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위약금 대납 '눈 떠도 코 베어'

일반입력 :2011/04/07 10:08    수정: 2011/04/07 10:34

김태정 기자

서울에 사는 회사원 정모㉞씨는 며칠 전 월 기본료 8만원짜리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했다. 그가 써본 요금제 중 가장 비싸다. 기존 휴대폰 위약금을 대신 내줄테니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라는 대리점 직원 말을 따른 것이다.

나중에야 정씨는 본인이 산 단말기 가격이 대리점이 부른 가격보다 훨씬 싸다는 것을 알았다. 대리점은 여기서 나온 수익으로 위약금을 내고도 큰돈을 챙겼고, 정씨는 비싼 요금제를 앞으로 2년 간 써야 한다. 정씨 본인 부주의도 크지만 상도의를 버린 대리점은 지탄 대상이다.

■“무조건 비싼 요금제 잡아라”

이통사 대리점들의 위약금 대납 마케팅은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근래 스마트폰 경쟁 과열에 따라 부쩍 늘었다. 위약금 대납 광고를 붙이지 않은 대리점을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조삼모사로 위약금을 대신 내 준다며 그 이상의 부담을 교묘하게 고객에게 전가하는 대리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고객이 무조건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게 유도한다. 유치한 요금제가 비쌀수록 이통사에서 떨어지는 인센티브 금액이 많기 때문이다. 9만5천원 요금제라도 받으면 이른바 ‘대박’이라는 설명.

이 과정에서 각종 거짓말이 난무한다. 10~15만원 정도 위약금을 내주며 생색내고 제품 값은 그 이상으로 올린다.

예컨대 4만5천원 요금제면 할부금 없이 구입 가능한 휴대폰을 위약금 10만원을 내준다며 6만5천원 이상 요금제로 판매한다. 대리점은 위약금을 제외해도 4만5천원 요금제 유치시 대비 더 많은 이익이 남지만 고객 부담은 늘어난다.

■기기 값 천차만별, 이통사는 모르쇠

휴대폰 기기 값도 부풀린다. 2년 약정 기준으로 30만원(보조금 12만원 반영)인 휴대폰을 다른 대리점에서는 같은 조건에 위약금 10만원을 내준다며 50만원을 불렀다. 위약금을 빼도 10만원을 더 내야하는 것이다.

보급형으로 나온 60만원대 스마트폰을 순진해 보이는 고객들에게 불필요한 옵션을 걸며 80만원대라고 설명하는 곳도 있었다.

한 대리점주는 “대리점 수익에서 위약금을 내준다는 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라며 “10만원 내주고 20만원 더 버는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약금만 내준다면 8만원 요금제나 3년 약정 등도 선뜻 선택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일부 비양심 대리점들 때문에 선을 지키는 곳들까지 피해가 크다. 판매원과 고객 간 불신은 갈수록 커진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통사들은 이 문제에서 한 발 빠져있다. 대리점별 마케팅 전략까지는 본인들 소관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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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통사 관계자는 “휴대폰 판매에 인센티브를 대리점마다 실적별로 규칙에 따라 제공한다”며 “대리점에서 인센티브를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해도 제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피해 방지를 위해 인터넷 등에서 정확한 휴대폰 출고가와 보조금 등을 면밀히 확인하고, 여러 대리점을 방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