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통신료 “너 때문이야”…누구말이 맞나

일반입력 :2011/04/05 10:19    수정: 2011/04/05 16:07

범정부적인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이동통신사-제조사 간 물밑 공방이 치열하다.

여기에는 이통사들이 내년 대선·총선을 앞두고 이번에 요금인하 압박에 밀리면 내년에도 또 되풀이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차제에 통신요금 구조를 바로잡아 보자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업계 1위사업자인 SK텔레콤이 휴대폰 보조금을 축소한 배경에는 이 같은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일반폰 13만800원, 스마트폰 16만800원으로 나뉜 휴대폰 보조금(2년 약정 기준)을 동일하게 12만원으로 축소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보조금을 축소한데는)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연 매출액의 20%로 정한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의 영향도 있지만, 고물가에 대한 불만이나 선거철만 되면 이통사가 동네북이 되고 있어 이를 탈피해보자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비싼 스마트폰 때문인데

이처럼 이통사가 보조금을 축소한 데는 소비자들이 통신비를 ‘월 이용요금+단말할부금’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을 바꾸려는 움직임이다.

지난 2월말 간담회에서 통신업계 CEO들이 이구동성으로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단말기 할부대금과 콘텐츠 비용이 포함된 기존 통신비의 항목이 재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제조사의 보조금이 통신사의 보조금으로 계산되는 것이 문제”라며 “이것만 분리해도 요금인하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요금이 올라간 것은 통신요금의 인상이 아니라 비싼 스마트폰으로 인해 늘어난 단말보조금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최 위원장은 “통신사들이 마케팅비를 줄이고 설비투자와 요금인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스마트폰 확산으로 문화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통신비의 개념이 문화 복지비로 가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단말기, 콘텐츠 비용이 포함된 통신비 항목은 통계청과 논의해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통신사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USIM 활성화 계기?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이 단말기 보조금 규제가 폐지되면서 보조금 대신 약정제도를 부활시키고 이를 가입자 유치에 활용한 만큼, 책임을 모두 제조사에 떠넘기는 것은 책임회피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10년을 쓰는 TV는 100만원을 지불하는 데 꼼꼼한 소비자들이 80~90만원에 이르는 휴대폰을 2년마다 쉽게 교체할 수 있었던 데는 이통사의 보조금이 한 몫을 했다”며 “이제 와서 제조사 핑계만 늘어놓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통사가 통신요금 인하를 놓고 제조사와 설전을 벌일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가입자 인증 모듈(USIM)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가상이동망사업자(MVNO)가 출범할 경우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USIM 활성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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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체 관계자는 “단말 구매 없이 USIM 교체만으로 이통사를 변경할 수 있다면 사업자들이 보조금이 아닌 서비스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며 “또 단말할부금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요금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가 MVNO 전담반에서 다량구매할인, 데이터 도매대가 산정 등 MVNO가 시장에 경착륙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MVNO의 경쟁력 확보와 요금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USIM 활성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