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뿌까 신화'…캐니멀이 만든다

일반입력 :2011/03/22 17:20    수정: 2011/03/23 17:52

전하나 기자

정신 차려 보니 지구 한 바퀴를 돌았더군요.

지난해 유럽, 북남미, 중동, 동남아, 러시아… 세계 곳곳을 누빈 캐릭터 '캐니멀'을 만든 김유경 부즈클럽 대표의 말이다.

김유경 대표는 캐릭터 '뿌까'의 공동 제작자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그가 지난 2006년부터 기획한 캐니멀은 2009년 미국 대형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와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나섰다.

특히 캐니멀은 지난해 국제 콘텐츠 견본시인 '밉콤 2010'과 유럽 최대 라이선싱 행사인 '브랜드 라이선싱 유럽'에서 해외 바이어들의 호평을 받으며 성공 가능성을 확실시했다.

국내서도 이달 초 캐니멀 애니메이션의 EBS 방영을 시작으로 인지도 높이기에 나섰다. 지난해 초 콘텐츠 공동사업 협약을 맺은 삼성전자와는 이미 웹게임, 소셜게임 등을 개발 중이다.

거의 매일 한 건씩 비즈니스를 진행한다고 보면 됩니다. 실제로 일주일에 서너 건의 계약이 이뤄집니다. 바쁘고 정신없긴 하지만 재밌고 즐겁습니다.

■순조로운 성공?…철저한 준비로 계산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진도가 빨리 나갔지만 준비 없이 맞은 성공은 아닙니다.

캐니멀은 TV 애니메이션 방영 전 이미 상품화 사업 계약만 30종 이상 이뤄졌다. 이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캐릭터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는 업계의 '불문율'을 깬 것이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콘텐츠마켓 조성에 나선 삼성전자에게도 캐니멀은 매력적인 콘텐츠IP였다.

우연한 기회에 삼성전자의 눈에 띈 캐니멀은 '길거리 캐스팅(?)'에 합격한 뒤, 당당히 삼성 앱스토어에 입성했다. 삼성전자와 부즈클럽이 협력해 개발 중인 게임만 현재 20여종에 달한다.

캐니멀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기도 전 제품 라인업 등을 갖출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스마트 디바이스에 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스마트폰 열풍이 감지됐을 때부터 파트너사를 물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개와 고양이를 원통형 모양으로 디자인해 규격을 통일시켰던 것도 스마트 디바이스에 맞는 게임이나 아바타를 고려했던 겁니다. 뿌까를 만들 당시는 콘텐츠 유통 경로가 주로 웹에 국한됐지만 이젠 멀티플랫폼이라는 것이 가능하니까요. 이를 짐작했던 거죠.

영리한 계산이다. 결과는 성공. 부즈클럽이 지난달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한 '캐니멀 토킹 앱'은 현재 아이폰 버전만 25만 다운로드를 육박하는 수준이다. 별다른 홍보 활동을 벌이지 않았는데 미국, 태국 등 앱스토어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성과도 거뒀다.

인기를 떨친 캐릭터들이 게임이나 플래시 애니메이션 앱으로 나온 경우는 많았지만 상품이나 애니메이션보다 앱으로 먼저 입소문을 탄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김 대표의 탁월한 마케팅이 빛을 발한 사례다.

토킹 시리즈 앱에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를 활용할 생각입니다. 스토리가 늘어날수록 발굴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늘게 되는 거죠. 이미 준비된 게임 앱도 수두룩합니다. 다음달부터 적어도 1달에 1건씩은 터트릴 겁니다.

■'한국판 월레스앤그로밋' 나온다

캐니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이제 자연스레 애니메이션으로 쏠린다. 캐니멀 애니메이션은 '월레스앤그로밋' '치킨런' 시리즈를 제작한 아드만 슈튜디오가 시나리오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아드만 스튜디오는 현재 캐니멀의 영국 지역 라이센싱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영국 BBC, CBBC 배급 사업 진행도 맡고 있다.

아드만과 부즈클럽은 자신의 캐릭터IP로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죠. 사실 이쪽 업계에서 같은 성격의 업체끼리는 코워크(co-work)를 안합니다. 예외적인 케이스로 볼 수 있어요. 아드만과 부즈클럽이 힘을 합치면 시너지를 낼거라고 디즈니가 강력히 추천했는데, 결과적으론 디즈니 말 듣기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캐니멀 애니메이션의 특이사항은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뿐 아니다. 유아용 애니메이션 퍼블리싱의 명가가 된 EBS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주 5회라는 이례적인 편성을 내줬다. 3D 실사 애니메이션이라는 차별화된 요인을 높게 산 것이었다.

사실 실사와 3D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죠. 그간 실사 3D합성물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다만 TV물에 실사합성을 도입해 캐니멀만큼 매끄럽고 부드럽게 구현한 애니메이션은 없다고 봐야할 겁니다.

그만큼 퀄리티에 자신있다는 얘기다. 작품의 완성도는 결국 시청자들의 호응으로 이어졌다. 지난 2일 첫 전파를 탄 캐니멀 애니메이션은 방영 직후 공식 홈페이지에만 3천명에 달하는 방문자가 몰렸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캐니멀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올 계획이다. 김 대표는 내년 12월 중국 상영을 목표로 어드벤처물로 변신을 꾀한 캐니멀 애니메이션이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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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대표의 목표는 정확히 무엇이고, 또 얼마나 이뤄졌을까. 그는 캐니멀이 캐릭터 왕국인 일본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며 자신감 넘치는 설명에 속도를 냈다.

뿌까를 만들던 10년 전에는 국내 캐릭터산업이 영글기도 전이었죠. 디즈니같은 메이저회사들이 버티고 있는 유아 시장엔 기웃거릴 힘조차 없었어요. 이제 인프라나 노하우를 어느 정도 쌓은 만큼 정면승부를 건다는 각오로 캐니멀을 내놨습니다. 지금 성적으로 보면 충분히 승산 있는 싸움 아닌가요?