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너무 많아 속 터지는 와이파이는 예고된 진실

일반입력 :2011/03/31 12:50

곽후근 펌킨네트웍스 이사

하루에도 몇 번씩 무선 데이터 통신 속도 경쟁에 대한 통신사들의 광고를 접한다. 이들 광고 이면에 숨은 허위가 지난 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무선랜 채널 간 간섭’ 실험 결과를 통해 만천하에 들어났다. 여러 통신사의 무선랜 공유기(AP)가 촘촘한 시내 거리에서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는 진실이 알려진 것이다.

3월 현재 전국 무료 무선랜 존은 통신 3사를 합쳐 7만 5천 곳, 여기에 올해 15만 3천곳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숫자만 보면 스마트폰이나 태플릿 등 기기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무선랜 품질은 적어도 두 자릿 수 이상 비례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통신사들 역시 근거 없이 AP 숫자 놀음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했을 것이다.

업계 및 학계에서는 통신시장 경쟁 과열을 보며 와이파이(Wi-Fi)의 통신 품질에 대한 우려를 오래 전부터 해왔다. 가장 이상적인 무선망(WLAN)은 최적의 위치에 AP들을 배치하고, AP들 간 트래픽 부하를 분산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경우다. 문제는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AP들을 늘리다 보니 채널 간섭 등 통신 품질 저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다양한 해결책이 시장에 나와 있긴 하다. 최근 눈길을 끄는 제품은 미국의 지러스(Xirrus) 솔루션이다. 지러스 솔루션의 핵심은 스펙트럼(채널)이 고정되지 않고 특정 공간 내의 스펙트럼 이용 현황에 기초해 802.11 a/b/g/n 구성을 가변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국내 모 통신사에서 최근 하이브리드 방식(중계기와 AP 중간 형태)의 AP를 통해 와이파이 속도를 끌어 올리는 것도 통신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들 여러 문제 해결은 사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투자가 많이 필요한 방식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AP가 많음에도 계속 새로운 장비와 기기를 덧대기 보다 AP 자체를 개방적인 플랫폼으로 상호 합의 하에 연계하는 방식이 합리적인 방식이다.

최근 목격되는 와이파이 품질 이슈는 AP가 블랙박스라는 점부터 출발한다. 이론적으로 AP가 제조사만 손 댈 수 있는 블랙박스가 아니라 상호 연결 가능한 오픈박스라면 상호 규약을 통해 스펙트럼 스위칭 및 부하 분산 등의 실행이 실현 가능하다.

스펙트럼 스위칭은 AP가 서로 자신이 사용하는 스펙트럼 정보를 교환해 채널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한 부하 분산은 통신사 간에 일종의 부하 메트릭 측정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이를 AP 플랫폼에 반영하면 구현가능하다.

몇 가지 예를 들면, AP 당 연결된 클라이언트 수, AP 당 채널 이용률(Utilization), AP 당 전송 큐에서 프레임 폐기 비율(Drop Rate), 큐와 채널 혼잡 지연(Contention Delay), 전송량/대역폭(Throughput or Bandwidth), AP들의 평균 부하 값 등을 통해 다중 부하 메트릭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AP가 서로 다중 부하 메트릭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면 부하 분산을 적절하게 수행할 수 있다.

AP를 오픈박스화해야 한다는게 무슨 소리인지 살펴보자. 올해 현재 임베디드 리눅스 기반으로 AP를 개발하는 벤더 상당수가 개방형 와이리스 라우터(OpenWrt, Open Wireless Router) 배포본에 기초를 둔다. 국내에서도 관련 사이트(openwrt.ssu.ac.kr)가 활발히 운영중이다. OpenWrt는 2004년 초 공개된 임베디드 플랫폼으로 현재 80개 이상의 AP 벤더들이 이를 자사 제품에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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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업체들이 OpenWrt를 선호하는 이유는 AP에 최적화된 펌웨어란 점, 패키지 관리 툴 및 SDK의 충실한 제공, 관련 개발 문서 및 커뮤니티를 통한 문제 해결 때문이다. OpenWrt 기반 AP는 태생적으로 오픈 박스 형태다. 물론 통신사들만의 요구 스펙을 제품에 반영하는 것 역시 용이하다. 즉, 기존처럼 각 통신사의 WLAN 운영 전략 및 방식 등에 최적화 된 AP를 납품 받는 동시에 다른 통신사의 AP와 최소한의 스펙트럼 스위칭 및 부하 분산을 위한 협력 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사용자 1천만 시대, 그 동안 통신사업자들이 블랙박스 형태로 AP를 마구 뿌려댐으로 인해 생겼던 신호 간섭 및 통신 품질 저하를 오픈 박스로 풀기 위한 범 업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