈을 위해 청소년을 희생시킨다'는 한가지 논점만 도출될 뿐이예요. 청소년, 부모, 산업 종사자들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면서도 입법목적을 이룰 수 있는 대안을 얘기할 땝니다.

사회와 기술의 변화에 대해 관심이 무척 많다는 이병찬 변호사는 사람들과 관심사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얘기하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셧다운제 반대 운동본부>라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동료 변호사와 함께 운영 중이다. 셧다운제를 뼈대로 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오는 20일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