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바라보는 ‘그들만의 리그’

일반입력 :2011/04/07 11:02    수정: 2011/04/07 15:43

전하나 기자

'게임=악'이라는 공식이 믿음처럼 통용되는 사회가 됐다. 게임산업을 사행산업에 직접 빗대는가 하면, 게임과 범죄의 인과관계를 단정적으로 연결시키는 '자극적인' 보도가 늘었다. 중독이라는 아물지 않는 상처 딱지는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른다.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전면 차단하는 '셧다운제'는 게임을 병적인 유해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 시선을 그대로 드러낸다. 날로 격해지는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게임 때문에'라는 일방적인 주장은 이어진다. 게임중독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다툼은 이미 '그들만의 리그'가 된 모습이다.

지난 6일 서울 명동 YWCA 대강당에 아이건강국민연대, 전국청소년활동진흥센터협의회, 전국한국아동단체협의회, 한국아동복지협회, 한국청소년복지학회, 한국청소년상담원, 한국청소년상담지원센터협의회,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한국청소년시설환경학회, 한국청소년학회,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등 이른바 '셧다운제 진영'이 집결했다.

청소년 단체 및 시설 기관 종사자들 400여명은 한목소리로 학습장애, 사회성 저하는 물론 자살과 친족살인 등으로 비화되며 우리사회의 심각한 위해요인이 되고 있는 인터넷 게임중독에 대하여 청소년계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셧다운제 적용 대상연령을 16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확대하고, 모바일 게임 등을 포함해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공동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날 진행된 '청소년 건전 인터넷문화 조성을 위한 청소년계 대토론회'에서는 산업계를 향한 강도 높은 질타가 쏟아졌다. 토론자로 나선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은 셧다운제를 말한지 10년인데 아직도 토론회나 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죽음에서 구하자는 얘기를 외면말라고 감정적으로 호소했다.

그는 게임 중독으로 고통 받는 청소년 구제가 시급한 만큼 셧다운제 도입이 더 늦어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최근 게임업계가 중독치료센터를 만든다고 16억을 냈다고 하더라며 버는 돈이 얼만데 고작 그것만 내놓냐. 지금은 야구단 만들 때가 아니라 아이들을 구할 때라고 했다.

지난 2월 국회서 셧다운제를 뼈대로 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심사보류되고 오픈마켓자율심의조항을 골자로 한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제 모든 게임은 스마트폰 오픈마켓에 올리기만 하면 등급이 제외된다며 모든 국민, 특히 청소년이 도박 게임기, 선정 게임기를 들고 다니면서 하게 됐다고 정치권과 업계를 힐난했다.

이어 게임중독은 개인적인 문제나 일부 청소년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에 관계된 일이며 국가 존폐와도 직결된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게임 때문에'라는 기괴한 변론은 이어졌다. 배주미 한국청소년상담원 인터넷중독 TF팀장은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미디어 발전은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결국 희생은 아이들에게 돌아갔다며 우리 사회가 게임 때문에 아이들이 심각하게 병들어가고 있는 것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셧다운제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데 망설여선 안되며 이를 비싼 투자로 여겨서도 안된다는 직격탄도 연이어 날렸다.

의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는 게임 중독에 대한 비전문적인 목소리도 난무했다. 김민선 사무국장은 게임 중독 청소년들은 충독적이고 사회적 문제해결에서 유능성이 떨어지며 결국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뇌질환을 갖게 된다며 특히 하체부실로 정자 수가 감소되고 임신에 어려움을 겪게 돼 사회의 생산 인력으로 자라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국회서 열린 '인터넷중독 예방·치료 기금마련을 위한 기업의 역할'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이 나온 바 있다. 토론회 발제자였던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전두엽이 발달하지 않은 짐승들은 모든 일에 반사적이고 공격적으로 반응한다며 게임 때문에 얼굴은 사람인데 뇌는 짐승인 아이들이 늘고 또 죽어가고 있다고 해 구설에 올랐다.

이상한 셈법까지 동원됐다. 김 사무국장은 게임업자가 4만 명을 4인 가족으로 계산해서 16만 명으로 쳐도 인터넷 중독 인구 200만명을 4인 가족으로 따진 800만명과 비교가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날 행사에선 흥분한 김민선 사무국장이 잠시 말문이 막히자 청중들의 박수가 터져 나오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신홍기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더 세게 치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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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은 싸늘하게 받아쳤다. 한 누리꾼은 산업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토론의 탈을 쓴 감정적인 규탄대회를 열었다고 꼬집었고, 다른 누리꾼은 업계 종사자보다 게임에 빠진 사람이 더 많으니 산업을 축소해야 한다는 말이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 자연사로 죽는 사람보다 많으니 자동차를 없애야 한다는 말과 뭐가 다르냐고 혀를 찼다.

또 긴 시간 동안 앉아서 하체 부실이 되면 고3들은 다 무정자증? 무조건적인 반대론에 빠진 것 같다. 하체 부실로 정자 수가 감소, 임신불가? 게임이 무슨 방사능인가요라는 웃지 못 할 반응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